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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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균

그저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지내다가 그의 행적에서 보여지던 혁명 기운이 다분히 의외적으로 다가왔던 인물이다.

저자는 허균을 소개할 때 '사회와의 불화' 라는 단어를 썼다. 사회적으로 반감을 느꼈다는 허균의 입장이 그의 저서 홍길동전으로 태어나게 했겠다는 나름대로의 연결을 지어보도록 만들었다.  알면 알수록,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가 허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쓴 글 조차도, 일상 속의 짧은 문장들과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사회 속에서 그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내고 있었던지를 조금은 알게 한다.

 

대화체로 엮어낸 비방꾼과의 대화에서도 좋은 일화를 보여준다. 자신의 조카 허친이 그의 서재에 "통곡헌" 이라는 편액을 걸었을 때 세상 사람들의 의아함에서도 허균은 주저없이 자신의 사상을 피력하고 있다. 세속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 가고자 했던 그의 의도는 사춘기 소년의 어긋난 일탈 행위처럼 닿아온다. 그러나 작은 반발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세상을 향해 저항하는 자세였다는 것이 큰 파동을 불러왔다. 그것은 허균 개인만의 피해가 아닌 조선 백성 전체로 끼친, 진보를 위한 발걸음을 늦추게 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2. 이용휴와 이옥

두 분 다 내게는 생소했다. 글쓰기 형태의 새로운 모습인 '소품문' 을 다룰 때 유명하지 않은 듯한 이름으로써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일상성을 주제로 한 짧은 글에서 두드러진 존재들 임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그들이 남긴 파격적인 형태의 글쓰기가 흥미롭기만 하다. 글 속에 숨겨놓은 비유와 은유도, 삶을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시선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3. 박지원, 박제가

북학파 일원이며 실학의 선구자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문장에 있어서도 아름다운 문체를 구사하고 돋보이는 산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함을 이 책을 통해서, 또 비슷한 시기에 읽은 <글쓰기 동서대전> 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알게 되었다.

실학이라면 실용성을 중시하고 과학 기술등을 장려하며 보수적인 면 보다는 진보에 가깝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글쓰기에서도 이런 사고방식이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싶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기존의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주제도 넓고 크게 생각하며 글쓰기를 했던 이유로 다양한 글쓰기의 결과가 태어났던 것은 아닐까?

 

4. 이덕무, 그리고 정약용

글쓰기에서 보다는 책만 보는 바보로써 먼저 다가왔던 인물이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게 작용한다라고 할까. 그에 관한 일화, 부르는 호칭이 아주 많았던 점과 글쓰기의 교류 관계 또한 흥미로웠던 인물이다.

정약용님의 글도 다른 문장가들에게 할애했듯이 몇 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세검정 폭포나 낚시꾼의 뱃집과 같은 짧은 소품들을 선보인다. 나로서는 정약용님에 관한 느낌은 짧게 끝날 수가 없을 정도로 이 분에 대한 생각은 깊고도 넓다. 따로 그의 책들을 하나 씩 맛보고 음미하는 것이 인생의 대 과제일 정도로. 

 

 

<조선의 명문장가들> 책에서 특히 위에 소개한 7분을 뽑아서 그들의 글쓰기를 통해 문장의 아름다움과 일상을 표현한 짧은 글짓기를 둘러본다. 사소하고 하찮은 사물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서는 새로운 글감으로 재탄생하게 됨을 볼 수 있다. 친구들 간의 편지글, 사물을 관찰한 단문, 묘비명, 제문 등 주제도 다양하고 글쓴이의 감정도 느껴지게 한다.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글의 형태가, 그래서 비판적일 수 밖에 없었던 글이 지금으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고가게 한다. 시대에 따라서, 그 글이 빛을 발휘할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등.  이 글쓴이들이 몇 백년을 앞서서 실현시킨 미래 지향적인 글쓰기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짧지만 읽을수록 정감이 돋는다. 이들이 해 낸 것처럼 일상적인 산문에 더욱 몰입하고 싶은 마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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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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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쪽    

하지만 어차피 그녀는 늙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죽일 거니까.   맞지?

 

 

섬뜩한 표현이다. 잠이 든 여인을 내려다 보며 아름다운 모습과 살아 움직이는 동작을 감탄하다, 지금은 젊지만 그녀가 늙었다면 이처럼 아름답진 못할 것이다, 는 생각에 문득 미치자 이런 말을 중얼 거린다.

늙은 모습을 보일만치 오래 살아있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이 한 마디, 독자는 다가 올 살인을 예고받는다.

 

여늬 살인 사건의 전개 보다는 더 진화한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 이 책을 읽어갈 때에는 소제목으로 테드, 릴리를 교차로 반복하며 진행시키는 부분이 나와서, 왜 이런 전개 방식을 선택했을까 궁금했다. 남자 주인공, 테드와 여자 주인공, 릴리를 한 명씩 선택해서 그들의 상황과 속마음을 내 비추는 효과랄지, 내면을 뒤집어 보여주는 효과를 나타내 주는 것을 알게 되고, 끝까지 읽어가면서 이 구조가 탁월함을 느꼈다.

 

이 소설이 또 하나 탁월한 면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이야기의 반전에 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사람을 겉모습만 봐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주의나 환기를 시켜주는 느낌도 갖게 했다. 첫 페이지 시작에서 공항 장면이 나오는데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오고 가던 시간 속의 만남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음으로, 그저 스쳐 지나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성장하는 소녀의 내면 또한 주변 인물과의 관련성에서도 한 사람의 괴물을 탄생 시키게 할 만한 재료가 되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한 아주 사소한 일상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된다.

 

" 우리같은 부모에게서도 잘 자라줘서 고맙다", 는 작가인 아버지의 말이 좀 더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부모의 역할, 건전한 가정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살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나름의 철학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이성적이고 너무나 이유가 분명해서 타인을 죽이는데에도 철학이 있음에 마치 옳은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게 하는 설득력, 어떻게 할 것인가?

윤리 의식, 도덕, 법은 이미 거추장스러운 곁가지 인 양 인간 스스로가 재판을 하고 처벌을 하는 식인, 이 세상에서 이미 암적인 존재를 사라지게 하는 명분, 살아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피해를 줄 것이고 세상을 위해서라도 처리해 줘야 한다는 사고 방식.

모멘토 모리, 죽음을 유념하라, 언젠가는 죽을 그 시간을 조금 더 당김으로써 평화를 유지한다는 이유가 정신병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은 느낌에 오싹함을 더했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기까지의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행동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남자의 돈만 노리는 관계,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치 못하다고 비난을 받을만한 잘못된 만남은 사소한 시작이었지만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는 것을 반영해 주기도 한다. 이런 점을 작가는 아주 잘 짚어 내어 소설의 시작과 전개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 같다.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호숫가 집에서 그 누구에게서도 상처받지 않고 평화로운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릴리의 일상은 수면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와 지면서 요동을 치게 된다. 독자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그 끝을 향해가는 스토리 전개는 보기 드문 긴장감을 주었다. 책을 좋아하던 소녀의 치밀한 사고, 이런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 완성시킨 저자의 아이디어 또한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셜록 홈즈의 뛰어난 머리와 사고, 상상력은 그가 탐정이었기에 칭송받았듯이 이 소설을 만들어 낸 작가의 사고도 어쩔 수 없이 위험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범죄를 기획한 쪽이 아니라 이 소설을 쓴 작가라는 사실에 다행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머릿 속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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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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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을 저자가 쓴 의도는, 동 서양을 통틀어 글 잘 쓴 문장가, 작가들의 글 솜씨에 스며있는 비결을 탐구하여 배우고자 하는 것에 있다. 이것이 바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의 열의와 욕구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과 맞 닿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저자가 살펴 본 문인 39명 에게서는 분명 저마다의 특징이 있었다. 글 속에 그들만의 철학이 녹아 있었던 그것이 첫 번째이다. 틀, 형식에 얽매이고 문법을 고려하다 보면 어느 덧 글은 좋은 글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반대 개념인 개성과 독특함을 기본적으로 찾아 내 보아야 한다. 글쓴이의 개성으로 이루어진 독창적인 글 이야말로 잘 쓴 글이며 무제한적인 자유로움을 구가하며 자연스럽게 다듬은 글이 바로 좋은 글의 표본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필요를 준다. 여기에서 잘 쓴 글의 3 요소 라고 나름대로 이름 붙여 보고 싶다.

< 자기다움, 자유로움, 자연스러움>. 간단 명료한 특징인 것 처럼 느껴지는데 직접 글로 쓰며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가 예를 들어 설명하는 문인들의 책과 문장을 읽어가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 첫 번째로 나오는 것이 가장 자기다움을 지키는 것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어린아이처럼 순진 무구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함에 있다고.

어린이와 처녀의 솔직하고 부끄러움을 간직한 글쓰기를 의미하는 이덕무의 "영처의 철학" 이 가장 먼저 선 보인다. 서양의 루소와 니체의 글을 이루는 철학과도 일맥상통함을 보여준다.

 

조선조 양반들, 사대부 가에서는 천박하다며 눈 아래로 내려다 보게 하는, 절대 존경하지 않는 짧은 글, "소품문" 도 바로 스스로를 표현해 내는 수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박, 천박하다는 좋지 못한 말을 들어가면서도 소품문의 형식으로 글을 썼던 조선의 작가들에게서 그 자유로움과 창의성에 놀랐다. 오늘날 에세이 형식이 이미 조선 시대에 성행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점이다.오히려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꾸밀 필요도 없이 좋은 글로 평가한다. 이것은 잘 쓴 글의 3요소 중에 그 두 번째인 자유로움을 구가하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자기다움을 지키고 있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겠다. 이에 버금가는 일본의 시, 일정한 운율을 지키는 17자 정도의 짧은 시인 하이쿠와 비교해서 소품문은 산문으로, 하이쿠는 시로써 짧은 글에 개인의 느낌과 정서를 담아냈다는 공통점도 알 수 있게 한다.

 

독자적이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글쓰기로는 "기궤첨신" 의 방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요즘이야 창의력 개발로 손쉽게 뭔가를 얻을 만한 소재거리가 풍부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옛날에는 어디에서 독특하게 표현해 낼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가 생겨났을까 궁금하고 대단하다. 글짓기는 결국 많은 독서를 한 이후에 저절로 자연스레 나오는 결과물이라 생각해 왔었지만 스스로 사색한 이후에 나온 깨달음 만이, 여기에서는 저자가 "자득" 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 부분이 완성된 후에 책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자세를 중시한다.

 

주자학과 양명학의 접근 방식으로도, 홍길주와 서경덕, 쇼펜하우어 같은 동 서양 문장가들의 글쓰기 방식으로도 비교해 주며 소개하고 있어서 읽을거리가 더욱 풍부해 진다. 글쓴 이들의 철학을 기대하며 그 이론적인 부분만을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양한 저자들의 작품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맛을 보아 가며 읽어갈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이러다 보니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까.

 

우리나라 작가 뿐만 아니라 비슷한 방식으로 글쓰기를 했던 중국과 일본의, 서양 작가들과의 비교 방식으로 글이 서술되고 있어서 글쓰기를 총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막연하게나마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아주 자세한 대답이 되어 줄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프랑스 볼테르의 <철학 사전>을 통해서 작가의 철학과 의도에 대해 깊이 알게 되면서 더욱 볼테르를 감탄하게 되었다. 정조의 문체 반정이라는 사건이 있었고, 이 강력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박제가 가 있었음도. 그리고 중국에서의 문장가, 노신은 의학 공부를 하던 중, 중국인의 썩은 정신과 노예 근성이 불행인 것이지 질병 따위는 불행 축에도 끼지 않는다, 정신을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문학을 해야 한다는 그 깨달음.  이런 것들이 내게 까지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이제는 말 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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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 -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각의 모든 과학
문동현.이재구.안지은 지음 / 생각의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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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생존의 문제다. 살아있기 위해서 소통해야 하고, 그 많은 감각 기관을 동원해 왔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 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잘 볼 수 있고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보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과 냄새를 맡고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을 주는 일인지, 축복 받은 삶인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리 생각하면 아침에 잠에서 깨면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다시 잠드는 그 순간 순간 모두가 감사할 일 투성이인 것이다.

감각의 제국이 소개하고 있는 일련의 사람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각들 중 어느 한 두 부분을 불행히도 쓸 수 없는 사람들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살아가는 중에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게 하면서 왜 우리에게 통증이라는 것이 있어야만 하는지를,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게 한다.

 

시각, 청각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 모든 경이로운 감각을 관장하고 있는 뇌의 세계도 둘러보고, 세상과 처음으로 접하는 감각 분야에서는 엄마와 연결이 된 아기의 세계를 둘러보게 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공감 능력" 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감각의 존재는 살아있음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생물체와 교류를 하기 위해서 필수적이었음을 돌아보게 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또 동물과 자연과 함께 느끼고 나누는 기능, 상대편의 입장에 서서 헤아리는 심정인 공감각은 어울려 살아가는데에 무엇보다 필요한 감각임을 가장 강조하고 싶을 것 같다.

 

사람이기에 더욱, 교류할 때 타인을 배려하게 하는 느낌이 필요하고, 함께 나눠가는 감각 또한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기본이 아닐까도 싶다.

 

이런저런 감각의 세계를 둘러보며 한편으론 감사하게도 하고 한편으론 공감 능력의 정도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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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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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자 속에 그대로 스며든다. 단순한 것 같은데, 별 것 없는 것 같은 와중에서도 뭔가가 꿈틀대며 느끼게 한다. 작가의 스토리 전개 방식과  내용면에서 가볍지 않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의 행진 이라는 이름으로 걸어가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 페이지를 넘겨가게 하는 왠지 모를 흡인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는 아픔이기에 일본 청년이 겪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나라가 참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걷는다는 것이 특별난 일도 아닌데 여기 주인공인 네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일상은 특별한 것으로 다시 태어난다.

파견회사 비정규직인 슈고, 신야, 요스케와 호센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별로 친하지 않던 동료이었지만 같은 날짜에 계약 해지를 당한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버린 네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디로 가야 할 지도 정하지 못한 채 분노한다. 회사의 부품처럼 써 먹다가 필요없어진 물건처럼 내동댕이쳐 지는 것에 대해 분노가 치밀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다. 말수가 적고 덩치가 큰 슈고는 도쿄까지 도보 여행에 나서겠다 하고 가까운 곳도 아닌 그 먼 거리를 걸어 가겠다는 슈고를 따라서 반신반의하며 나머지 세 사람도 따라 나선다.

 

일단 네 사람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이야기가 이어 나가질 만한 연결 고리는 이 네 사람의 다른 성격으로 인해서 이미 구성이 된 셈이다. 각자 다른 성격의 네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일상, 상황들이 흥미롭고, 작게 시작된 이야기가 점점 커져가는 구조도 그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궁금하게 만든다. 파워 블로거인 신야의 블로그 갱신으로 그들의 작은 행동은 외부에 알려지게 되고 잡지사 기자의 취재 요청도 들어온다.

 

역시 경험의 힘은 크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서 비정규직의 삶을 힘겹게 살아내던 요스케는 여태까지 나약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내일의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부터도 배울 점과 깨달음이 많음을 생각하게 된다. 본래부터 미래의 희망 사항이 있어왔던 호센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용사라는 꿈을 내포해 왔고 여기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 주고 있지만 꿈이라는 자체가 없었던 요스케의 마음에는 이 걷기에서 얻는 것이 많아졌다.

 

그저 묵묵히 걸으려 따라 나섰던 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들고 취재 기자들까지 불러 들이게 되는 역할을 해 왔던 신야는 그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한 판 승부의 장 같았다. 아무 것도 남기는 것 없이 파견 사원으로 이 곳 저 곳 방황하듯이 살아갈 뻔 했었던 네 명의 젊은이에게 삶의 전환기적 사태였던 것이기도 했다. 일탈이라고 부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미 희망없이 살아왔던 삶이기에 이들에게는 빛나는 도전과도 같은 찬란한 일탈이었다고 할 만 하다.

 

네 명의 걷기가 수 백명이 함께 걷는 대 행사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듯 우리의 삶이란 바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 에서 어떤 이에게는 희망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절망과 체념으로 갈릴 수 있게 하는 것이겠다. 희망이든 절망이든 무엇이든 행동하는 자에게는 다른 시간이 다가 올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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