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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글자 속에 그대로 스며든다. 단순한 것 같은데, 별 것 없는 것 같은 와중에서도 뭔가가 꿈틀대며 느끼게 한다. 작가의 스토리 전개 방식과 내용면에서 가볍지 않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의 행진 이라는 이름으로 걸어가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 페이지를 넘겨가게 하는 왠지 모를 흡인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는 아픔이기에 일본 청년이 겪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나라가 참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걷는다는 것이 특별난 일도 아닌데 여기 주인공인 네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일상은 특별한 것으로 다시 태어난다.
파견회사 비정규직인 슈고, 신야, 요스케와 호센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별로 친하지 않던 동료이었지만 같은 날짜에 계약 해지를 당한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버린 네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디로 가야 할 지도 정하지 못한 채 분노한다. 회사의 부품처럼 써 먹다가 필요없어진 물건처럼 내동댕이쳐 지는 것에 대해 분노가 치밀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다. 말수가 적고 덩치가 큰 슈고는 도쿄까지 도보 여행에 나서겠다 하고 가까운 곳도 아닌 그 먼 거리를 걸어 가겠다는 슈고를 따라서 반신반의하며 나머지 세 사람도 따라 나선다.
일단 네 사람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이야기가 이어 나가질 만한 연결 고리는 이 네 사람의 다른 성격으로 인해서 이미 구성이 된 셈이다. 각자 다른 성격의 네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일상, 상황들이 흥미롭고, 작게 시작된 이야기가 점점 커져가는 구조도 그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궁금하게 만든다. 파워 블로거인 신야의 블로그 갱신으로 그들의 작은 행동은 외부에 알려지게 되고 잡지사 기자의 취재 요청도 들어온다.
역시 경험의 힘은 크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서 비정규직의 삶을 힘겹게 살아내던 요스케는 여태까지 나약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내일의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부터도 배울 점과 깨달음이 많음을 생각하게 된다. 본래부터 미래의 희망 사항이 있어왔던 호센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용사라는 꿈을 내포해 왔고 여기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 주고 있지만 꿈이라는 자체가 없었던 요스케의 마음에는 이 걷기에서 얻는 것이 많아졌다.
그저 묵묵히 걸으려 따라 나섰던 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들고 취재 기자들까지 불러 들이게 되는 역할을 해 왔던 신야는 그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한 판 승부의 장 같았다. 아무 것도 남기는 것 없이 파견 사원으로 이 곳 저 곳 방황하듯이 살아갈 뻔 했었던 네 명의 젊은이에게 삶의 전환기적 사태였던 것이기도 했다. 일탈이라고 부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미 희망없이 살아왔던 삶이기에 이들에게는 빛나는 도전과도 같은 찬란한 일탈이었다고 할 만 하다.
네 명의 걷기가 수 백명이 함께 걷는 대 행사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듯 우리의 삶이란 바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 에서 어떤 이에게는 희망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절망과 체념으로 갈릴 수 있게 하는 것이겠다. 희망이든 절망이든 무엇이든 행동하는 자에게는 다른 시간이 다가 올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