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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글쓰기 동서대전>을 저자가 쓴 의도는, 동 서양을 통틀어 글 잘 쓴 문장가, 작가들의 글 솜씨에 스며있는 비결을 탐구하여 배우고자 하는 것에 있다. 이것이 바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의 열의와 욕구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과 맞 닿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저자가 살펴 본 문인 39명 에게서는 분명 저마다의 특징이 있었다. 글 속에 그들만의 철학이 녹아 있었던 그것이 첫 번째이다. 틀, 형식에 얽매이고 문법을 고려하다 보면 어느 덧 글은 좋은 글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반대 개념인 개성과 독특함을 기본적으로 찾아 내 보아야 한다. 글쓴이의 개성으로 이루어진 독창적인 글 이야말로 잘 쓴 글이며 무제한적인 자유로움을 구가하며 자연스럽게 다듬은 글이 바로 좋은 글의 표본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필요를 준다. 여기에서 잘 쓴 글의 3 요소 라고 나름대로 이름 붙여 보고 싶다.
< 자기다움, 자유로움, 자연스러움>. 간단 명료한 특징인 것 처럼 느껴지는데 직접 글로 쓰며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가 예를 들어 설명하는 문인들의 책과 문장을 읽어가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 첫 번째로 나오는 것이 가장 자기다움을 지키는 것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어린아이처럼 순진 무구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함에 있다고.
어린이와 처녀의 솔직하고 부끄러움을 간직한 글쓰기를 의미하는 이덕무의 "영처의 철학" 이 가장 먼저 선 보인다. 서양의 루소와 니체의 글을 이루는 철학과도 일맥상통함을 보여준다.
조선조 양반들, 사대부 가에서는 천박하다며 눈 아래로 내려다 보게 하는, 절대 존경하지 않는 짧은 글, "소품문" 도 바로 스스로를 표현해 내는 수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박, 천박하다는 좋지 못한 말을 들어가면서도 소품문의 형식으로 글을 썼던 조선의 작가들에게서 그 자유로움과 창의성에 놀랐다. 오늘날 에세이 형식이 이미 조선 시대에 성행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점이다.오히려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꾸밀 필요도 없이 좋은 글로 평가한다. 이것은 잘 쓴 글의 3요소 중에 그 두 번째인 자유로움을 구가하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자기다움을 지키고 있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겠다. 이에 버금가는 일본의 시, 일정한 운율을 지키는 17자 정도의 짧은 시인 하이쿠와 비교해서 소품문은 산문으로, 하이쿠는 시로써 짧은 글에 개인의 느낌과 정서를 담아냈다는 공통점도 알 수 있게 한다.
독자적이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글쓰기로는 "기궤첨신" 의 방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요즘이야 창의력 개발로 손쉽게 뭔가를 얻을 만한 소재거리가 풍부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옛날에는 어디에서 독특하게 표현해 낼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가 생겨났을까 궁금하고 대단하다. 글짓기는 결국 많은 독서를 한 이후에 저절로 자연스레 나오는 결과물이라 생각해 왔었지만 스스로 사색한 이후에 나온 깨달음 만이, 여기에서는 저자가 "자득" 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 부분이 완성된 후에 책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자세를 중시한다.
주자학과 양명학의 접근 방식으로도, 홍길주와 서경덕, 쇼펜하우어 같은 동 서양 문장가들의 글쓰기 방식으로도 비교해 주며 소개하고 있어서 읽을거리가 더욱 풍부해 진다. 글쓴 이들의 철학을 기대하며 그 이론적인 부분만을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양한 저자들의 작품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맛을 보아 가며 읽어갈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이러다 보니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까.
우리나라 작가 뿐만 아니라 비슷한 방식으로 글쓰기를 했던 중국과 일본의, 서양 작가들과의 비교 방식으로 글이 서술되고 있어서 글쓰기를 총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막연하게나마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아주 자세한 대답이 되어 줄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프랑스 볼테르의 <철학 사전>을 통해서 작가의 철학과 의도에 대해 깊이 알게 되면서 더욱 볼테르를 감탄하게 되었다. 정조의 문체 반정이라는 사건이 있었고, 이 강력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박제가 가 있었음도. 그리고 중국에서의 문장가, 노신은 의학 공부를 하던 중, 중국인의 썩은 정신과 노예 근성이 불행인 것이지 질병 따위는 불행 축에도 끼지 않는다, 정신을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문학을 해야 한다는 그 깨달음. 이런 것들이 내게 까지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이제는 말 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