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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ㅣ 세상은 온통 시리즈
마이 티 응우옌 킴 지음, 배명자 옮김, 김민경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평점 :
"모두가 화학 스피릿에 전염되는 그 날까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분자 더미로 여기고 있는 저자는 당연히 화학자 이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활발하게 화학의 즐거움을 퍼뜨리고 있는 저자의 하루 일상을 담은 흥미로운 책이 바로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이다.
화학, 물리학, 과학은, 여기에 당연히 수학까지, 특정인에게나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밤을 꼬박 새워 그 속에 빠져 있었다 한들 결코 지치거나 힘들게 하지 않는 분야이기는 한데, 평범인들에게는 그다지 눈길 주고 싶지 않은 분야이다. 특히 수학과 담을 쌓고 살아 온 이들에게는 화학 물리학은 요원한 분야이기만 할 것이다. 여기에 저자의 기발한 이야기 솜씨 하나를 더 보태어 화학 이야기가 좀 색다르게, 재미있게 태어난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제목에서 들여다 볼 수 있듯 화학자의 하루를 돌아 보며 화학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어떻게? 잠에서 깨면서 부터 욕실에서, 주방에서, 일상에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온통 화학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생활 자체를 보여준다.
커튼을 열어 젖히는 동작에서 우리 몸 속의 호르몬은 멜라토닌을 줄이면서 코르티솔을 증가 시켜 간다. 하루 종일 졸리거나 피곤하다면 몸 속의 멜라토닌이 어정쩡하게 남아 있을 때라 하니 아침에 눈 뜨면 어서어서 멜라토닌을 감소시켜야 잠이 깬다는 점, 개에게는 초콜릿 성분 중 하나인 테오브로민을 분해하는 능력이 아주 느리기 때문에 개가 초콜릿을 달라고 매달린다고 그냥 던져 주었다가는 아주 치명적이 될 것이라는 것, 설탕은 물을 끌어 당기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설탕을 부족하게 넣으면 푸석푸석한 케이크를 먹게 된다는 점, 그리고 동남 아시아인의 30-40 퍼센트가 유전적으로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함부러 술을 권하다가는 분해 효소가 없거나 부족한 이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험하다는 점, 이런 것이 바로 "고장난 효소" 때문이라는 점과 같은, 생활 속에서 반드시 알아 두면 좋은 부분이 골고루 소개 된다.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거니와 흥미로워서 고개도 끄덕끄덕하며 읽었다.
게다가,
"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제2의 흡연이다?"
이 부분에 와 닿았을 때 솟아났던 긴장감을 잊지 않으려 한다. 움직일 기회가 많지 않고 운동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마구 찔리게 하는 일상사의 지적이다.
이 뿐만 아니라,
모든 욕실은 화학 실험실이다/세상은 원래 뒤죽박죽이야/화학이 나쁘다고 말하기전에/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모든 화학자는 훌륭한 요리사다/우리는 케미가 맞다/ 원자들이 진동하고 분자들이 춤을 추는 저녁파티, 등과 같은 내용들을 차근히 읽어가다 보면 화학이 얼마나 우리들의 일상 속에 녹아 내려 있는지, 뗄래야 뗄 수 없는 분야인지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 연구 결과에서 당신이 무엇을 가져갈 지는 당신 자신에게 달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는 간단한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한 주제의 다양한 면을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뭔가를 정확히 이해할 때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93쪽)
저자가 워낙 발랄하고 가볍게 화학 이야기를 다루어 주어 술술술 읽어가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던 독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일 것 같다. 살짝 멀리있던 분야라면 약간은 어렵고도 이해되지 않는 맥락이 사이사이 섞여 있을 수도 있는, 쉽지 않은 책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특히 화학 물질과 용어, 법칙들이 출몰할 때의 그 낯선 느낌 정도는 분명 있을 것이다. 아빠, 오빠, 남편까지 모두 화학자인, 온통 화학자들로만 둘러싸여 있는 저자에게는 일상 속의 우스개, 농담과 같은 것이 화학일지라도 화학 입문자, 인문계통의 독자가 화학에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 첫 발에 두어도 좋을 책이다. 양이온, 음이온, 결합, 포화, 불포화와 같은 용어들이 살짝 불편해 보여도 결국 화학자의 하루 일과 속 일로써 받아 들이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