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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화가 김홍도 - 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이충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참 즐거운 독서를 하였다. 책읽기의 처음 출발은 화가 김홍도를 바라보는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인간 김홍도의 그림 작품 속에 스며든 그 만의 인생 총시간을 가슴으로 함께 느껴 볼 수 있을만큼 공감어린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인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가 추구하고, 밝혀내고, 따라가 본, 천재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김홍도의 발자취 속에 나왔던, 기록 속 한 구절이다. 말년의 그의 인생에는 이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이 있었다. 그림만으로 알려진 그의 이름 김홍도 에게는 이토록 구구절절 사연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도 미뤄 짐작할 수가 있다.
그가 태어난 고장 바닷가 마을, 그 마을 속 사람들의 생활과 고향의 냄새, 산봉우리의 생김새 까지도 마치 소설을 엮어내듯이 생생하게 저자는 그려낸다. 김홍도에게 있었을 사건 사고들, 그가 그림을 하기 까지 어떻게 스승을 만나게 되었으며 그 어려운 화원이 되기까지의 발걸음과, 자라난 고향 마을을 떠나 한양에 이르기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나가게 했다. 앞서 살았던 위인들의 전기문이라는 것은 어떤 땐 지루하고 너무나 일상적 이기까지 하여 흥미로운 점이 되지 못할 법도 할진대, 중인으로 태어나서 어엿한 무관이 되어 주기를 바랐던 부모의 뜻과는 달리 섬세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소년 홍도의 삶은 처음부터 힘들게 힘들게 화가의 길로 나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던 만큼 성취감도 느껴졌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여 끝까지 그 길을 걸어내고 만 집념도 남달라 보일 수 밖에 없던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화가로서만의 김홍도의 삶이 아니라 인생 전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승부를 건, 멋진 삶의 소유자였던 김홍도로서도 다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저자의 꼼꼼한 자료 조사와 필력도 독자로서는 참 유익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자칫 소설로써 다가오지 않게 하는, 현실감 넘치는 일대기로써 읽을 수 있게 한 부분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 김홍도 주변의 인물들도 기록과 자료에 의거하여 함께 등장하고 있어서 김홍도를 더욱 잘 알 수 있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영조의 용안을 그리게 되었을 무렵 어용화사 로서의 발탁, 그 뒤의 일상적인 삶의 고단함,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려서 생활하는 등의 삶의 모습, 중인으로서 차별받을 수 밖에 없었던 양반들과의 관계, 급여도 없이 벼슬살이를 하게 하던 제도, 말을 관리하는 직책, 얼음을 캐어 보관하던 직책 같은 것들이 요즘 시대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왠지 오버랩 되면서 동감을 일으키게도 했다.
이렇듯 책은 화가로서의 김홍도의 삶을, 궁중화를 그리다, 삶을 그리다, 자연을 그리다, 마음을 그리다, 와 같은 구성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 배치가 시간적인 진전과 더불어 너무나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던 세속화, 평민, 중인들의 삶을 그렸던 그 과정도, 정조의 명을 받아 금강산 일대와 남부 지방의 주요 지역들을 그림으로 그려 낸 그의 시간적인 여행들이 말년의 힘든 고비와 함께 잘 그려지고 있다. 독자에게는 그의 그림 한 점 한 점과 함께 그의 일생을 함께 살아내 보는 간접 경험들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가 진정 하고 싶었던 것, 그림 그리는 것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었는지, 인간 김홍도의 마음까지도 그림 속에서 함께 헤아려 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