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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포로원정대
펠리체 베누치 지음, 윤석영 옮김 / 박하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심상치가 않았다.
소설가 김 훈의 추천사와 작가, 펠리체 베누치의 그림들이 본문을 감싸고 있는 베일처럼
앞에서 줄을 지어 서서히 나타난다. 이것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 이란다.
전쟁 포로 생활을 하며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자유인의 삶을 기다리며 하나 씩 그려가던
그림과, 케냐 산과 등산 장비의 그림 등 작가가 스스로 그린 그림들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색다른 맛을 전해 준다.
1941 년 영국령 케냐의 제 354 포로 수용소에서 포로 생활을 했던 작가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그대로 이 책에서 남겼는데, 마치 장난 같기도 하고, 진지한 면도, 심각함도 없이
이야기는 흘러간다. 글 속에서도 나오지만, 범죄를 저질러 감방에 갇힌 일반 범죄자와
포로의 차이점은 언제 출소할 지 그 기한이 정해져 있는 범죄자와 달리, 포로에게는
언제 자유의 몸이 될 지 알 수가 없는 채로 하루하루가 흘러간다고 했다.
시간이 바로 적 이 되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삶에서 작가 일행 3명은, 미쳤다, 무모하다 라고
표현하는 도전, 케냐 산 (5199 미터) 을 오를 계획을 세운다. 포로들의 무료하기만 한
삶, 일반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 일 없이 시간을 죽여 버리는 사람들이 있듯이, 시간은
시간으로써 존재할 뿐 이라고 여기며 허송세월- killing time- 할 뿐인 사람들 앞에
어느 날 눈 앞에 그 위용을 드러낸 케냐 산, 한 가지 목표가 생겨나는 순간 이었다.
그 때 부터, 단조로웠던 포로 생활은 잠시도 쉬는 일 없이 궁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장비를 마련하고, 동료를 모집하고, 바쁘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긴박하게 자기 개발적인 이야기는 저절로 진행된다.
1월 24일, 출발할 날짜를 정해 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하고 움직이는 저자 일행,
모험 이야기는 400 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가득 채우고, 탈출에서부터 산에 오르는
과정들, 내려 올 때의 이야기들이 박진감 넘치며, 실제 몸으로 부딪혔던 일이었기에
더욱 흥미진진함을 독자들에게 선사 할 것이다.
아무 기대감도 없이 단지 제목만 보셨던, 미친 포로 원정대(?) 라고 하시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하셨던 70대 중반이신 우리 노모 께서도 완전히 푹 빠지셨을 정도로
읽어 가시는 것을 지켜 보매, 무료하게 시간을 죽여가던 포로들이 5200 미터 산을
오르는 과정과 그 내용과 결과들은 그들만의 소중한 추억 뿐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다.
포로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현재,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 한 가지 방법을
몸으로 보여 주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