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않는 마음 - 더 강한 나를 만드는 마음 혁명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이진원 옮김, 박용철 감수 / 유노북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하루하루의 일상이 피곤하고 지치기만 했다. 예전과는 달라져 버린 생활 자세, 그 이유가 대체 무엇 때문인지 생각도 해 보았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반대 개념으로라면, 일을 즐기고 사람과 잘 보낸다면 이렇게 쉽게 지쳐 버리지도 않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하루의 일상이 즐거울 것이 아니던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동안 열심히 일을 해 왔고, 맡고 있는 위치에서의 책임을 다 하려고 애써 오면서, 이제는 나름대로 버틸 수 있는 지점에 까지 올 때 까지 다 이르렀구나, 이렇게 쉽게 지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상처를 입는 것을 보니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이젠 못 참겠다 하는 선에까지 이르렀을 때에야 무엇이 잘못인 거지? 한단다.

이런 의문의 답이 바로 이 책에서는 마음의 고갈 이라고 한다.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소모되는 것이 바로 정신적인 부분인데 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고갈이 일어난다고. 우리의 마음도 수리를 해 주고 보충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심리 상담가인 저자의 생각이다. 심리적인 치유, 회복, 안정을 정말 원했었고, 자주 마음을 다치면서 견딜 수 없는 슬픔과 분노에 이르를 때가 잦아지던 가운데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각 장 별로 문제점에 대한 처방을 내려줌과 동시에 끝부분에 가서는, 하게 되면 좋은 효과를 내는 방법도 해답처럼 제시해 주고 있어서 더욱 좋다. 이렇게까지 시원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에서는 마치 심리 상담가와 면담을 하고 난 뒤 처럼,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찌꺼기처럼 무언가가 남아 있을 부분이 없다.

방법만 제시해 주고 해결책은 없다든지, 실 예만 잔뜩 들어 놓고 실제로 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변죽만 울려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좋다.

아주 간단하고, 답은 이미 나와 있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압박은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책도 종종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차분하게 진행을 해 나가면서 큰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듯이, 심리 상담을 해 주듯이 치유를 하도록 순서를 밟아 간다. 나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되었고, 평소에도 가슴만 치던, 나 스스로 답을 내렸었어도 그대로 실천이 되지 않던 부분까지도 작가의 표현대로, 바위가 꿈쩍 않고 앞을 막고 있으면 그대로 지나가라, 바위를 들어 올려 옮기려 하거나 애쓰지 마라 하던 말 처럼.

마음이 참 힘들었었다. 내 앞에 떡 하니 가로막고 있던 바위를 치우려고 안달 하다 보니, 어리석다, 쓸데없는 일이다 혼잣말로 아무리 해 보아도 시원하지 않았는데 작가와 상담을 한 차례 받고 나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나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 성격, 버리고 싶지만 늘상 따라 다니며 마음의 짐을 주고 있다는 나쁜 습관 같은 것도, 우선 그 성격이 형성된 이유를 설명해 주며 버릴 수 있는 논리적인 설명도 제시해 주고 있다. "덕분에" 같은 단어 하나를 덧붙임으로써 더 이상 그 성격으로 인해 괴로움을 받지 않고 헤어 날 수 있게 하는 방법 같은 것으로...

심리학 용어로 재구성의 좋은 점을 알게 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대부분은 마음이 고달프다고 생각한다. 이리저리 치이는 마음을 어디 한 군데 둘 곳 없음을 아는 순간에 잡고 앉으면 위로가 되면서 근본적인 해결 방법도 보일 것이다. 늘 즐겁고 마음이 단단한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성격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인간 관계 면에서도 마음이 약하지 않고 단단하다면 치유 받을 일도 없을 것이므로......

 

글자가 크고, 마음에 부담주지 않는 여백을 가진 책 이어서 가독성도 크다.

책을 잡고 마음 먹고 읽으면 단 하루만에도 다 읽어 버릴 수가 있지만 좀 음미하고 싶다면 일주일 까지도 잡고 있으면서 곱씹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며 고갈된 마음을 수리 하는데에 단 일 주일 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중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에 표시를 해 두고 가끔씩 되뇌이기도 하고 다시 들춰보며 읽어 본다면 마음이 고갈되기 전에 수리 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단련에도 대단히 좋은 책이다. 가까이 두고 읽으면 힘이 될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시 (2015년판) - 소년에서 전설로
레오나르도 파치오 지음, 고인경 옮김 / 그리조아(GRIJOA) FC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전 후반 90분씩이나 달리다가 걷다가, 치고 들어가서 공 하나로 상대편과의 승부를 겨루는 축구에, 왜 힘들게 저렇게 오랫동안 공 하나에 매달려 있지 라고 했던 것이, 축구를 처음 접하고 생각하곤 했었던 나의 지루했던 표현이었다. 한 마디로 힘들어 보였다. 오랫동안 달려야 하니까 더욱. 그리고 관중석의 관객들도 공 하나에 집중하자니 그 지루함을 어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했었던 축구가, 청소년 축구 팀으로 출전해서 4강의 신화를 일구어 낸 박종환 감독의 출현으로, 그동안 가져왔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싹 거두어 들이기에 충분하게 다가왔다. 붉은 유니폼의 한국 선수들이 상대편 선수가 공을 잡으면 한꺼번에 덤벼들어서 공을 빼앗아 앞으로 전진하는, 한 마디로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공격 축구로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었다.

세계 축구는 바야흐로 선수들의 개인 기술의 축구로 넘어갔고, 공을 전달하는 패스의 기술은 물론이고 골 문 앞에서의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골 결정력 등 선수들의 기량이 최우선인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선수들의 기량,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들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선수. 축구 선수로서는 크지 않은 키에 과묵한 표정을 보여주던 그는, 운동장에서 보여 주는 것은 오직 경기 내용일 뿐 이지, 말을 하거나 다른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한다. 오로지 축구 하나에 몰두하고 골 문을 튼다. 이런 그도 경기장을 떠나 와서는 일상 속에서 가족과 지인, 친구 사이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평범한 한 개인으로 생활함을 보여준다. 감독인 마라도나가 말했듯이, 메시와 통화 하기는 신과 통화하는 만큼 어렵다고 했는데, 메시의 소년 시절, 축구를 시작해서 현재 전설이 되어서까지도 그의 생활과 살아 온 모습을 일일이 취재해서 이 한 권의 책을 보여주는 작가는 신과 대화가 가능했던 것인가?

 

어릴 때의 메시는 성장 호르몬 장애로 인해 치료비가 무수히 들어갔고, 치료비 때문에 계약을 했음도 틀리지 않은 말이라고. 뼈가 허약해서인지 잘 다치고 잘 부러지고, 부상을 달고 살다시피 했던 메시는 운동장 안에서 만큼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답게 많은 수익을 거둬 들이고 있는 메시는 집안에서 TV 보는 것을 즐긴다. 어릴 때에는 성장을 위해서 낮잠을 잤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체력 회복을 위해 낮잠을 즐긴다 한다. 축구 비즈니스 세계에서 대 성공의 주역이긴 하지만 생선과 야채를 싫어하고 고리류를 좋아해서 친 형이 직접 저녁 요리를 만들어 준다고.

메시의 집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배달원, 메시의 여동생, 부모, 초등학교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의 어린 시절의 특징과 사생활에도 집중해서 소개되어 있다.

 

체격적, 신체적인 어려움에도 딛고 일어서서 축구계의 성공 신화를 일군 메시는 여전히 소년 시절의 내성적이고 순진한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메시 개인에 대한 상세한 부분까지도 짚어 본 책 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의 유소년 축구단과 같은 어릴 때부터 축구 인력을 길러 내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대스타 임에도 일반인의 행복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 집 안에서만 있기를 좋아하고 가족과의 시간에 푹 빠져 지내는 평범함 같은 모습들로 행복의 조건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우는 아들을 달래는 모습 등 달라지고 있는 메시의 모습 역시 가정의 행복이 기본임을 보여주는 한 면이기도 하다. 탈세 혐의로 법정에까지 서고 메시 주변의 달라진 인간 관계들 속에서도 그는 극복해 내고 경기에 충실하고 있다.

 

가슴 앞에 있는 엠블럼을 위해 뛰면 등 뒤에 있는 이름이 기억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량에 지다
조열태 지음 / 퍼스트북(도서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임진왜란의 막바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앞두고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러 각도로 짚어가며 펼쳐 보이는 추리 소설이다.

소설인 만큼, 작가의 상상력에 맡기고, 독자도, 그가 이끌어 가는 진로를 따라 가 보며 의문을 풀어가는 행로에 놓여있게 된다.

 

노량 해전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죽음은, 그 상황이 복잡한 구도 속에 있었고, 피해도 되는, 하지 않아도 되는 전쟁이 아니었는가, 그럼에도 장군은 필사적으로 북을 쳤었고 결국 적의 총탄에 노출되었다 는 점에서 장군의 고의적인 자살에 가까운 죽음이 아니었던가 라는 추측과 전사냐 자살이냐를 놓고도 여러 갈래로 의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선조와 정치권의 압박, 장군을 둘러싸고 있던 복잡했던 상황들이 장군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도록 몰아갔던 것은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7 년 간이나 조선 땅과 백성들을 유린했던 왜적을 고이 집으로 돌려 보내지 않을 것을 놓고도 하지 않아도 될 전쟁 이라며 무리지어 말리는 파가 있었고, 그것에 맞서야 했다는 것도 장군의 죽음을 둘러 싼 추측들이 많이 발생하는 여러 원인 중의 하나 였던 것으로 떠오른다. 그래서 이 소설의 출발점은 우선, 선조로부터 나온다.

쫓겨가는 왜적을 치고 난 이후에 있게 될 지도 모르는 모반과 반란의 기운을 느낄만큼 선조의 군주로서의 지질한 태도를 스스로도 알고 있기는 했던 것인지. 장군이 전투를 치르고 난 후에 혹시라도 생겨날 지 모르는 의심할만한 상황을 보고 하라는 어명을 은밀하게 서교리 에게 내리고, 고금도에 도착한 서교리는 상황 파악에 들어가게 되는데......

 

내가 예상했었던 줄거리 보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던 등장 인물들, 이야기의 전개 등등이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나온다. 서교리가 도착하자마자 곧이어 발생하는 통제사 이순신 장군의 암살 미수 사건, 외부로 알리지도 않고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이 점에서 결국 노량 해전에서의 장군의 죽음과 연결되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커다랗고 눈에 확실히 보여지는 원인을 고찰 한다거나 분석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작게 시작한 징조 하나로  차츰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줌과 동시에 약간의 지루함도 안겨준다. 전체 300 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에서 280 페이지를 넘어서는 순간까지도 이렇다할 답은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생각해 봤다.

 

장군 암살 미수 사건에 이은 수군 병사의 실족사, 고금도로 가는 배 위에서 만났던 여인, 마치 탐정 역할을 하듯이 뒤를 캐고 물어 들어가는 서 교리, 사건 발생만 있을 뿐 지지부진한 실마리, 이렇다 할 해답도 없이 노량 해전의 그 날은 다가 오고 있었다.

 

결론 부분에 가서야 해설 같은 답이 나오기는 하지만, 나라를 위하는 것이 백성을, 백성을 위하는 것이 곧 임금을, 그 끝이 어째서 임금이 되는 것이며, 임금이 나라나 백성 보다도 더 우위에 있는 것이 16세기 7년 전쟁의 최대 비극이었다는 생각이다. 백성이 하늘이고 하늘을 배 곯게 하거나 노하게 하면 하늘이 그 나라의 왕도 버릴진대 그 백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은 임금이 백성 위에 군림하던 그 시대의 불운아 였다는 생각도 버릴 수가 없다.

박 희출이 표현했던, 썩어 빠진 정치권, 가진 자들의 횡포, 나라를 엎어버릴 요량으로 혁명을 꿈꾸었다는 말이 어색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수 많은 백성들을 사지에 버려두고 저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도망쳤다는 행동에서 보여졌던 이기심, 임금과 신하라는 통제사와의 관계에서는 임금 이라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서 나라를 구하고자 몸 바치고 있는 신하에게, 그 신하가 전투에서 승리를 해 나갈 때 격려를 주고 어떤 방식이든 힘을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신하가 힘을 얻어 배신하려는 것은 아닐까고 의심하고 훼방을 놓으려고 했었던, 임금이라는 권력을 마구 남용했던 점, 이순신 대 선조, 두 남자 대 남자로서의 행동에서도 졸렬하기 그지 없었던 질투에 가까웠던 비겁함까지......

긴 전쟁 기간 동안에 죽고 싶은 심정 이었을 것이다고 추측은 되었지만, 외부로부터의 압박,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는, 계모처럼 윽박 지르기만 하는 상황에서의 정신적인 피로감은 그 무게를 말로 표현 못하였으리라.

 

이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다시 한 번 더 이런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누를 길이 없었다.

역사 추리 소설 한 편 읽어 가면서 장군의 노량 해전, 그 치열했던 전투를 다시 돌아다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에서 일어나는 것이 정말일까?

현실 속에서, 서울의 어느 지역에서, 티아 하우스 라는 것이 있고, 거기 살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티아 할머니의 존재감은 이렇게 반신반의로 다가 왔다.

 

평범함,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희미한 두려움 속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 티아 하우스를 찾아 그 평범한 만남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었다.

 

티아 하우스로부터 초대를 받은 친구를 따라 작가는 티아 하우스를 방문하게 되고 티아 할머니와 빛자루 아줌마를 만난다.

그 안에서, 만나고, 스쳐 지나고, 알게 되는 여자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8월 1일의 신부, 12월 14일의 신부 등, 전직이 드레스 디자이너 이기도 했었던 티아 할머니의 드레스를 입어 보기도 하고, 미혼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그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 보기도 한다. 그것이 곧 브릿지 타임 이라는 것으로, 이야기의 주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마흔이 주는 쓸쓸함과 중압감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주제는 다양하게, 모두 12번의 브릿지 타임을 가짐으로써 마음의 중심을 찾아가는 여행이 계속된다.

 

30 쪽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금세 티가 났다. 벗어놓은 신발들은 그녀들이 가지고 온 이야기들처럼 달라 보였다.

고단하고 아름다운 여정을 잠시 멈추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여자들. 나는 신발과 그들의 주인을 번갈아 보았다. 내 느낌이 맞았다. 신발과 주인은 닮았다.

 

문체들이 아름다우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가져올 만큼 편안하고 수수하다. 티아 할머니의 노트도 마련이 되어 있는데, 그녀의 연륜에서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옥같은 조언들이 기록되어 있다.

시간을 견디지 말고 경험해라, 단단하고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나를 단련하는 시간으로, 힘든 시간은 리듬을 타야 한다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은근한 힘을 주기도 한다.

 

114 쪽

티아하우스에 오기 전의 나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친구들이 있었지만 긴 세월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결혼을 했거나, 애인이 생겼거나, 생활에 시간을 다 빼앗겼거나, 아니면 그 어떤 이유도 없이 사라져버렸거나.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지내는 주말이 많아질수록 나는 혼자 있는 것도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이 곳에 오기 전 나는 점점 나의 세계가 작고 초라해 진다고 생각했다. 그건 타인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도 닿아 있었다. 그 전에는 세상에 두 종류의 여자만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 말이 많아지는 여자, 그리고 더욱 말이 없어지는 여자.

 

브릿지 타임을 거치면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게 되고 위로도 얻게 되는, 작가가 표현했던 바 대로 선물같은 시간을 독자인 나도 함께 받은 느낌이 들었다.  단풍을 기다리는 나이에서 부터 이제 막 단풍들기 시작하는 나이에서도 여자들이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시간, 그것은 평범함으로 위안을 주는 특별한 시간임에 분명해 보였다.

 

책의 구성도 참 아름답고 마음에 닿아와서 밑줄 긋고 싶은 부분도 많았던, 위로가 되는 멋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에게, 전주 - 전주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소설가 이병천의 진짜 전주 이야기
이병천 지음, 안봉주 사진 / 꿈의지도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주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머금고 있을지 미처 몰랐다.

전주 대사습 놀이 라는 것을 대중매체로 접했을 때 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그 전주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이미 알아 차렸어야 했다.

     <오지도 가지도 않으면서 볼 것 없다 하실라요?>

이 한 마디에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전라북도에 위치하고 있는 전주는 내가 있는 부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 아니다. 가깝고 멀고의 거리상의 문제도 자주 방문하는데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 보다는 마음적으로 가고 싶은가의 솟구침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더 큰 동기가 된다고 생각이 된다. 이렇듯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뿐만 아니라 거리에 비례한 마음적인 의욕도 멀리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전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라는 마음이 발동하게 된 것은 경기전, 전동성당, 한옥마을을 서너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 내에 급하게 한 바퀴 돌고 난 이후에 생긴 아쉬움이 원인이었다.

 

경기전 내에서 보여지던 전동성당, 성당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던 아쉬움의 순간, 그리고 한옥마을 전망대에 올라서서 잠시 바라 본 그 짧은 순간들은 뭔가 좀 더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쉽지 않게 했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골목마다 특색있는 음식들을 맛 보고 싶게 했고 벽에 적혀있던 역사적인 순간들, 동학 관련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많은 이야기들을 머금고 있을 것만 같았던 동네였다.

 

이제 그 아쉬웠던 순간을 자세히 풀어주는 작가의 맛깔스런 문체가 여기 있다.

전주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다는 작가의 전주 사랑을 독자로서는 한껏 맛 볼 수 있다.

 

전주의 그 곳과 맛과 멋으로 나누어 직접 갔었어도 미처 느낄 수 없었던 상세하고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이 성계의 어진을 보관 중이라던 경기전으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여러 왕들의 어진들 까지도 같이 모셔 뒀다는 것도 간과했었던 이야기였고, 동학과 천주교의 슬픈 그 날이 있었음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주가 영화의 거리도 갖고 있다는 사실, 유명한 영화들을 이미 많이 찍었고, 무엇보다 영화 전문 도서관이 있다니 부산 국제 영화제가 매년 열리는 부산에서 그런 도서관이 있기나 한 지 궁금해진다.

승암사는 아름다운 마을, 중바우에 있는데 한 때 진묵대사가 수행했다고 한다. 그는 완주 봉서사에서 멀리 합천 해인사에 불이 난 걸 신통력으로 감지하고는 상추에 물을 적신 뒤 해인사까지 그것을 뿌려 불을 껐다는 일화도 재미있다.

전주 수목원의 꽃댕강 나무, 나뭇가지를 부러 뜨리면 땡강 하고 소리를 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 그리고 모주 도 맛을 보고 왔어야 했다. 전주 어미들이 자식을 위해 빚었다는 술 아닌 듯 술인 약 같은 술.

 

이 책을 읽으면서, 가 보았던 곳은 그 곳 대로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고, 먹어보지 못했던 그 맛,  가 보지 못한 그 길에서 서성대고 싶은 마음이 설레임과 동시에 일어났다.

전주에 가 보지 않은 독자는 물론이고 전주에 가 보았던 독자는 그 독자대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흥미로운 일화와 역사 이야기, 장소와 맛을 직접 혹은 다시 한 번 더 느끼고 싶어서 마음이 들썩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