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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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일어나는 것이 정말일까?

현실 속에서, 서울의 어느 지역에서, 티아 하우스 라는 것이 있고, 거기 살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티아 할머니의 존재감은 이렇게 반신반의로 다가 왔다.

 

평범함,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희미한 두려움 속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 티아 하우스를 찾아 그 평범한 만남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었다.

 

티아 하우스로부터 초대를 받은 친구를 따라 작가는 티아 하우스를 방문하게 되고 티아 할머니와 빛자루 아줌마를 만난다.

그 안에서, 만나고, 스쳐 지나고, 알게 되는 여자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8월 1일의 신부, 12월 14일의 신부 등, 전직이 드레스 디자이너 이기도 했었던 티아 할머니의 드레스를 입어 보기도 하고, 미혼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그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 보기도 한다. 그것이 곧 브릿지 타임 이라는 것으로, 이야기의 주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마흔이 주는 쓸쓸함과 중압감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주제는 다양하게, 모두 12번의 브릿지 타임을 가짐으로써 마음의 중심을 찾아가는 여행이 계속된다.

 

30 쪽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금세 티가 났다. 벗어놓은 신발들은 그녀들이 가지고 온 이야기들처럼 달라 보였다.

고단하고 아름다운 여정을 잠시 멈추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여자들. 나는 신발과 그들의 주인을 번갈아 보았다. 내 느낌이 맞았다. 신발과 주인은 닮았다.

 

문체들이 아름다우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가져올 만큼 편안하고 수수하다. 티아 할머니의 노트도 마련이 되어 있는데, 그녀의 연륜에서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옥같은 조언들이 기록되어 있다.

시간을 견디지 말고 경험해라, 단단하고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나를 단련하는 시간으로, 힘든 시간은 리듬을 타야 한다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은근한 힘을 주기도 한다.

 

114 쪽

티아하우스에 오기 전의 나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친구들이 있었지만 긴 세월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결혼을 했거나, 애인이 생겼거나, 생활에 시간을 다 빼앗겼거나, 아니면 그 어떤 이유도 없이 사라져버렸거나.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지내는 주말이 많아질수록 나는 혼자 있는 것도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이 곳에 오기 전 나는 점점 나의 세계가 작고 초라해 진다고 생각했다. 그건 타인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도 닿아 있었다. 그 전에는 세상에 두 종류의 여자만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 말이 많아지는 여자, 그리고 더욱 말이 없어지는 여자.

 

브릿지 타임을 거치면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게 되고 위로도 얻게 되는, 작가가 표현했던 바 대로 선물같은 시간을 독자인 나도 함께 받은 느낌이 들었다.  단풍을 기다리는 나이에서 부터 이제 막 단풍들기 시작하는 나이에서도 여자들이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시간, 그것은 평범함으로 위안을 주는 특별한 시간임에 분명해 보였다.

 

책의 구성도 참 아름답고 마음에 닿아와서 밑줄 긋고 싶은 부분도 많았던, 위로가 되는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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