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전주 - 전주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소설가 이병천의 진짜 전주 이야기
이병천 지음, 안봉주 사진 / 꿈의지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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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머금고 있을지 미처 몰랐다.

전주 대사습 놀이 라는 것을 대중매체로 접했을 때 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그 전주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이미 알아 차렸어야 했다.

     <오지도 가지도 않으면서 볼 것 없다 하실라요?>

이 한 마디에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전라북도에 위치하고 있는 전주는 내가 있는 부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 아니다. 가깝고 멀고의 거리상의 문제도 자주 방문하는데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 보다는 마음적으로 가고 싶은가의 솟구침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더 큰 동기가 된다고 생각이 된다. 이렇듯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뿐만 아니라 거리에 비례한 마음적인 의욕도 멀리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전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라는 마음이 발동하게 된 것은 경기전, 전동성당, 한옥마을을 서너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 내에 급하게 한 바퀴 돌고 난 이후에 생긴 아쉬움이 원인이었다.

 

경기전 내에서 보여지던 전동성당, 성당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던 아쉬움의 순간, 그리고 한옥마을 전망대에 올라서서 잠시 바라 본 그 짧은 순간들은 뭔가 좀 더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쉽지 않게 했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골목마다 특색있는 음식들을 맛 보고 싶게 했고 벽에 적혀있던 역사적인 순간들, 동학 관련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많은 이야기들을 머금고 있을 것만 같았던 동네였다.

 

이제 그 아쉬웠던 순간을 자세히 풀어주는 작가의 맛깔스런 문체가 여기 있다.

전주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다는 작가의 전주 사랑을 독자로서는 한껏 맛 볼 수 있다.

 

전주의 그 곳과 맛과 멋으로 나누어 직접 갔었어도 미처 느낄 수 없었던 상세하고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이 성계의 어진을 보관 중이라던 경기전으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여러 왕들의 어진들 까지도 같이 모셔 뒀다는 것도 간과했었던 이야기였고, 동학과 천주교의 슬픈 그 날이 있었음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주가 영화의 거리도 갖고 있다는 사실, 유명한 영화들을 이미 많이 찍었고, 무엇보다 영화 전문 도서관이 있다니 부산 국제 영화제가 매년 열리는 부산에서 그런 도서관이 있기나 한 지 궁금해진다.

승암사는 아름다운 마을, 중바우에 있는데 한 때 진묵대사가 수행했다고 한다. 그는 완주 봉서사에서 멀리 합천 해인사에 불이 난 걸 신통력으로 감지하고는 상추에 물을 적신 뒤 해인사까지 그것을 뿌려 불을 껐다는 일화도 재미있다.

전주 수목원의 꽃댕강 나무, 나뭇가지를 부러 뜨리면 땡강 하고 소리를 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 그리고 모주 도 맛을 보고 왔어야 했다. 전주 어미들이 자식을 위해 빚었다는 술 아닌 듯 술인 약 같은 술.

 

이 책을 읽으면서, 가 보았던 곳은 그 곳 대로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고, 먹어보지 못했던 그 맛,  가 보지 못한 그 길에서 서성대고 싶은 마음이 설레임과 동시에 일어났다.

전주에 가 보지 않은 독자는 물론이고 전주에 가 보았던 독자는 그 독자대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흥미로운 일화와 역사 이야기, 장소와 맛을 직접 혹은 다시 한 번 더 느끼고 싶어서 마음이 들썩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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