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에 지다
조열태 지음 / 퍼스트북(도서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임진왜란의 막바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앞두고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러 각도로 짚어가며 펼쳐 보이는 추리 소설이다.

소설인 만큼, 작가의 상상력에 맡기고, 독자도, 그가 이끌어 가는 진로를 따라 가 보며 의문을 풀어가는 행로에 놓여있게 된다.

 

노량 해전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죽음은, 그 상황이 복잡한 구도 속에 있었고, 피해도 되는, 하지 않아도 되는 전쟁이 아니었는가, 그럼에도 장군은 필사적으로 북을 쳤었고 결국 적의 총탄에 노출되었다 는 점에서 장군의 고의적인 자살에 가까운 죽음이 아니었던가 라는 추측과 전사냐 자살이냐를 놓고도 여러 갈래로 의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선조와 정치권의 압박, 장군을 둘러싸고 있던 복잡했던 상황들이 장군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도록 몰아갔던 것은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7 년 간이나 조선 땅과 백성들을 유린했던 왜적을 고이 집으로 돌려 보내지 않을 것을 놓고도 하지 않아도 될 전쟁 이라며 무리지어 말리는 파가 있었고, 그것에 맞서야 했다는 것도 장군의 죽음을 둘러 싼 추측들이 많이 발생하는 여러 원인 중의 하나 였던 것으로 떠오른다. 그래서 이 소설의 출발점은 우선, 선조로부터 나온다.

쫓겨가는 왜적을 치고 난 이후에 있게 될 지도 모르는 모반과 반란의 기운을 느낄만큼 선조의 군주로서의 지질한 태도를 스스로도 알고 있기는 했던 것인지. 장군이 전투를 치르고 난 후에 혹시라도 생겨날 지 모르는 의심할만한 상황을 보고 하라는 어명을 은밀하게 서교리 에게 내리고, 고금도에 도착한 서교리는 상황 파악에 들어가게 되는데......

 

내가 예상했었던 줄거리 보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던 등장 인물들, 이야기의 전개 등등이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나온다. 서교리가 도착하자마자 곧이어 발생하는 통제사 이순신 장군의 암살 미수 사건, 외부로 알리지도 않고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이 점에서 결국 노량 해전에서의 장군의 죽음과 연결되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커다랗고 눈에 확실히 보여지는 원인을 고찰 한다거나 분석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작게 시작한 징조 하나로  차츰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줌과 동시에 약간의 지루함도 안겨준다. 전체 300 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에서 280 페이지를 넘어서는 순간까지도 이렇다할 답은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생각해 봤다.

 

장군 암살 미수 사건에 이은 수군 병사의 실족사, 고금도로 가는 배 위에서 만났던 여인, 마치 탐정 역할을 하듯이 뒤를 캐고 물어 들어가는 서 교리, 사건 발생만 있을 뿐 지지부진한 실마리, 이렇다 할 해답도 없이 노량 해전의 그 날은 다가 오고 있었다.

 

결론 부분에 가서야 해설 같은 답이 나오기는 하지만, 나라를 위하는 것이 백성을, 백성을 위하는 것이 곧 임금을, 그 끝이 어째서 임금이 되는 것이며, 임금이 나라나 백성 보다도 더 우위에 있는 것이 16세기 7년 전쟁의 최대 비극이었다는 생각이다. 백성이 하늘이고 하늘을 배 곯게 하거나 노하게 하면 하늘이 그 나라의 왕도 버릴진대 그 백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은 임금이 백성 위에 군림하던 그 시대의 불운아 였다는 생각도 버릴 수가 없다.

박 희출이 표현했던, 썩어 빠진 정치권, 가진 자들의 횡포, 나라를 엎어버릴 요량으로 혁명을 꿈꾸었다는 말이 어색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수 많은 백성들을 사지에 버려두고 저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도망쳤다는 행동에서 보여졌던 이기심, 임금과 신하라는 통제사와의 관계에서는 임금 이라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서 나라를 구하고자 몸 바치고 있는 신하에게, 그 신하가 전투에서 승리를 해 나갈 때 격려를 주고 어떤 방식이든 힘을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신하가 힘을 얻어 배신하려는 것은 아닐까고 의심하고 훼방을 놓으려고 했었던, 임금이라는 권력을 마구 남용했던 점, 이순신 대 선조, 두 남자 대 남자로서의 행동에서도 졸렬하기 그지 없었던 질투에 가까웠던 비겁함까지......

긴 전쟁 기간 동안에 죽고 싶은 심정 이었을 것이다고 추측은 되었지만, 외부로부터의 압박,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는, 계모처럼 윽박 지르기만 하는 상황에서의 정신적인 피로감은 그 무게를 말로 표현 못하였으리라.

 

이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다시 한 번 더 이런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누를 길이 없었다.

역사 추리 소설 한 편 읽어 가면서 장군의 노량 해전, 그 치열했던 전투를 다시 돌아다 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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