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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 소금 세계사를 바꾸다 등 세계가 인정하는 역사 분야 최고의 작가 미국의 마크 쿨란스키의 명저 《대구》가 새로운 표지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감수를 더해 재출간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가 되어 훌륭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어부 집안 출신으로 대구잡이 어선에 승선한 바 있는 마크 쿨란스키가 [시카고트리뷴]의 카리브해 특파원으로서 대구를 7년간 밀착 취재하고 고증해 완성한 작품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일생에 읽을 책 100’, 뉴욕시립도서관 선정 ‘최고의 책’ 등에 이름을 올리며 그 가치를 명백히 인정받은 책입니다. 저자는 “어떤 물고기는 인류의 삶을 좌우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생각하지 않은 역사를 뒤바꾼 물고기‘대구’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판매하는 대구의 양을 1인당 10파운드씩으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양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몇 사람은 생선을 못 사고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누군가 어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나머지 물고기는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북아메리카의 돌출부에 자리 잡은 페티하버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란, 이들이 지난 1000년간 흥청망청 이어진 어업에서도 하필이면 제일 끝물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대구에 관해 알고 싶다고요. 그럼 제가 한 말씀 드리죠. 그는 한 손을 입에 갖다 대고 속삭이는 듯한 시늉을 했다. ”이제는 대구가 하나도 없어요.“ ---P.296
고래를 사냥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과, 고래를 구경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자연은 오락과 교육을 위한 귀중한 예시로 축소되는 중이며, 이는 사냥보다 훨씬 덜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원을 제외하고는 자연이 전혀 남지 않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P.306
찰스다윈을 도와 진화론 정립에 기여한 과학철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 리가 영향력 있는 위원회를 이끌며 남획의 폐해를 주장하는 어민들을 오히려 비과학적으로 몰아붙였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습니다. 설화에 따르면 오병이어의 기적은 당시 예수가 군중을 먹이기 위해 곱절로 늘렸던 생선이 바로 대구라고 합니다. 그랬던 대구가 이제 그야말로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해에서도 명태가 잡히지 않은지 오래 되었고 검푸른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던 대구는 생물학적으로 아직 멸종되지 않았을지 모르나 상업적으로는 이미 멸종한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이 책은 그저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한 종의 물고기에 관한 책이 아닌 대구가 일으킨 역사의 소용돌이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보전 따위는 없었어요. 그때만 해도 잡을 물고기는 충분히 많았어요. 다만 잡을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p.27
대구는 10개 과에 걸쳐 200개 이상의 종으로 분류되는데 그 대부분은 북반구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 살고 있으며 대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억 2000만 년 전에 테티스해에서로 추정합니다. 테니스해는 과거 지구에서 동서 방향으로 펼쳐지며 다른 모든 바다와 연결되었던 열대 바다를 말하는데 결국에는 북쪽의 바다와도 합쳐져 대구는 북대서양에 사는 물거기가 되어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를 잇는 육교가 끊어지자 대구는 북태평양으로도 진출한게 된 것입니다.
대구라는 물고기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삶과 문화, 역사, 환경문제까지 저널리스트의 냉철한 시각으로 생생하게 다룬 내용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거친 바다를 건너 바이킹의 모허므 뉴잉글랜드 귀족의 찬생, 미국의 독립혁명, 대구 전쟁 등 인류의 행보 사이사이에 대구가 일으킨 세계사는 처음 알게 된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놀라웠습니다. 저자는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바다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인류의 대응에 따라 자연과 생물은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기후 위기와 지구의 위기는 바다의 위기로도 연결됩니다.
위기에 처한 바다는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바닷물의 온도 역시 높아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해수면의 상승은 해양 산성화로도 이어지며 해양 생물들도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남획으로 인해 대형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추고 파괴적인 어업으로 해양 생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심각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나 실천하려고 노력은 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해양의 생태는 복잡하고도 긴밀하게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새롭게 배우게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