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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평점 :

“기억나지 않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루잠이라는 단어가 있다.
잠시 깼다가, 이윽고 다시 잠에 빠지는 상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내린 그 날, 나는 세상과 나온 동시에 엄마의 마지막을 생을 끝냈습니다. 엄마의 모든 것을 바꿔 태어난 존재였기에 나의 삶은 항상 완벽하고 싶었고 또 완벽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잘 울지 않았고 웃는 얼굴이 가장 빠르게 상황을 끝내는 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다쳐도 웃게 되었고 속을 썩이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웃게 되었고 심지어 힘들어도 웃을 수 있게 되었지만 세상에 던져져 처음으로 이날은 눈물이 났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윤설의 삶은 언제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모진 세상을 홀로 견디는 동안 선과 악, 기억과 진실, 꿈과 현실의 경계는 조금씩 흐려지고, 마치 꿈을 꾸듯 교차하는 시공간의 조각들은 마지막에서야 하나의 퍼즐로 맞춰집니다.
모진 세상 속에서 홀로서기를 하며 2년의 길고 긴 지사장과의 재판은 끝이 납니다. 선의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일까, 끝내 보상받지 못한다해도 선함은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
다이어리를 품에 안았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느꼈다.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건 그 느낌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미 한 번쯤,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에 겪어 본 듯한 기분.
분명 기억은 사라졌는데 사라졌다는 사실만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공백 속에서 잊어서는 안 될 무엇인가가 나를 향해 조용히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 왔던 것처럼.
절대로 잊지 말라고.
---p.276

그루잠은 현실이라고 믿었던 세계와 그 너머의 낯선 공간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일상처럼 보이던 장면들이 조금씩 균열을 드러내고, 인물들이 마주하는 사건들은 독자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현실의 기준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작품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우리가 보고 믿는 세계는 어디까지가 실제인지에 대한 경계는 점차 흐려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처럼 소설은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 뒤, 끝내 하나의 질문 앞에 멈춰 세웁니다.
“내가 믿고 있던 세상은 과연 진짜였을까?”
53만 구독자 유튜브 <덕자전성시대>의 박보미 작가의 첫 장편소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이름, 덕자.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소설가 박보미로서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선과 악, 믿음과 배신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묘하면서도 어딘가 흐릿한 어둠이 비치는 독특한 상상력은 이제 화면을 넘어 한 편의 소설로 펼쳐진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미스터리라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판타지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름을 붙이든, 『그루잠』의 진짜 매력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이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