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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관하여 - 시몬 베유와의 대화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른 넷의 짧은 생, 불꽃처럼 살았던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신비주의자로 정치활동가였던 시몬 베유의 철학을 논하는 <신에 관하여>는 한병철 저자의 책으로 김영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피로사회와 투명사회 등으로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다양한 세대의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작가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새롭게 출간된 책이 반갑습니다. 2025년 ‘스페인의 노벨상’ 아스투리아스 공주상 수상 철학자 한병철저자의 최신작입니다.
“신은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신의 계시를 마주할 인간이다.”
“신은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신의 계시를 마주할 인간이다”는 한병철의 저서 『신에 관하여』에서 제시된 명제로, 현대 사회에서 신의 존재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계시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상실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시몬 베유의 사상을 바탕으로, 초월적 신의 부재와 인간 내면의 결핍,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청’과 ‘주의’의 중요성을 성찰합니다.
오늘날 종교가 처한 위기를 단순히 특정한 믿음 내용들이 타당성을 상실한 탓으로 우리가 더는 신을 믿지 않는 탓으로 또는 교회가 신뢰를 상실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의 부재를 일으키며 종교의 위기는 주의의 위기, 보기와 듣기의 위기로 저자는 말합니다.
“신은 죽지 않았다. 과거에 신은 인간에게 자신을 드러냈는데 신의 드러남을 마주할 인간이 죽었다.” 라는 문장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바라보지 않고 먹기만 하는 영혼은 관조적 능력을 상실했고 오늘날 만연한 주의력의 상실, 디지털 세계에서 대폭 강화된 자아, 고요의 상실과 같은 것이 그 구조적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창조성의 위기, 아름다움의 위기, 예술의 위기, 공동체의 위기, 삶의 위기의 근원이라 말합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사유하게 됩니다.

중독은 주의가 없어도 작동한다. 우리가 중독에 주의를 덜 기울일수록, 중독은 더 잘 작동한다. 중독을 일으키는 자극은 주의를 마비시킨다. ---p.17
과거에는 중독은 단순히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이었다면 현대사회는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온라인 쇼핑,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책에서는 오늘날의 중독사회는 주의 없는 사회로 중독과 도파민이 지각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중독과 주의는 상반된 두 힘으로 소셜미디어도 중독을 일으키는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그 알고리즘의 목적은 사람들을 의존하게 만드는 것,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중독의 편리함 뒤에는 거짓된 정보를 주기도 하면서 한계 된 기능으로 학습의 기회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주의 깊은 바라봄은 자연적 바라봄이 아니라 초자연적 바라봄이다. 이 바라봄은 권력의 경제를 초월한다. 사랑하는 바라봄, 우호적인 바라봄이다.---p.30
디지털화, 고립, 성과주의 사회 등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결핍은 현대인의 고립과 무의미함을 의미합니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위기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오늘날 만연한 주의력의 상실, 디지털 세계에서 대폭 강화된 자아, 고요의 상실과 같은 것이 그 구조적 원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프랑스의 지성 시몬 베유에 관해서는 그동안 잘 알지 못했습니다. 부유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의 한 요양원에서 영양실조로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 했습니다. 그의 삶 역시 평탄하지 않았는데 고교 철학 교사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했고, 영성 체험을 한 후 종교에 몰두하면서 세속 교회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었으며 나치 치하에서는 유대계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으면서도 유대 역사 및 유대교에 대해 더없이 적대적이었다고 합니다.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그의 사상은 알베르 카뮈, 앙드레 지드, T.S 엘리엇, 플래너리 오코너, 조르조 아감벤 등 당대 또는 후대 유명 작가와 철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이 책에 탈창조에서 아감벤의 글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신의 침묵 속으로 파고드는 경청과 주의, 초월에 관한 깊은 성찰의 내용 깊이 사유하게 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