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5. 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나는 막 태어난 뽀시래기였다. 천상 서울 여자였던 우리 엄마는 막내딸 옹알이에 한창 즐거우셨을테고, 그 당시 광주밖 사람들이 그랬듯,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셨다고 한다. 어쩜 그렇게 철저한 언론 통제가 가능했을까.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나 그런 사건을 알게 되었고, 동시대인으로 나또한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의 5.18 의식을 더욱 고취시켜준 건 강풀의 만화 26년이었다. (그러구 보면 그 인간이 지금껏 떵떵거리며 살아있고, 지금도 뻔뻔한 태도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친일파가 활개를 치며 국가 환수 땅을 돌려달라 소송을 하는 것만큼이나 불쾌하고 불편하다.)
문화는 힘이 세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정말 꼭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5.18을 다루기도 하지만 한강 작품 중 최고로 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 택시드라이버도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았다.

매년 그래도 추모하며 기린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오늘 샷시공사가 잡혔고, 내일이 빨간날이라 온통 신경이 그리로 가 있었다.

심지어 난장판인 집에서 밥을 못먹어 살짝 빠져나와 아점으로 사먹은 콩나물국밥집 티비에서 뉴스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오늘이 5.18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거다. 오마이 갓!

그래서였을까 스마트 도서관에서 한 눈에 확 들어온 이 책. 읽으며 다시금 추모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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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9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5-18 2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년이온다>도서관서 빌려와 읽는 중인데 <채식주의자>보다 잘 쓴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당시 사진이 가득담긴 책을 보여줘서 빨리 안 편이예요.
한강의 이 책 표지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소설 읽다 들여다보니 다르게 느껴지네요.ㅠ

붕붕툐툐 2021-05-19 21:57   좋아요 0 | URL
미미님 아버님 멋지셔요. 미미님 완전 타이밍 잘 맞는 독서하시는군요. 소년이 온다 정말 잘 썼어요.

bookholic 2021-05-18 22: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년이 온다>에 한 표~~ 회사 일에 정신없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한 시간 남짓 남은 오늘 남은 시간은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을 추모하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5-19 21:58   좋아요 0 | URL
올핸 진짜 모르고 지나갈 뻔 했어요. 언론에도 거의 언급이 안 되더라구요..ㅠㅠ

새파랑 2021-05-18 23: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년이 온다 읽어봐야 겠네요. 그때의 민주화운동이 있었기에 지금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 오늘이 가기 전에 추모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5-19 21:59   좋아요 1 | URL
네~ 강추입니다. 맞아요. 근데 항상 잊고 사는게 참..ㅠㅠ

감은빛 2021-05-21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광주의 비극은 그 상황과 규모가 조금씩 바뀐 채 아직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철거민 탄압과 용산참사가 그 예가 되겠죠.
제가 여러 현장에서 겪었던 용역들과 경찰들의 폭력이 그 예가 될 수 있구요.
평택 미군기지반대 투쟁이 펼쳐졌던 대추리에서도 군인들이 국민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죠.
수많은 노동자 투쟁 현장에서 흘린 피들이 그 예시이고,
전경의 방패에 쓰러진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을 비롯해 수많은 농민들 역시 그 증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살인자가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세상,
살인자를 국민 세금으로 경호해주는 나라,
살인자의 가족들이 수많은 재산을 불리며 배불리 잘 사는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리가 없겠죠.

붕붕툐툐 2021-05-21 18:42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네요.. 공권력이 여전히 횡포를 부리며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하고 있으니까요. 하.. 정말 더 반성하게 되네요..ㅠㅠ

coolcat329 2021-05-29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이 온다...읽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5-30 04:06   좋아요 0 | URL
아이쿵! 감사합니다~ 만날 책은 언젠가 만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