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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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민족문학연구소 기획소설집

 

 

그는 서른 살이었다. 서른이란 상황에 따라 '무려'와도 어울리지만 '겨우'와도 어울릴 수 있는 나이 아닌가. 딱히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살기에는 늦은 나이가 아니지만 마땅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죽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물론 그런 일에 적당한 나이가 따로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P.35-

 

1.

 

 사회에서 지우고 싶은게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결국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썩어빠진 정치인,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 못하는 정부, 몇달동안 고생해도 벌기 힘든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 등 생각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뜩 그것들이 사라질 세상이 과연 존속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현실보다 더 지독한것을 요구하는 또다른 제도가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것들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을 접어 두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무척이나 부조리한 것들이 많습니다. 부자인 사람들은 계속해서 부자인채 살아가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 가난을 되물림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모두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감히 그 세계에 대항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사실 무엇부터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거니와, 그 본질 적인 문제는 너무 거대한 힘을 가진 것들이고, 나 역시 그러한 세상안에서 달콤한 무언가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떤 특별한 이름도, 재기발랄한 명칭도 아닌 그저 '잠'이었다. 지름이 0.5밀리미터에 불과한 아주 작은 크기의 알약, 잠. 빨간색과 파란색이 절반으로 나뉘어 물결치듯 합쳐진 모양새의 그것은 태극 문양처럼 저롣 있으면서도 묘하게 부드러워 보였다. 잠이라니, 사람들은 그 이름의 단숨함에 웃었으나 그것이 가져올 효과를 궁금히 여겼다. 혈관 콜레스테롤, 고혈압과 당뇨, 위장 속쓰림, 변비, 두통, 생리통, 하체 부종까지 개선시킨다며 이런저런 수십 가지의 건강 보조 기능까지 갖춰 나온 '잠'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P.190-

2.

 

 한겨례 출판에서 새 책이 나왔습니다. 얼마전 리뷰한 <굿바이 동물원>에서 말했듯이 '한겨례 출판'의 책들은 상당히 사회 비판적입니다. 현대의 많은 문학 작품이 사회의 병폐와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겨례 출판'의 작품들은 단연 진보적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포맷하시겠습니까?>는 민족문학연구소라는 문학단체에서 선정한 8인의 젊은 작가의 작품을 묶은 책인데요. 그 내용이 무척이나 묵직합니다.

 

 젊은이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우리 아버지 세대가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다릅니다. 저희 아버지는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성세대가 상당히 보수적이며 변화를 두려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의 작가들과, 기성 세대의 작가들 간에도 작품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김미월, 김애란을 비롯한 8인의 젊은 작가들은 사회의 병폐에 대해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 젊은이들이 인식하기에는 너무 많이 잘못되어가고 있다구요.

 

 개인적으로는 그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김애란'작가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 3년 차,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을 지녔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늘 조금씩 모자라는 느낌은 채워지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실제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옷차림을 따라하고, 잡지에 나오는 유명인들의 행동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모습이요.

 

 

 

두려움에 미쳐버린 아이들은 아침마다 한 명을 골라 창밖으로 밀어냈다. 자살한 소녀의 영혼이 자기를 죽이기 전에 먼저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누군가 죽어야 아이들은 안도했다. 서로의 눈을 피하다가도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내일은 쟤를 죽이자는 눈짓으로 다른 이를 가리키기 바빴다.

 

-P.246-

3.

 

 모든 젊은 작가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글을 써나가는건 아닙니다. 많은 현대의 작품들이 사랑과, 자기 내면의 고독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젊은이들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되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지만 그보다는 다른것이 주가 된 이야기들 이지요.

 

 그런 세태 속에서 이렇듯 냉철하세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작품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과거 김미월 작가의 <여덟번째 방>이라는 책을 읽으며 참 많이 공감하였던 기억이 작품을 읽으며 다시한번 되살아 났습니다. 세상은 노력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겁니다. 그들의 손에서 나온 의미있는 글들이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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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움을 켜다 - 사랑한 날과 사랑한 것에 대한 예의
최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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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움을 켜다 / 최반

 

 

'일생에 단 한 번만 진정한 사랑이 오는 걸까?'

'단 한 번 도착하는 사랑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불행해지는 걸까?'

'사랑한 무게만큼의 그리움은 단지 형벌에 불과한 걸까?'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오랫동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강물은 흘러가고 밤은 더 깊어졌다.

 

-자전거를 남기고 간 남자 중-

 

 

 

1.

 

 '인디아 블로그'라는 연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남자는 잊기 위해 인도로 향했고, 한 남자는 찾기 위해 인도로 향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잊고자하는 남자는 찾았고, 찾고자 하는 남자는 잊었습니다. 두 남자를 머나먼 타지로 이끈것은 바로 '사랑'이였습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책만큼 개인적입니다. 그리고 그 개인적인 이유중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이유로 베낭을 쌌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베의 반짝이는 카바이드 등 아래서, 텅빈 관람차 안에서 순간 순간 생각나는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참으로 버거웠습니다.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해 본 적도, 사랑 받아 본 적도 없었던 스무 살 철부지에게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시간이 지난 오늘에는 많은것이 무뎌졌습니다. 감성적인 글귀들을 보며 유치하다 웃어넘기고, 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 그런 유치하고, 극단적이였던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립습니다. 사랑때문에 울고 웃었던 그때의 무모함이요.

 

 

 

 

 

그런 때가 있었어. 누군가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많이 불편했던...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싫은 내색을 하고 떨어뜨릴 이유를 만들어냈었지.

조금만 참을 걸 그랬어. 불편함은 따뜻함을 안고 있는 캥거루의 주머니 같은 건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캥거루의 주머니 중-

2.

 

 아린 이별의 끝에서 한 남자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236일의 기간동안 수 많은 사람들과 감정들을 마주하며 당연한 진실을 깨닫습니다. 사랑은 잊는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함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요.

 

 혹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감성팔이라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저 역시 그런 오글거리는 감성에 조금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내가 하는 사랑이 가장 아름다우며, 로맨틱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 깨져버렸을 때 감당하지 못합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와 이런일을 함께했던 사람이 내가 싫어졌다고 말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지요.

 

 특별한 것이 아니였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 합니다. 아직 더 특별한 사랑이 다가오는 중이구나라구요.

 


 

 

 

고개를 돌려 제이를 바라보니, 제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표정으로 파란 하늘에 펼쳐진 그물을 응시하고 있었어. 거기 무언가 걸린 것처럼 안타까운 얼굴이었지만 나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같이 왔으면 좋았을 그 사람을 이제 억지로 미워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물에 걸려 있던 그것이 몸을 뒤틀어 강으로 다시 돌아갈 테니까.

 

-미운 그 사람 중-

3.

 

 책은 단순히 사랑 얘기만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주가 되는 내용은 상처받은 마음을 이끌고 치유해 간다는 이야기지만, 그 치유 과정 속에는 사랑 외의 다른 감정들도 풍부하게 녹아있습니다.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사실 사랑을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그때의 설레임을 기억조차 못하겠습니다. 그때는 죽을만큼 아프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건 내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때, 집착이라는 이유로 붙잡아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게 사랑이 아닌 우정이라는 핑계에서라도 말이죠. 단순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이 오랜시간 놓지못해 결국 새로운 사랑을 하는것도 힘들게 만듭니다. 소중한걸 놓아보낼줄도 알아야 하는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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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스트하우스
가쿠타 미쓰요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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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스트 하우스 / 가쿠타 미츠요

 

 

그건 그렇더라도 쿠레바야시 씨한테 쿠레바야시 씨의 생활이 있다는 것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여행 중에 만났고 여행 중이라고 하면 누구나 일상과 격리된 곳에서 우두커니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여햇에서 돌아와 그 사람이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실제로 거실에서 안경을 쓰고 성인비디오를 보고 있는 여자는 내가 알고 있던 쿠레바야시 씨가 아닌 것처럼 생각됐다.

 

-P.49-

 

1.

 

 여행을 하다보면 숙소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하게 됩니다. 편안하고 아늑한 미니호텔이냐, 불편하고 시끄럽지만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냐 베낭여행족에게 숙소에 대한 보기는 보통 이 두가지로 압축됩니다. 게스트 하우스에 묶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머니가 가벼운 베낭여행자들 입니다. 여행할 때 친구와 함께라면 부담없이 숙소를 잡겠지만, 혼자 여행을 할 때 호텔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외롭기도 하구요. 반면 게스트 하우스는 베낭여행자들로 시끌벅적 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히 술도 들어가고 한국에서는 하지 못할 비밀스러운 고민들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사실 <도쿄 게스트 하우스>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였습니다.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서인지 '게스트 하우스'라는 단어에 먼저 손이 가더군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비일상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기분은 언제나 극복하기 어려우니까요. 아마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던 젊은이들도  대부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태국의 북쪽에 위치한 첸마이라도 좋고 아니면 인도에서 가까운 네팔의 포카라라도 좋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향하는 중계지점에 위치하고 이동에 지친 여행자가 잠시나마 오랫동안 체류하는, 피난처 같은 게스트하우스는 어디에도 있다.

그런 여관은 틀림없이 그 특유의 지친 모습을 하고있다. 여행자는 현실감이라곤 거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헐렁해빠진 차림새를 하고 너저분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아무 계획도 없는 새로운 시간 속에서 유유히 누워있다.

 

-P.69-

 

2.

 

 책의 주인공 아키오는 반 년 동안 아시아 각국을 여행하고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대책없는 그에겐 머물곳도, 돈도 없지요. 설상가상 애인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생겼습니다. 결국 그는 여행중에 알게된 쿠레바야시에게 전화를 걸고, 그녀의 낡은 집에서 하룻밤 300엔의 저렴한 가격에 머물게 됩니다. 쿠레바야시의 집은 과거 할머니가 하숙을 목적으로 지은 집이라 방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전히 여행의 비일상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청춘들이 머물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여전히 새로운 모습 그대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섹스를 하고, 식료품을 도둑질 합니다. 하지만 아키오는 그들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는 아키오에게 다정합니다. 아키오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들없이 혼자 지내게 될 일상이 두렵습니다. 지긋지긋하고, 뻔하디 뻔한 일상이 말이죠.

 

 하지만 이 완벽할 것 같던 세상도 '여행의 제왕'이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망가집니다. 여행에 배테랑인척 하는 중년의 남자는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는 독불 장군이지요. '제왕'의 등장으로 아키오는 '게스트 하우스'역시 중계지점에 불과한 결국 떠나야 하는 곳이라는걸 깨닫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인 쿠레바야시는 이를 당연스럽게 인식하며 자유롭게 베낭을 쌉니다. 아키오는 그 순간 무언가 변하지 않는 진실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안으로 들어가는 일에는 주저하였다. 내게 있어 불쾌한 인간관계가 소용돌이치는 그 집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기분은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방을 빌린다면 어떤 생활이 될까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혼자 일어나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나가고 정식을 먹고 혼자서 귀가해 맥주를 마시고 잠이 든다. 그런 독거노인 같은 생활을 상상하니 부동산의 문을 여는 일은 아무래도 할 수 없었다. 으시으시한 코뮌놀이라고 마리코는 말했지만 나는 역시 여행의 여운이 남은 그 집에서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여자들이나, 매일 밤 개에게 먹이를 주는 무뚝뚝한 남자나, 성인비디오의 광고 카피를 쓰는 여자와 같이 있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P.127-

3.

 

 현실의 세상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아키오가 없는 세상속에서도 일상은 나름대로의 형태로 돌아가지요. 그 속에서 여행자들은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 찾고 싶은걸지도 모릅니다. 이 반복되는 현실속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나는 이런 경험을 하고 왔어 라는걸 자랑하고 싶은거지요. 하지만 세상의 이목은 그렇게 그들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수 많은 여행자들이 비슷한 여행을 하고,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비일상을 경험하다 옵니다. 결국 비일상이라 칭해지는 것들도 하나의 일상처럼 느껴지는거지요.

 

 여행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행에서 얻은 순도 100%의 무언가는 본인 스스로 인식하고 성장해야 하는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알리려 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겁니다. 아키오는 마지막 이런 진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겉모습이 아닌 본인 스스로 느끼는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것을요. 마지막 조금 애매한 마무리는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기가 잘맞아 더욱 와닿았던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치부를 들킨것 같아 부끄러운 기분도 들지만, 의외로 즐거웠습니다. 나는 현실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걸까요. 순도 100%의 무언가를 과연 느껴본적 있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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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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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 시마다소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왜 살아 있는 것일까? 남이 내게 잔인한 짓을 했다면 그 적에게 복수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 선까지 용서를 받을 것인가? 명예가 무참히 짓밟히고, 살아 있는 일조차 부정당하고, 노예로 전락한 것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면 상대를 죽여 그 육체를 갈기갈기 찢어발겨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야훼가 그랬던 것처럼. 야훼는 인간인 내게 어느 선까지 그 행위를 용서해줄 것인가?

 

-P.86-

 

1.

 

 사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점성술 살인사건>밖에 읽지 않아, 그의 작품이 어떻다는 얘기는 쉽게 꺼내기가 꺼려집니다. 하지만 <마신유희>까지 두권의 책을 접하며 미스터리 팬들이 왜 그렇게 '시마다 소지'라는 이름에 믿음을 갖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방대한 양의 지식들이 하나의 작품속에 녹아들어가있는데도, 어색함이 없이 술술 읽힙니다. 마지막 반전도 저에겐 충격적이였고,(사실 초반에 의심을 품긴 했다만 작가의 설정인줄 알았습니다.) 네스호라는 익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것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정말 한마디로 재밌는 책입니다. 유대교의 종교적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이것도 재미있고, 그런 전설과 연결되어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트릭을 알고 본 탓에 기대 이하의 평가를 내렸었는데, <마신유희>를 읽으며 새삼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깨달았습니다. <마신유희>는 작가 스스로가 A급 트릭을 썼다고 자부했을 정도로 그 반전이 뛰어났는데, 생각보다 이슈가 안된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간에게는 정이 있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인간이라면 한도라는 게 있는 법이야. 이건 너무 잔인해. 미친 게 아니야, 미친 사람한테도 한도라는 게 있어. 이 녀석은 애초에 이런 존재인 거라고, 그러니까 어빈의 말이 맞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한테 보여주고 있는 거야. 보여주면서 즐거워 하고 있는 거지. 사람의 머리와 개의 몸을 붙여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 녀석은 노출 취미를 가진, 상식을 벗어난 녀석이야. 인간이 아니야. 악마, 글자 그대로 악마. 인간과는 감성이 전혀 달라. 이런 발상은 완벽한 악마의 발상이라고."

 

-P.267-

2.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뇌과학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그는 기묘한 정신병 증상을 가진 측두엽 간질 환자 로드니 라힘을 만나게 됩니다. 소설은 미타라이가 동료 교수들에게 로드니 라힘과 관련된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시작됩니다.

 

 '기억의 화가'라 불리는 로드니는 네스 호반의 마을 티모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지요. 어린시절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50이 넘은 로드니는 티모시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냅니다. 마을의 지리는 물론이거니와, 성벽의 벽돌 개수까지 완벽하게 재현합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 속에는 뭔가 이상한게 보입니다 살해당한 듯 보이는 여인들이지요. 그는 단순히 머리가 시키는대로 그림을 그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티모시에는 그의 그림과 똑같은 형태로 여자들이 죽어 나갑니다. 개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봉합해놓은 잔인한 살인자는 인간의 짓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살해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마신의 저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네스 호에 사는 마신이 상반신을 수면 위로 드러낸 채 목을 쥐어짜며 울부짖고 있었다. 아니 혹은, 길고 또 길게 여운을 남기는 기묘한 목소리로 주위 상황에 아랑곳없이 통곡하고 있었다. 호면은 짙은 안개로 덮여 있어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이때 나는 머릿속으로 또렷하게, 물 위에 있는 기괴한 괴물의 모습을 보았다.

 

-P.280-

3.

 

 책의 매력포인트는 으스스한 네스호의 풍경과, 신화, 미신 등이 뒤섞인 이야기 입니다. 트릭 자체도 놀랐지만 그보다는 그 이야기 속에 이런 트릭을 담아 냈다는게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진실과 마주했을때 그 당황스러움과, 한명 한명 살해될때의 그 두려움은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 시킵니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한국에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 많더군요. 아직 읽을 책들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릴테지만 빠른 시일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유럽의 느낌을 일본작가가 무척이나 재미있게 그려냈습니다. 본격추리를 좋아하시는 이웃분들께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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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100배 즐기기 - 앵커리지.페어뱅크스.주노 & 인사이드 패시지 100배 즐기기
알에이치코리아(RHK) 편집부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알래스카 100배 즐기기 / RHK 

 

 

 

가을 밤, 오로라의 출현을 기다리며 카누를 젓는다. 노가 수면을 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세계. 별들의 깜빡임이 호수를 빛낸다.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 순서대로 중력과의 간격이 사라져가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그것은 노를 젓는다기보다 오히려 날아 오르는 것 같고, 머지 않아 카누는 우주선 같이 달무리 속으로 미끄러져 간다.

 

-P.46-

 

1.

 

 알래스카를 생각하면 전 '러브픽션'이라는 영화가 먼저 생각납니다. 위에 첨부한 영상 때문인데요. 경쾌한 멜로디와, 하정우와 공효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그 차가운 공간이 역설적으로 무척이나 따스하게 느껴져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 오줌을 싸면 얼어버린다는 극한의 추위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글쎄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을뿐더러,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기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알래스카'는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신혼여행으로 자주가는 '하와이'보다 더 가깝지만, 한국에서 직항이 없어 멀게 느껴질 뿐입니다. 우리는 매체를 통해 알래스카는 점점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알래스카를 여행했다는 지인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봤습니다 물론 동남아나, 유럽만큼 많이는 아니지만 그 비중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독특한 자연환경과,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 바로 '알래스카'입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일상적으로 자동차만큼이나 비행기로 많이 이동한다. 실제로 학교가 없는 마을이 있어도 비행장이 없는 마을은 없을 정도다. 조종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의 비율이 미국 전체 평균의 8배, 인구에 비례한 소형 비행기의 수가 14배라는 것만 봐도 알래스카에서 비행기는 매우 친숙한 이동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자 역시 마찬가지로, 비행 관광을 매우 쉽게 즐길 수 있다.

 

-P.74-

 

2.

 

 개인적으로 랜덤하우스 코리아의 '100배 즐기기'시리즈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기존에 론리플래닛을 보며 여행을 해봤지만 서툰 영어 실력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서양인의 관점에서 쓰여진 가이드북이라 한국인의 여행 취향과는 조금 어긋난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100배 즐기기'는 베낭여행자를 위한 책입니다. 물론 패키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보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여행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베낭여행자들에게 커다란 방향을 잡아줍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본인이 준비를 해야겠지만, 일단 큰 틀은 이 책 한권이면 충분합니다.

 

 이번 '알래스카'편 역시 저렴한 숙소와, 맛집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른 시리즈와는 다르게 앞쪽에 액티비티 가이드라는 부분을 따로 만들어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알래스카'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오로라관측, 하이킹, 야생동물 관찰, 포토그래피, 카누&카약, 캠핑, 낚시, 크루징, 비행관광, 사이클링, 윈터 액티비티 등 야외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은 다른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체험입니다. 감성적인 소개로 흥미를 끌어낸 뒤 뒷부분에 상세한 자료들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이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별한 코스가 아닌 자기만의 비밀코스를 만들어 걸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만의 생각을 한다는건 여행에서 돌아온 일상에서도 오랜시간 기억에 남는 추억일 것 같습니다.

 


 

 

 

장대한 자연이 우리들을 끌어들이는 알래스카. 관광이 알래스카의 주요 수입원이 된 지금, 개발에 따른 자연 파괴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P.333- 

 

3.

 

 내년즈음 교환학생을 다녀오려고 계획중입니다. 아직 활실하진 않지만 전문적인 영어 능력을 요구로 하는 한국의 기업들에 맞춰가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인것 같습니다. 성적이 된다면 미국권으로 가고싶지만, 성적이 안된다면 호주쪽으로 워킹비자를 받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과정중에 꼭 '알래스카'라는 도시를 들려보고 싶어졌습니다. 미국의 49번째 주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들지만, 그곳에서 즐길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들이 남들과는 다른 경험으로 남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직 어느것 하나 확정된 것이 없지만 책을 한권 읽은것 만으로도 마음이 뛰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알래스카' 가이드북이 아닐까 싶은데요. 기대보다 훨씬 더 풍부한 자료로 만나볼 수 있게 되서 좋았습니다. '알래스카' 여행을 계획중인 사람이라면, 이색적인 여행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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