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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움을 켜다 - 사랑한 날과 사랑한 것에 대한 예의
최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10월
평점 :

여행 그리움을 켜다 / 최반
'일생에 단 한 번만 진정한 사랑이 오는 걸까?'
'단 한 번 도착하는 사랑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불행해지는 걸까?'
'사랑한 무게만큼의 그리움은 단지 형벌에 불과한 걸까?'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오랫동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강물은 흘러가고 밤은 더 깊어졌다.
-자전거를 남기고 간 남자 중-
1.
'인디아 블로그'라는 연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남자는 잊기 위해 인도로 향했고, 한 남자는 찾기 위해 인도로 향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잊고자하는 남자는 찾았고, 찾고자 하는 남자는 잊었습니다. 두 남자를 머나먼 타지로 이끈것은 바로 '사랑'이였습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책만큼 개인적입니다. 그리고 그 개인적인 이유중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이유로 베낭을 쌌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베의 반짝이는 카바이드 등 아래서, 텅빈 관람차 안에서 순간 순간 생각나는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참으로 버거웠습니다.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해 본 적도, 사랑 받아 본 적도 없었던 스무 살 철부지에게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시간이 지난 오늘에는 많은것이 무뎌졌습니다. 감성적인 글귀들을 보며 유치하다 웃어넘기고, 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 그런 유치하고, 극단적이였던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립습니다. 사랑때문에 울고 웃었던 그때의 무모함이요.

그런 때가 있었어. 누군가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많이 불편했던...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싫은 내색을 하고 떨어뜨릴 이유를 만들어냈었지.
조금만 참을 걸 그랬어. 불편함은 따뜻함을 안고 있는 캥거루의 주머니 같은 건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캥거루의 주머니 중-
2.
아린 이별의 끝에서 한 남자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236일의 기간동안 수 많은 사람들과 감정들을 마주하며 당연한 진실을 깨닫습니다. 사랑은 잊는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함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요.
혹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감성팔이라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저 역시 그런 오글거리는 감성에 조금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내가 하는 사랑이 가장 아름다우며, 로맨틱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 깨져버렸을 때 감당하지 못합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와 이런일을 함께했던 사람이 내가 싫어졌다고 말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지요.
특별한 것이 아니였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 합니다. 아직 더 특별한 사랑이 다가오는 중이구나라구요.

고개를 돌려 제이를 바라보니, 제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표정으로 파란 하늘에 펼쳐진 그물을 응시하고 있었어. 거기 무언가 걸린 것처럼 안타까운 얼굴이었지만 나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같이 왔으면 좋았을 그 사람을 이제 억지로 미워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물에 걸려 있던 그것이 몸을 뒤틀어 강으로 다시 돌아갈 테니까.
-미운 그 사람 중-
3.
책은 단순히 사랑 얘기만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주가 되는 내용은 상처받은 마음을 이끌고 치유해 간다는 이야기지만, 그 치유 과정 속에는 사랑 외의 다른 감정들도 풍부하게 녹아있습니다.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사실 사랑을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그때의 설레임을 기억조차 못하겠습니다. 그때는 죽을만큼 아프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건 내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때, 집착이라는 이유로 붙잡아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게 사랑이 아닌 우정이라는 핑계에서라도 말이죠. 단순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이 오랜시간 놓지못해 결국 새로운 사랑을 하는것도 힘들게 만듭니다. 소중한걸 놓아보낼줄도 알아야 하는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