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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마신유희 / 시마다소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왜 살아 있는 것일까? 남이 내게 잔인한 짓을 했다면 그 적에게 복수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 선까지 용서를 받을 것인가? 명예가 무참히 짓밟히고, 살아 있는 일조차 부정당하고, 노예로 전락한 것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면 상대를 죽여 그 육체를 갈기갈기 찢어발겨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야훼가 그랬던 것처럼. 야훼는 인간인 내게 어느 선까지 그 행위를 용서해줄 것인가?
-P.86-
1.
사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점성술 살인사건>밖에 읽지 않아, 그의 작품이 어떻다는 얘기는 쉽게 꺼내기가 꺼려집니다. 하지만 <마신유희>까지 두권의 책을 접하며 미스터리 팬들이 왜 그렇게 '시마다 소지'라는 이름에 믿음을 갖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방대한 양의 지식들이 하나의 작품속에 녹아들어가있는데도, 어색함이 없이 술술 읽힙니다. 마지막 반전도 저에겐 충격적이였고,(사실 초반에 의심을 품긴 했다만 작가의 설정인줄 알았습니다.) 네스호라는 익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것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정말 한마디로 재밌는 책입니다. 유대교의 종교적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이것도 재미있고, 그런 전설과 연결되어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트릭을 알고 본 탓에 기대 이하의 평가를 내렸었는데, <마신유희>를 읽으며 새삼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깨달았습니다. <마신유희>는 작가 스스로가 A급 트릭을 썼다고 자부했을 정도로 그 반전이 뛰어났는데, 생각보다 이슈가 안된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간에게는 정이 있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인간이라면 한도라는 게 있는 법이야. 이건 너무 잔인해. 미친 게 아니야, 미친 사람한테도 한도라는 게 있어. 이 녀석은 애초에 이런 존재인 거라고, 그러니까 어빈의 말이 맞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한테 보여주고 있는 거야. 보여주면서 즐거워 하고 있는 거지. 사람의 머리와 개의 몸을 붙여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 녀석은 노출 취미를 가진, 상식을 벗어난 녀석이야. 인간이 아니야. 악마, 글자 그대로 악마. 인간과는 감성이 전혀 달라. 이런 발상은 완벽한 악마의 발상이라고."
-P.267-
2.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뇌과학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그는 기묘한 정신병 증상을 가진 측두엽 간질 환자 로드니 라힘을 만나게 됩니다. 소설은 미타라이가 동료 교수들에게 로드니 라힘과 관련된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시작됩니다.
'기억의 화가'라 불리는 로드니는 네스 호반의 마을 티모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지요. 어린시절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50이 넘은 로드니는 티모시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냅니다. 마을의 지리는 물론이거니와, 성벽의 벽돌 개수까지 완벽하게 재현합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 속에는 뭔가 이상한게 보입니다 살해당한 듯 보이는 여인들이지요. 그는 단순히 머리가 시키는대로 그림을 그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티모시에는 그의 그림과 똑같은 형태로 여자들이 죽어 나갑니다. 개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봉합해놓은 잔인한 살인자는 인간의 짓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살해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마신의 저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네스 호에 사는 마신이 상반신을 수면 위로 드러낸 채 목을 쥐어짜며 울부짖고 있었다. 아니 혹은, 길고 또 길게 여운을 남기는 기묘한 목소리로 주위 상황에 아랑곳없이 통곡하고 있었다. 호면은 짙은 안개로 덮여 있어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이때 나는 머릿속으로 또렷하게, 물 위에 있는 기괴한 괴물의 모습을 보았다.
-P.280-
3.
책의 매력포인트는 으스스한 네스호의 풍경과, 신화, 미신 등이 뒤섞인 이야기 입니다. 트릭 자체도 놀랐지만 그보다는 그 이야기 속에 이런 트릭을 담아 냈다는게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진실과 마주했을때 그 당황스러움과, 한명 한명 살해될때의 그 두려움은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 시킵니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한국에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 많더군요. 아직 읽을 책들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릴테지만 빠른 시일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유럽의 느낌을 일본작가가 무척이나 재미있게 그려냈습니다. 본격추리를 좋아하시는 이웃분들께 강력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