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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평점 :

하루키 하루키 / 히라노 요시노부
이 가운데 「달리 전을 보고」, 「감상석 : 베그 현악 4중주단」, 「감상석 :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세 기사에 대해, 우라즈미는 "조금 어설픈 데는 있지만, 훗날의 하루키의 에세이 같은 데서 보이는 이야기의 특징이 이미 나타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글재주라는 점에서 보면 확실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조숙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P.24-
1.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일본작가는 단연코 '무라카미 하루키'일 겁니다. 책이랑 담을 쌓은 사람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한번쯤 들어봤을 테니까요. 2001년 국내에 소개된 <상실의 시대>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러한 '하루키' 열풍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식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1Q84>는 물론이고, 소설이 아닌 에세이와 잡문집 또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해 있으니까요. 아마 '하루키'라는 이름 자체가 메이커가 되어버린 흔치않은 작가일 겁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저 역시 <상실의 시대>를 접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하루키'의 매력에 빠져 팬이 되기를 자처했지요. 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재대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완전한 대중문학도, 그렇다고 완전한 순문학도 아닌 작품들은 그 주제라던지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메시지보다도 개인의 내면에 몰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얼핏 현대인의 자폐성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으로 정의 내리기엔 지나친 비약일겁니다. 그렇게 복잡 미묘한 하루키의 문학관은 작가인 '하루키'를 이해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종래의 순문학과 대중 문학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둘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작품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지점에서 『노르웨이의 숲』이 설령 사소설과 유사한 수법으로 창조되었다고 해도, 전통적인 시점만으로 이 작품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P.100-
2.
소설은 이야기의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적인 세계입니다. 그 세계를 만들어 낸것이 작가이기 때문에 소설은 작가의 가치관을 담고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소설을 이해할 때에는 그 소설과 더불어 작품 외적인 관점에서 작가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있어 <하루키 하루키>는 하루키의 문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하루키 평전' 입니다. 현존하는 작가의 평전이라니.. 사실 책을 읽으며 제가 생각했던 책의 느낌과는 많이 달라 당황했습니다. 첫장부터 하루키의 아버지와 어머니, 하루키의 어린시절 기억등을 다루고 있는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객관적인 인용을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내용이라던지, 소설에 쓰인 문장들을 인용하여 증명하는 방식의 책은 저자인 '히라노 요시노부'가 정말 '하루키'의 광 팬이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그렇게 하루키의 인생을 다루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포인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순수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에 연연하고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 두 작품이 후보작으로 올라갔지만 최종적으로 그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이후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측해보는 과정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는데요. 아마 순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의 작풍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옛 제자들은 입을 모아 '그분은 정말 좋은 스승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저는 스승으로서 아버지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저는 그분의 학생이 아니었으니까요."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겸손하다고, 혹은 냉담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이 피로 연결된 부자였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는 것 같다.
...
언제부터인지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버지 지아키의 관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부자 관계에 대한 흥미 본위의 접근 이전에 하루키가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여러 가지 사항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P.160, 165-
3.
에세이집과 잡문집을 통해 조심스레 추측했던 생각들이 <하루키 하루키>에서의 내용과 닮아 있기도 하고, 다르기도 해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하루키는 프라이버시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추측성 글을 쓴 작가가 매장당해 본명으로는 책을 낼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 전설처럼 전해진다고 하니까요. 그렇게 사생활에 철저한 사람이기에 독자로서는 더욱 궁금증이 돋을수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글을 쓰는 작가가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책의 전반부에 하루키의 인생을 다룬다고 앞에서 이야기 했는데요. 후반부는 '하루키'의 작품들을 짧막하게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부분은 조금 아쉬웠는데요.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책의 줄거리를 굳이 책분량을 늘리면서까지 집어넣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하루키의 인생을 보고, 다시 훑어본 하루키의 문학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빠른 시일내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때 이 책을 옆에 끼고 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