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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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루키 / 히라노 요시노부

 

 

이 가운데 「달리 전을 보고」, 「감상석 : 베그 현악 4중주단」, 「감상석 :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세 기사에 대해, 우라즈미는 "조금 어설픈 데는 있지만, 훗날의 하루키의 에세이 같은 데서 보이는 이야기의 특징이 이미 나타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글재주라는 점에서 보면 확실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조숙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P.24-

 

1.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일본작가는 단연코 '무라카미 하루키'일 겁니다. 책이랑 담을 쌓은 사람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한번쯤 들어봤을 테니까요. 2001년 국내에 소개된 <상실의 시대>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러한 '하루키' 열풍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식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1Q84>는 물론이고, 소설이 아닌 에세이와 잡문집 또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해 있으니까요. 아마 '하루키'라는 이름 자체가 메이커가 되어버린 흔치않은 작가일 겁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저 역시 <상실의 시대>를 접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하루키'의 매력에 빠져 팬이 되기를 자처했지요. 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재대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완전한 대중문학도, 그렇다고 완전한 순문학도 아닌 작품들은 그 주제라던지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메시지보다도 개인의 내면에 몰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얼핏 현대인의 자폐성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으로 정의 내리기엔 지나친 비약일겁니다. 그렇게 복잡 미묘한 하루키의 문학관은 작가인 '하루키'를 이해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종래의 순문학과 대중 문학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둘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작품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지점에서 『노르웨이의 숲』이 설령 사소설과 유사한 수법으로 창조되었다고 해도, 전통적인 시점만으로 이 작품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P.100-

 

2.

 

 소설은 이야기의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적인 세계입니다. 그 세계를 만들어 낸것이 작가이기 때문에 소설은 작가의 가치관을 담고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소설을 이해할 때에는 그 소설과 더불어 작품 외적인 관점에서 작가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있어 <하루키 하루키>는 하루키의 문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하루키 평전' 입니다. 현존하는 작가의 평전이라니.. 사실 책을 읽으며 제가 생각했던 책의 느낌과는 많이 달라 당황했습니다. 첫장부터 하루키의 아버지와 어머니, 하루키의 어린시절 기억등을 다루고 있는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객관적인 인용을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내용이라던지, 소설에 쓰인 문장들을 인용하여 증명하는 방식의 책은 저자인 '히라노 요시노부'가 정말 '하루키'의 광 팬이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그렇게 하루키의 인생을 다루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포인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순수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에 연연하고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 두 작품이 후보작으로 올라갔지만 최종적으로 그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이후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측해보는 과정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는데요. 아마 순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의 작풍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옛 제자들은 입을 모아 '그분은 정말 좋은 스승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저는 스승으로서 아버지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저는 그분의 학생이 아니었으니까요."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겸손하다고, 혹은 냉담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이 피로 연결된 부자였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는 것 같다.

 

...

언제부터인지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버지 지아키의 관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부자 관계에 대한 흥미 본위의 접근 이전에 하루키가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여러 가지 사항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P.160, 165-

 

3.

 

 에세이집과 잡문집을 통해 조심스레 추측했던 생각들이 <하루키 하루키>에서의 내용과 닮아 있기도 하고, 다르기도 해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하루키는 프라이버시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추측성 글을 쓴 작가가 매장당해 본명으로는 책을 낼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 전설처럼 전해진다고 하니까요. 그렇게 사생활에 철저한 사람이기에 독자로서는 더욱 궁금증이 돋을수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글을 쓰는 작가가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책의 전반부에 하루키의 인생을 다룬다고 앞에서 이야기 했는데요. 후반부는 '하루키'의 작품들을 짧막하게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부분은 조금 아쉬웠는데요.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책의 줄거리를 굳이 책분량을 늘리면서까지 집어넣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하루키의 인생을 보고, 다시 훑어본 하루키의 문학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빠른 시일내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때 이 책을 옆에 끼고 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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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111展 : 히말라야의 꿈 - 달라이 라마, 사진으로 만나다
김경상 외 49명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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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111展 / 김경상 外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반대하여 인도로 망명, 인도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수립하였다. 그 후 지금까지 불교의 자비를 내세운 세계평화를 주장하여 왔기에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자비의 상징으로 여겨져서 노벨평화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 뒤에 세계평화상, 부스벨트 자유상, 독일 미디어상, 마하트마 간디 국제하해와 평화의 상을 받아 그의 평화정신과 화해, 그리고 자비정신을 온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 티베트 사람들의 종교적 정치적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P.11-

 

1.

 

 '달라이 라마'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인도에서 였습니다. '프렘단'에서 봉사활동을 할때, 그곳에서 장기 봉사를 하는 의대생 형을 만나게 됐는데요. 그 형이 자신이 이곳에서 봉사하게 된 계기를 '달라이 라마'라는 인물 때문이라 설명했기 때문에 머릿속에 깊이 인상이 박혀있습니다. 후에 한국에 돌아와 '달라이 라마'가 누군지, 과연 어떤 사람이기에 한사람의 인생에 변화를 주었는지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인물이 바로 이 '달라이 라마'였습니다.

 

 '달라이'는 몽골어로 '큰 바다'라는 뜻이고, '라마'는 티베트어로 '영적스승'이라는 의미로 '달라이 라마'는 '넓은 바다와 같이 넓고 큰 덕을 소유한 스승'이란 뜻이 됩니다. 환생이라는 믿음에서 절대적 권위와 법왕제 실시로 정치적 권위까지 부여 받은 이 인물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데요. 현재의 '텐진 갸초'는 14번째 '달라이 라마'라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릅니다.

굽어지는 길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P.77-

 

2.

 

 사실 책은 '달라이 라마'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보다는 그를 만나러 떠난 과정에 있어서의 사진들과, 달라이 라마와 그에대한 여러 인물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사진보다는 티베트의 승려들, 그곳의 아이들, 그리고 자연풍경 등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 있어 큰 불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한 인물에 대해 주구장창 떠드는것보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의 풍경이 순례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였던 책의 구절은 위에 인용한 '동행'이라는 글의 한 부분이였습니다. 함께 가는일. 그것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르겠다는 다정하면서, 잔잔한 어조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책은 이렇듯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진과 글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항상 기도해 봅니다.

밝은 빛이 어두워지지 않기를

누군가의 기도와 사랑이 내게 와 닿으면 눈물로 다시 한 번 밝은 빛을 뿜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밝아진 그 빛이 창문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P.128-

 

3.

 

 한국에서 '달라이 라마'를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염려하여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인의 방문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 경제적 상황에 분통이 터졌는데요. 그렇게 접견하기 어려운 인물이기에 그를 만난 작가의 감동은 더욱 컸을 겁니다. 아마 '프렘단'에서 만난 의대생 형도 마찬가지였겠죠. 인도에 갔을때 그를 만나보지 못한게 지금에 와서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다는것이 참으로 큰 위안이 됩니다. 읽는 내내 행복해지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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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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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 할런 코벤

 

 

그것은 내가 정치적 정당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정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샤미크가 백인 밀집지역인 리빙스턴 출신에 금발머리를 가진 학생회 부회장이었다면, 그리고 그 두 남학생이 흑인이었다면 아마 상황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P.64-

 

1.

 

 한밤중의 숲에 방문해 본 적이 있습니다. 빛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속, 이름모를 짐승들의 울음소리는 성인이 된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 무서운 기억입니다. 명절날 파주에 있는 시골에 내려가면, 가장 먼저 찾는게 옆집에 사는 S군였습니다. 사촌들과는 위로도 아래로도 너무 차이가 많이나 어울리기 힘들었고, 나이가 같은 S군만이 심심한 시골에서 나를 구해줄 시켜줄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역시 또래의 친구가 필요했던 S군은 저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줬습니다. 뒷산에 올라 먹을 수 있는 버섯들과, 열매들을 알려주며, 산에대한 많은 지식들을 가르쳐줬죠. 그렇게 날이 저물어 갈즘 S군은 제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한밤중에 산에 올라가면 토끼와 다람쥐는 물론,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멧돼지도 볼 수 있다고 말이죠. 한낮에도 안보이는 동물들이 껌껌한 밤중에 보일리가 없지만 당시에 저는 이야기를 믿을만큼 멍청했었습니다. 혼자서 토끼를 잡아 어른들에게 자랑해야겠다는 생각은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 강했고 결국 혼자 숲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몇 발자국 지나오지 않았는데 랜턴빛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있었고,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는 더이상 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동물은 보지 못한채 엉엉 울음만 내지른채 집으로 뛰어왔습니다. 잠자던 부모님은 겁도 없이 미쳤다며, 회초리를 드셨고 그날의 감각은 제게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예전의 아이들은 엄청난 자유를 누렸다. 그들은 어둠 속에 어떤 불운이 숨어 있는지 몰랐다. 그들 중에는 여름캠프에 참가해본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당시 캠프장 관리인들은 아이들의 안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밤마다 아이들은 캠프장 주변 숲으로 들어갔고, 그중 몇몇은 거기서 살아나오지 못했다.

 

-P.160-

 

2.

 

 '할런 코벤'의 <숲> 전반부를 보며, 전 제가 경험한 기억을 다시끔 떠올렸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온갖 짐승들이 울어대는 그 숲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실종되고, 죽은 채 발견됩니다. 캠프를 떠난 4명의 아이들이였습니다. 숲으로 간 아이들 중 2명은 시체로 발견되었고, 나머지 2명은 실종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넓은 숲 어딘가에 실종된 아이들이 묻혀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20년이 지난 뒤 실종된 아이로 추청되는 인물이 죽은지 얼마 안된 시체로 발견됩니다. 또 다른 실종자의 오빠 '폴 코플랜드'는 시체의 신원이 당시 실종된 '길 페레즈'임을 확신하지만 정작 '길 페레즈'의 부모는 사실을 부인합니다. 하지만 뭔가 의심스러운 증거들이 하나 둘 발견되고, '폴'은 동생 '카밀'이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지금까지 읽은 '할런 코벤'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관 없을것 같은 이야기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엮이며, 결말부에 이르러 완벽한 하나의 조각이 되어 완성되었었는데요. 이번 작품 <숲>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검사인 '폴 코플랜드'가 맡고있는 강간사건과, 그가 어릴적 경험한 끔찍한 사건이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종반부에 이르러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완성됩니다. 그 전개 과정이 억지로 끼워 맞춘것 같지 않고 딱 맞아 떨어지는것이 이 책이 '할런 코벤'의 작품이라구나 라는걸 새삼 깨닫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는 그게 가장 궁금했었다. 웨인 스튜벤스가 카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마고 그린에게 했던 것처럼 몸을 꽁꽁 묶어놓고 겁을 주지는 않았는지. 더그 빌링엄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몸부림치다가 상처를 입지는 않았는지. 인디애나와 버지니아의 피해자들처럼 그가 카밀을 산 채로 매장했는지.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지. 얼마나 겁이 났을지.

 

-P.469- 

3.

 

 어쩌면 제가 혼자 갔던 그 숲에는 북한에서 넘어온 무장 간첩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정말 멧돼지가 있어 어렸던 저를 뿔로 받아 잡아먹었을지도 모르구요. 어린아이다운 순수함은 때론 무지에 가깝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요. 아마 이야기의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때 사람들은 그것을 묻고 싶어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숲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비밀은 안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숲에 묻고 나오고 싶었지만, 그 비밀이 너무 무거운 탓에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죠.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정말 쉬지않고 읽어 나간것 같습니다. 그만큼 '할런 코벤'의 작품은 몰입도가 뛰어난데요. <숲>은 그의 작품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였습니다. 어쩌면 제가 경험한 '숲'의 이미지가, 책속에 등장한 '숲'의 이미지로 연상되어 더욱 인상적인게 아니였나 싶네요. '숲'에 숨기고 싶은 그들의 충격적인 비밀이 무척이나 서글프게 느껴졌던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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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방향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 최고古의 동네
설재우 지음 / 이덴슬리벨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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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방향 / 설재우

 

 

서촌에 처음 와본 사람들은 서울에 이런 동네도 있냐고들 한다. 청와대와 밀접해 개발 제한이 있는 덕분에 한옥과 골목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경복궁과 어울려 도시 같지 않은 예스러운 동네 모습을 보고 방문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 고도제한이 있어서 인왕산과 북악산의 능선이 고스란히 보이고, 서울시내에서 하늘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네다. 깊이 있는 음식은 천천히 먹을수록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서촌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링 외에도 가슴 깊이 느낄 거리가 있는 곳이다.

 

-P.7-

 

1.

 

 자신이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에 애착이 가는건 당연한 일일겁니다. 특히나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 둘 담겨있는 장소들은 성인이 된 지금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달려가기 바빴던 좁은 골목의 분식점들과, 재미있는 만화책이 가득 차 있던 만화방 등. 지금은 그 자리에 새로운 점포가 들어섰지만 그 길을 지나갈때면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하나 둘 생각납니다.

 

 '서촌'은 우리가 흔히 효자동으로 알고있는, 경북궁 서쪽에 위치한 마을을 일컫습니다. 청와대와 밀접해 있어 개발 제한이 걸려있는 이 지역은 과거식 한옥과, 현대식 빌라가 함께 어우러진 조금은 독특한 공간입니다. 사실 저도 경복궁까지만 가봤지, 인근에 이런 특별한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책의 저자인 설재우씨는 이곳 서촌에서 30년을 살아온 '서촌 토박이'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어간 그는 서촌의 멋과, 맛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블로그를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동네 소식지까지 만들어 무료로 배포합니다. 그의 이 유별난 서촌 사랑에 책을 읽는 내내 서촌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수도 한복판인 서울에서 우리 어린 시절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던,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만 느껴졌던 서촌의 마지막 오락실 용 오락실은 2011년 봄이 지나가던 날 문을 닫았다. 소식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다른 곳이 사라질 때보다 훨씬 더 아쉬웠다. 나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망가지고 사라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며칠간 고민하다 용 오락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지금은 서촌을 연구하고 알리는 곳인 서촌공작소로 사용하고 있다.

 

-P.188-


2.

 

 우리에게 '북촌'은 무척이나 익숙하지만 '서촌'은 많이 낯섭니다. 친구들에게도 '서촌'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니 서대문 근처가 아니냐는 반문이 되돌아 오더군요. 아직은 '효자동'이라는 명칭이 더욱 익숙한 '서촌'만의 매력은 아마 골목일 겁니다. 서울 시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의 지적도와 현재의 지적토가 가장 근접하게 일치하는 곳이 바로 서촌이라고 하는데요. 그 정도로 서촌의 골목은 역사가 깊고 아름답습니다. 때문에 여러 영화의 배경지로도 활용되는데요. 얼마전 개봉한 <러브픽션>과 <건축학개론>의 배경 역시 서촌이라고 합니다. 수지와 이제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골목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달달해 집니다.

 

 서촌의 골목을 걷다 출출해졌을때를 대비한 맛집 소개역시 책은 완벽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명물통닭집부터, 학창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떡볶이와, 짜장면까지 소박한 서민들의 음식들은 여느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지 않은 오직 서촌의 토박이들만 알고 있는 비밀일 겁니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내려오신 떡볶이 할머니의 짠한 사연과, 좋은 고기만을 판매한다는 부부의 밝은 미소등은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지만 정직합니다. 책은 음식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그곳의 매력을 더욱 진하게 자아냅니다.

 

 

 

 

서촌공작소 한쪽에 전시해놓은 벽수산장 모형을 볼 때면 실제로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이 우리 동네에 있었다니 쉽게 믿기지가 않는다. 옛 자료사진을 보면 벽수산장 주변은 전부 초가집이었음을 알 수 있다. 벽수산장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강렬한 대비는 아픔으로 전해진다. 가난과 부의 공존은 소외감과 박탈감이 더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P.300-

 

3.

 

 책을 읽고 난 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서촌'이 그리워졌습니다. 왠지 모르게 나의 추억이 녹아 들어있을것 같은 마법같은 이야기에 마음이 동했나 봅니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 카메라를 들고 서촌으로 가봐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가는 곳이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 것 같은 '서촌'입니다.

 

 어떤이는 서촌 골목에 있는 낮은 담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범용 유리조각을 보고 '인정 넘치는 미소로 반겨주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날카로운 경계심으로 외부인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는것이 서촌을 닮았다.' 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잃어버린 추억을 찾고자 하는것은 나 자신의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서촌'역시 도시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영화에서와 같은 특별한 친절을 바라는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서운하게 받아들이자면, 서촌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내 나름의 이미지를 정하여 멋대로 평가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서운해 한다면. 아마 그것은 개인의 욕심일 겁니다. 그렇지만 특별한 일이 생길것 같다는 약간의 기대정도는 즐거운 여행을 도와주지 않을까 멋대로 판단해 봅니다. '서촌'의 멋진 모습을 충분히 즐길수있었던 좋은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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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 기담문학 고딕총서 14
워싱턴 어빙 지음, 김동준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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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 / 워싱턴 어빙

 

 

때는 바야흐로 공포정치가 한창이던 때로,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는 죽음의 기계는 언제든 누군가의 목을 내리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냉혹한 칼날에는 고결하면서도 두려움 없는자들의 피가 마를 새 없었다. 침묵으로 잠든 도시의 한가운데 우뚝 선 기요틴은 새로운 희생양을 기다리며 그 무시무시한 자태를 드러내고 서 있었다.

 

-P.13-

1.

 

 요즘 제가 관심을 두고 모으고 있는 시리즈 중 하나가,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기담문학 고딕총』입니다. 무섭고 신기한 이야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책에 실려있는 삽화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한편 한편 모으고 있습니다. 원래 20권 예정으로 계획되었으나, 출판사가 부도를 맞는 바람에 중단된 비운의 시리즈이기도 한데요. 고딕문학을 접하기 힘든 국내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출판사였는데.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슬리피 할로우>는 기담총서의 14번째 이야기 입니다. 사실 <슬리피 할로우>는 우리에게 팀버튼 감독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요. 영화의 원작이 바로 '워싱턴 어빙'의 소설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책의 이야기가 같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영화에 더 많은 스토리가 추가되었고, 변경되어있는데요. 비슷한 점은 목없는 기사가 등장한다는 점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 형체는 다름 아닌 헤센 기병대원의 유령으로, 독립전쟁중 어느 이름 없는 전투에서 포탄을 맞아 머리가 날아가버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어수룩한 밤이면 마치 날개라도 돋친듯 빠른 속도로 말을 타고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마음 주민들에게 목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유령의 출몰현장은 골짜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때때로 그는 마을의 도로나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교회 근처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P.31-

 

2.

 

 책은 총 다섯개의 짧막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신비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들 인데요. 읽는내내 우리나라 민담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 작가의 작품집임에도 우리나라 설화의 모티프와 중복되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문화에 맞게 만들어져 광포적으로 퍼져간것이 무척이나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작품인 <립 반 윙클>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몰랐던' 선경설화의 내용이 거의 흡사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슬리피 할로우>와 같은 이야기는 무척이나 신선합니다. 목 없는 기사가 출몰한다는 ‘슬리피 할로우’ 지역의 기괴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미국으로의 이주가 한창이던 당시 초기 이민자들의 풍습을 낭만적인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네덜란드 이주민들의 풍습이라던지 생활상이 잘 묘사되어 있어, 즐겁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앞에 말한 삽화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데요. 작품마다 한장 정도씩 들어있는 삽화들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욱 더해줍니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이야기는 <어느 독일인 학생 이야기>였는데요. 한국의 시애설화와 비교해 볼 수 있겠지만, 그 내용이 악마와 연관되며 더욱 오싹합니다. 특히나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소름이 싸악 돋을 정도였는데요.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작가의 필력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가 나무를 기어오르자 독수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커다란 날개를 펼쳐 깊은 숲 속으로 날아가버렸다. 톰은 앞치마를 펼쳐 내용물을 확인하곤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그 속에는 사람의 심장과 간이 함께 묶여 들어 있었던 것이다!

 

-P.108-

 

3.

 

 1800년대 쓰여진 작품들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무척이나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독립전쟁과 이주민등으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던 시절, 오늘날 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자연에 두려움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아마 그런 인간의 두려움이 허구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정령과, 악마 등의 형태로 변질되었기에 당시에 기기괴괴한 문학들이 더욱 많이 나왔던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출판사의 동 시리즈 <알함브라> 역시 워싱턴 어빙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고나니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 집니다. 오늘같이 차가운 겨울날 이국적인 공포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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