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방향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 최고古의 동네
설재우 지음 / 이덴슬리벨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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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방향 / 설재우

 

 

서촌에 처음 와본 사람들은 서울에 이런 동네도 있냐고들 한다. 청와대와 밀접해 개발 제한이 있는 덕분에 한옥과 골목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경복궁과 어울려 도시 같지 않은 예스러운 동네 모습을 보고 방문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 고도제한이 있어서 인왕산과 북악산의 능선이 고스란히 보이고, 서울시내에서 하늘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네다. 깊이 있는 음식은 천천히 먹을수록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서촌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링 외에도 가슴 깊이 느낄 거리가 있는 곳이다.

 

-P.7-

 

1.

 

 자신이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에 애착이 가는건 당연한 일일겁니다. 특히나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 둘 담겨있는 장소들은 성인이 된 지금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달려가기 바빴던 좁은 골목의 분식점들과, 재미있는 만화책이 가득 차 있던 만화방 등. 지금은 그 자리에 새로운 점포가 들어섰지만 그 길을 지나갈때면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하나 둘 생각납니다.

 

 '서촌'은 우리가 흔히 효자동으로 알고있는, 경북궁 서쪽에 위치한 마을을 일컫습니다. 청와대와 밀접해 있어 개발 제한이 걸려있는 이 지역은 과거식 한옥과, 현대식 빌라가 함께 어우러진 조금은 독특한 공간입니다. 사실 저도 경복궁까지만 가봤지, 인근에 이런 특별한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책의 저자인 설재우씨는 이곳 서촌에서 30년을 살아온 '서촌 토박이'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어간 그는 서촌의 멋과, 맛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블로그를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동네 소식지까지 만들어 무료로 배포합니다. 그의 이 유별난 서촌 사랑에 책을 읽는 내내 서촌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수도 한복판인 서울에서 우리 어린 시절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던,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만 느껴졌던 서촌의 마지막 오락실 용 오락실은 2011년 봄이 지나가던 날 문을 닫았다. 소식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다른 곳이 사라질 때보다 훨씬 더 아쉬웠다. 나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망가지고 사라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며칠간 고민하다 용 오락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지금은 서촌을 연구하고 알리는 곳인 서촌공작소로 사용하고 있다.

 

-P.188-


2.

 

 우리에게 '북촌'은 무척이나 익숙하지만 '서촌'은 많이 낯섭니다. 친구들에게도 '서촌'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니 서대문 근처가 아니냐는 반문이 되돌아 오더군요. 아직은 '효자동'이라는 명칭이 더욱 익숙한 '서촌'만의 매력은 아마 골목일 겁니다. 서울 시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의 지적도와 현재의 지적토가 가장 근접하게 일치하는 곳이 바로 서촌이라고 하는데요. 그 정도로 서촌의 골목은 역사가 깊고 아름답습니다. 때문에 여러 영화의 배경지로도 활용되는데요. 얼마전 개봉한 <러브픽션>과 <건축학개론>의 배경 역시 서촌이라고 합니다. 수지와 이제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골목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달달해 집니다.

 

 서촌의 골목을 걷다 출출해졌을때를 대비한 맛집 소개역시 책은 완벽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명물통닭집부터, 학창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떡볶이와, 짜장면까지 소박한 서민들의 음식들은 여느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지 않은 오직 서촌의 토박이들만 알고 있는 비밀일 겁니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내려오신 떡볶이 할머니의 짠한 사연과, 좋은 고기만을 판매한다는 부부의 밝은 미소등은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지만 정직합니다. 책은 음식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그곳의 매력을 더욱 진하게 자아냅니다.

 

 

 

 

서촌공작소 한쪽에 전시해놓은 벽수산장 모형을 볼 때면 실제로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이 우리 동네에 있었다니 쉽게 믿기지가 않는다. 옛 자료사진을 보면 벽수산장 주변은 전부 초가집이었음을 알 수 있다. 벽수산장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강렬한 대비는 아픔으로 전해진다. 가난과 부의 공존은 소외감과 박탈감이 더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P.300-

 

3.

 

 책을 읽고 난 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서촌'이 그리워졌습니다. 왠지 모르게 나의 추억이 녹아 들어있을것 같은 마법같은 이야기에 마음이 동했나 봅니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 카메라를 들고 서촌으로 가봐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가는 곳이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 것 같은 '서촌'입니다.

 

 어떤이는 서촌 골목에 있는 낮은 담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범용 유리조각을 보고 '인정 넘치는 미소로 반겨주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날카로운 경계심으로 외부인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는것이 서촌을 닮았다.' 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잃어버린 추억을 찾고자 하는것은 나 자신의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서촌'역시 도시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영화에서와 같은 특별한 친절을 바라는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서운하게 받아들이자면, 서촌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내 나름의 이미지를 정하여 멋대로 평가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서운해 한다면. 아마 그것은 개인의 욕심일 겁니다. 그렇지만 특별한 일이 생길것 같다는 약간의 기대정도는 즐거운 여행을 도와주지 않을까 멋대로 판단해 봅니다. '서촌'의 멋진 모습을 충분히 즐길수있었던 좋은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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