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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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 조창인

 

 

희망도 계획도 없이 맞이하는 시간들을 견디기 힘들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조차 사치처럼 여겨지는 하루하루가 두렵고 끔찍했다. 패배자였고, 궁지에 몰린 생쥐 꼴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삶이라면 더는 살고 싶지 않았다. 정직하게 말해, 억지로 산다고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나 할까. 죽은 게 낫다고 봤다.

 

-P.89-

 

1.

 

 어릴 적 <가시고기>라는 책을 읽으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기희생적인 아버지의 부성애를 다룬 책은, 독자들의 감성을 건들이며 눈물샘을 자극시켰습니다. 당시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을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은 '조창인'이라는 작가를 깊이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곧이어 출간된 <등대지기>역시 모성이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죄의식을 건들이며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조창인' 작가의 소설은 인간이 어느 부분에서 슬플을 느끼는지 탁월하게 나타냅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불치병,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연인 등 분명 눈물이 날만큼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들입니다.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내용들은 한계점을 지닙니다.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가면 갈수록 질려버리고, 뒷부분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만큼 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이야기에 알면서도 눈물을 흘립니다. 작가의 신간 <살아만 있어줘>역시 뻔하지만,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입니다.

 

 

내 사랑이 서글프다면, 사랑을 시작하는 법만 배웠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랑하는 게 죄 짓는 일이라면, 사랑을 위해 사랑을 버려야 할 때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내 서글픔은 사랑을 멈추는 법을 알지 못한 탓이었다.

 

소설 속 남자의, 사랑하였으나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자의 독백이었다. 바보 같은 남자였다. 한심한 사랑이었다.

 

-P.169-

 

2.

 

 '나, 이제, 죽습니다'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첫 문장은 무척이나 강렬합니다. 성수대교. 앳되보이는 두 여인이 다리의 난간에 서 있습니다. 죽고 싶어 만난 두 여인의 사연은 기구합니다. 오빠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해 버린 '미주'와, 부모를 잃고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해나' 둘은 차가운 물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답니다. 하지만 삶은 기구하게 그녀를 살려놓았습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해나는 동반자살에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삶에 이유를 찾지 못하는 '해나'는 죽음만을 생각합니다.

 

 베스트 셀러 작가 '은재'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 입니다. 한때 해나의 어머니 인희와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그녀는 은재의 친구 기호와 결혼하게 됩니다. 그렇게 친구와, 사랑했던 사람을 모두 떠나 보낸 후 평생을 혼자 살아온 은재에게 '해나'의 존재는 무척이나 각별합니다. 사랑했던 인희의 모습을 보는 듯한 해나에게 은재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삶의 이유를 가르쳐 줍니다.

 


 

 

 

나약해서 죽으려던 게 아니다. 의지가 너무 강해 죽음을 머릿속에만 묶어두지 못했고 몸으로 옮겼으리라. 누군가 빗나간 항로만 바로잡아 준다면 능히 스스로 풍랑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리라.

 

-P.271-

 

3.

 

 사실 옛날만큼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공감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짜증이 났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자살로 이끌만큽 힘들었던 걸까요. 더 힘든 사람들도 살아가는데, 배부른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보호자를 자청하는 '은재'의 모습 역시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모든것이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였을 뿐인데, 그 장치들이 너무 많아 역효과를 준 것 같습니다. 확실히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슬프지만, 너무나 뻔한 신파입니다. 사실 이번 신작이 나왔다고 했을때, 기존의 억지 눈물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었는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웃긴건 이렇게 신파라 욕하면서도, 다시한번 눈물이 필요할때면 책을 펼치게 된다는 겁니다. 왜 그렇게 우리는 뻔한 이야기에 눈물 흘리는 걸까요. 아마 '조창인'이라는 작가가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 점점 각박해져가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무뎌지는 사랑과 희생이라는 정서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름만으로도 눈물이나는 부모님과 같이 말이죠. 그 끝이 너무 슬프지만은 않아서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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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EBS 동과서 제작팀 외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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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 김명진 (지식채널)


 

그러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동양'은 기본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을 의미하고 '서양'은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문화권을 의미한다. 인종이나 국가 간 차이가 아닌 거시적 문화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지역별, 개인별 특수성을 배제시켰다. 인간행동의 차이를 밝힐 때 문화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한 문화 안에서도 개인 간에 나타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다큐멘터리 <동과서>는 전자에 초점을 맞춰 문화적 원형의 차이를 밝히는데 주력했다는 것을 밝힌다.

 

-P.7-

 

1.

 

 한국과 한국문화라는 과목을 배우며, 서양과 동양의 이름문화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의 동양 문화권에서는 이름을 말할때 본인의 성과 이름순으로 이야기 하지만, 헝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양문화권에서는 개인의 이름이 먼저 나오고, 세례명과 같은 미들네임, 본인이 성 순서대로 이야기 합니다. 교수님은 이러한 특징을 예시로 들며 집단을 중시하는 동양의 사고와,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의 사고가 각기 다름을 강조하셨습니다.

 

 세계화로 지구촌이 한 가족이 되었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각기 다른 문화의 특수성을 가진 민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기준으로 바라봤을때 다른것은 틀린것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까요. 무역을 주 산업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야지, 그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물건을 판매할 수 있으니까말이죠.  

 


 

 

 

동양인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체 상황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더 정확하다. 개인의 어떤 행동을 해석할 때 개인의 내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역할 등 외적 요인도 함께 살핀다. 반면, 서양인들은 개인의 어떤 행동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신념, 태도, 가치관, 성격 등 개인의 내적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동양인과 서양인은 타인의 행동을 해석할 때도 전혀 다른 관점을 보인다.

 

-P.99-

 

2.

 

 위에서 무역이라는 예를 들었지만, 그것외에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해프닝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손님이 찾아왔을 경우 동양에서는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 음식이나, 음료등 취향을 생각하여 미리 준비하지만, 서양의 경우에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알아서 먹으라고 말합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봤을때는 손님이 서운할 법도 하지만, 그것은 서양인들에게 친한 친구를 대접하는 문화의 방식입니다.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을때 우리는 서양인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라는 편견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책은 EBS 다큐프라임 <동과 서>라는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한 인문서입니다. 저는 영상을 통해 작품을 먼저 접했는데요. 동양인과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부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부분까지 책 한권에 두시간 분량의 영상이 빠진 부분없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텍스트와 영상은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한데, 개인의 필요성에 따라 책과 영상을 선택해서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글 속 호랑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눈동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해보았다. 서양인들은 중심사물인 호랑이에 시선을 먼저 두고 더 오래 고정시키는 것에 비해, 동양인들은 중심과 배경 전체에 폭넓은 눈동자의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배경인 정글에 대한 관찰이 두드러졌다. 동양인들은 습관적으로 사물이 처한 주변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서양인들에게는 중심사물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와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존재로 인식되지만, 동양인에게 정글 속에 있는 호랑이는 동물원에 갇혀 있는 호랑이와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된다.

 

-P.214-

 

3.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사소하게 지나가는 순간의 선택들도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양인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서양인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갑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각기다른 실험 결과 였습니다. 저 역시도 문제를 풀다보면 전형적인 동향인의 답으로 눈이 움직였는데요. 많은 문화들이 서구화 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뿌리깊게 자리잡아온 동양인의 뿌리가 남아 있는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문화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것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없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역시 무엇이 더 좋다, 더 나쁘다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 차이를 분명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앞에 예들처럼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며 서양과 동양의 가치관을 비교 분석해 볼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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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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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꽃, 눈물밥 / 김동유

 

 

'결과가 없으면 실패'라는 공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하지만 과정 없는 성공이 있던가? 성공은 늘 우연한 기회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연 또한 기나긴 삶의 찰나일 뿐, 그 뒤에 남는 것은 '또 다른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울퉁불퉁하고 거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으 바로 욕망의 진정성이다. 자신의 열정과 열의야말로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P.48-

 

1.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성공의 기준을 부와 명예로 한정지을 수 없다지만, 앞에 이야기한 기준들이 큰 비중을 차지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불투명한 미래속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부의 사람들은 나는 왜 그런 '성공'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까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그 '성공'에 대한 결과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지요. 그리고 그 과정을 생각한 사람들 중 끊임없이 실천한 몇몇의 사람만이 '성공'을 손에 쥡니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알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림꽃, 눈물밥>을 쓰고, 그린 김동유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의절하면서까지 포기하지 못한 '그림'은 그의 모든것입니다. 그림을 향한 열정으로 많은 것을 포기 해야 했지만, 그렇게 꽃피워진 결실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됩니다.



 

 

자살을 시도했던 십대 시절의 아픈 기억은 지금은 잊고 싶은 과거가 되었다. 그때는 산다는 것이 왜 그리도 버겁던지. 산다는 게 뭐가 그렇게 구질구질하던지. 자살을 시도한 벌을 받은 것인지 나는 전보다 더한 절망과 더한 가난에 몸부림쳐야 했다. 미꾸라지 위로 소금을 뿌려대듯 사는 게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고통이 겹겹이 나의 목을 조여와도 살고자 했다. 삶이란 고통의 연속임을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고자 한다면 삶의 무게쯤은 견뎌내야 했다.

 

-P.156-

 

2. 

 

 책은 화가 김동유씨의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성공담에 가깝지만. 그 안에 담겨진 노력과, 솔찍한 감정들은 그의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 라는 걸절실하게 깨닫게 만듭니다. 무명시절 돈이 없어 가족들과 가축의 축사를 개조한 곳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는 처절할 정도로 비참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모든것을 아내에게 내맡기고 그림을 그릴때. 그때 그는 또 한번 독하게 마음먹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감정들을 화폭에 녹여냈을 겁니다. 

 

 미술에 관해서는 교양시간에 줏어들은 지식이 다인 저에게 그의 그림을 평가할 만한 안목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누구도 쉽게 따라하지 못할 끈질김이 보입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또 다른 이미지는 이중그림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작가 '앤디 워홀'에 의해 보여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크 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쉽게 찍어낸 '앤디 워홀'과는 달리 '김동유'는 하나 하나의 이미지를 스케치 하고 채색합니다.

 

 책을 읽기 전 '현존하는 한국작가로는 최고금액에 작품이 낙찰되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이야기에 먼저 눈이 쏠렸습니다. 그의 성공을 단순한 결과로만 바라본 것이죠.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결과 뒤에 숨겨진 과정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화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새로이 거듭나야 하는 삶의 자궁은 있다. 내게 주어진 자궁은 열악했지만 그 열악함이 되레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처럼 자궁의 불안정함과 불온전함 속에서도 살고자 한다면 살아야겠다면, 생명은 살고자하는 것이 본성이기에 살아야할 이유를 스스로 찾게 된다. 또 살만한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생은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내게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비록, 잉태도 성장도 할 수 없는 자궁이어도.

 

-P.362-

 

3.

 

 에세이는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장르 입니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대개 '그림'에 미쳐 포기한 기회비용들이 제가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였는데요. 부끄럽게도 아직 제가 무언가에 작가만큼 열정적으로 미쳐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때 가난한 형편과, 지방대학생이라는 딱지는 무척이나 불리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했습니다. 현재의 삶이 가난하고 피폐하지만 제 꿈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반전과 역전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책은 한 환쟁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내 인생과도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꼭 그림이 아니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가 달콤한 보상이 찾아온다는 그런 단순한 교훈에서 말이죠. 나 스스로의 꿈에 대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솔찍한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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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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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관의 살인 / 아야츠키 유키토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별난, 어떤 이들은 천재라고 부르는 건출가가 지은 저택, 수차관. 웬만해서는 살기를 꺼릴 산간벽지에 지어진 이 집은 직사각형의 높은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벽의 높이는 5미터는 족히 되리라. 돌로 만든 중후한 외관은 12세기에서 14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영국 고성의 성벽을 연상시켰다.

 

-P.80-

 

1.

 

 호불호가 나뉘는 <십각관의 살인>을 읽은 뒤, 관시리즈는 나랑 안맞는구나 라는 생각에 관심 외로 치부했었는데요. 한스미디어에서 개정판 표지가 무척이나 예쁘게 나오면서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일단 책은 겉모습이 쌈박해야 읽을 맛이 난다 라고 생각하는지라 더욱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간 바탕에 검은색 수차가 겹쳐져있는 모습은 책을 펼치기 전부터 자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가면과 미소녀, 전설의 명화, 기괴한 저택 등의 고딕풍 소재는 기이한 시체와 더불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지요. 얼핏 김전일이나, 코난 같은 추리만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은 무대에서 상연되는 한편의 연극 같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책을 구성해 나가는 방식에서부터 치밀하게 계산되어있는데요. 한정된 공간을 이용하며, 주인공의 독백을 괄호로 처리하고 각각의 장을 현재와 과거로 번갈아가며 구성하는 등 그 구조에 있어 십각관과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이치가 생각하건대 후지누마 잇세이는 진정한 의미의 '환시자'였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의 그림은 '마음의 눈'이 포착한 환상풍경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본 그 풍경에, 그것을 옮긴 긂에 그는 당황하고 겁을 먹은것이다.

 

...

"아버지처럼 나도 그 그림이 무서워. 꺼려질 만큼 오싹해. 그래서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뒀어.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고, 나도 보고 싶지 않거든."

 

-P.93-

 

2.

 

 비와 바람, 번개와 탁류 그리고 수차가 연주하는 괴이하고도 떠들석한 음악에 감싸인 긴 하루. 한 여자가 탑에서 떨어집니다. 곧 그림 한점이 사라졌으며,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한 남자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남자를 좇던 또 다른 남자가 토막난 채 소각로에서 발견됩니다. 그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명확해 보이는 사건에 의문을 품지 않았고 사건은 그렇게 해결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사건이 발생했던 수차관에 작년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사람이 사라진 남자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기괴한 저택에서의 연극을 계속해 나갑니다. 사람들이 저택에 모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천재 화가이자 환시자였던 후지누마 잇세이의 그림들을 바로 이 저택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탐하는 사람들, 아름답고 어린 미소녀를 부인으로 삼은 가면쓴 남자. 그들의 욕망으로 가득찬 수차관에서 또 다른 살인이 발생합니다.

 


 

 

 

"저는 그날 밤에 이 저택에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와 지금 여러분이 들려주시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디까지나 외부인으로서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가령 그런 정보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아마도 저나 여러분이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계관을 뒤엎어야만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불가해한 문제에 직면하면,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의 상식과 신념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해석하려 드는 법이죠. 그러니까 요는, 여러분 각자가 어떤 해석을 내렸느냐는 겁니다. 일단 후지누마 씨부터."

 

-P.205-

 

3.

 

  신본격을 추구하는 작가의 스타일처럼 책에서의 동기는 무척이나 쉽게 드러납니다. 아 왠지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되었을것 같다. 추리소설좀 읽었다 하는 분들은 그 트릭을 모른다 해도 책 전반에 묻어나는 느낌들로 대강의 그림을 추측할 수 있을겁니다. 제가 <십각관의 살인>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도 바로 너무 쉽게 드러나는 동기와, 트릭 때문이였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대단한 트릭이였겠지만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그러한 트릭을 인지한 독자에게, 동기성도 떨어지는 작품은 매력이 반감되는것이 당연할 겁니다.

 

 두 번째 읽은 '관 시리즈' <수차관의 살인>역시 어디서 한번쯤 읽어봤음직한 트릭이 사용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딕풍의 소재와, 연극을 연상케하는 구성 때문이였습니다. 본격 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지만, 그 매력적인 구성에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며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그 동안 작가가 흘려 온 떡밥들의 의미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암흑관의 살인>을 제외한 나머지 관시리즈가 복간된다고 하는데, 급 기대가 됩니다.

 

+) 이웃인 디엠님의 말처럼, 왜 굳이 제목을 수차관으로 지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제목 자체는 고딕풍의 느낌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지만, 글쎄요.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인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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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1 - 버려진 집
유일한 지음 / 청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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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갑자기 (버려진 집) / 유일한

 

 

멀쩡한 의대생이 그 집에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왔다. 내게도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 보았는데ㆍㆍㆍ그때 얘기해준 내 잘못이다. 말렸어야 하는데ㆍㆍㆍ. 도망가고 숨어사는 것도 이제 끝이다. 그 집에 있는것이 무엇이든 이제는 정말 끝을 봐야겠다. 불을 지를 것이다. 내가 죽든 그 집이 타 없어지든, 이제 죽음의 공포는 끝이다. 수십명의 피를 먹고도 아직도 사람의 목숨에 굶주려있는 그 집을 이 세상에서 없앨 생각이다ㆍㆍㆍ이제 모든 것이 끝이다ㆍㆍㆍ.

 

-버려진 집 中-

 

1.

 

 오늘 네이버 인기검색어에 '곤지암 정신병원'이 상위에 링크되어있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미국 CNN Go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소름돋는 장소 7곳'에 국내의 곤지암 정신병원이 속해있었기 때문이더라구요. 사실 곤지암 정신병원은 영덕 흉가, 제천 늘봄가든과 함께 국내 3대 흉가로 불리며 호러 매니아들의 담력 시험 장소로 유명했습니다.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후기를 작성하며 유명해져 이제는 흉가라기 보다는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기를 잡고 있지요. 저 역시 농활을 가던중 늘봄가든에 들어가 보게 되었는데, 낮이였음에도 그 으스스한 느낌은 정말 이곳이 사람이 살지않는 흉가구나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줬습니다.

 

 사실 요즘은 시골에 가면 버려진 집을 참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사람이 없어진 농촌지역에는 주인을 잃은 폐가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진 집은 나날이 황폐해져가며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유일한 작가의 <어느날 갑자기-버려진 집>은 흉가라 불리는 '버려진 집'이 배경입니다. 과수원 옆 끔찍한 과거가 묻혀있는 집에서 그 잔혹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포토)

 

포대속에 들어있어야 할 시체들이, 마치 박쥐처럼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재원이가 편지에 썼던, 버려진 집에서 봤다던 그 장면과 똑같았다. 그 시체들은 퀭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언제든지 밑으로 내려올 것 같았다. 그 시체들은 살아있는 것 같았다. 정수리에 낫이 박혀 죽은 무당하며, 목에 상처가 있는 시체, 팔이 잘려나간 소년의 시체 등등ㆍㆍㆍ 여기에 놓아두었을 시체들이 다 보였다.

 

-버려진 집 中-

 

2.

 

 

 대학교 졸업반인 일한은 연천의 작은 마을로 의료봉사를 떠난 친구 재원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게되는데요. 장문의 편지엔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일에 대해 쓰여있습니다. 재원과 친구들은 설문을 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접촉하지만 그들은 외지인인 재원과 동료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두려워합니다. 비밀이 숨겨져있을것 같은 마을에서 지친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온 재원과 친구들은 마을의 미친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죽음까지 목격하게 됩니다. 문제의 편지엔 마을에서 대대로 흉가로 불리는 버려진 집이 등장하는데, 재원은 그 집에 무언가 있다는 의문을 품게되고 혼자 남아 그 집을 조사하고 있다고 쓰여있습니다. 그리고 편지가 온지 몇일되지 않아 재원은 반쯤 미쳐버린 상태로 발견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중 사라집니다.

 

 친구인 일한은 재원의 여자친구 정화와 함께 편지에 쓰여진 마을로 향하게 되고, 그들이 도착한 뒤 마을에서는 잔혹한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낫으로 살해된 사람들은 사람의 힘이라곤 믿기힘들 정도의 괴력에 살해되고, 그 죽음의 공포는 일한과 정화를 덮쳐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포토)

 

"일한씨, 너무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마세요ㆍㆍㆍ 이 세상에는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을 전부 이해하려하면, 저 같이 평생을 바쳐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그 정도로 이해하시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알기 위해서는, 어쩌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정도로 모든 것을 접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버려진 집 中-

 

3.

 

 몇 번째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이지만, 읽을때마다 그 오싹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어느날 갑자기>시리즈의 많은 작품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버려진 집>은 아직 영상화 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에 드러나있는 살해 방법이 지나치게 잔인해서 일지도 모르겠고, 마을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 너무나 추악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무척이나 재미있을것 같은데 아마 현실적으로는 조금 힘들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포문학의 대가라 불리는 스티븐 킹의 작품들보다, 유일한 작가의 이야기가 더욱 오싹하고 무섭게 다가옵니다. 미국의 이름모를 지역보다, 경기도 연천이라는 구체적이고 익숙한 배경은 작품에 있어 그 현실성을 더해줍니다. 또한 한국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이 바라보는 가치관과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작품은 여러번 읽어도 그 공포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등골 오싹한 이야기가 그리워질때마다 작품들을 꺼내어 읽어보는데요.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소름돋는 이야기에 만족하게 됩니다. 겨울철 이한치한(?)의 정신으로 추위를 잊게 만드는 책 <어느날 갑자기 - 버려진 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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