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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평점 :

그림꽃, 눈물밥 / 김동유
'결과가 없으면 실패'라는 공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하지만 과정 없는 성공이 있던가? 성공은 늘 우연한 기회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연 또한 기나긴 삶의 찰나일 뿐, 그 뒤에 남는 것은 '또 다른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울퉁불퉁하고 거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으 바로 욕망의 진정성이다. 자신의 열정과 열의야말로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P.48-
1.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성공의 기준을 부와 명예로 한정지을 수 없다지만, 앞에 이야기한 기준들이 큰 비중을 차지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불투명한 미래속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부의 사람들은 나는 왜 그런 '성공'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까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그 '성공'에 대한 결과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지요. 그리고 그 과정을 생각한 사람들 중 끊임없이 실천한 몇몇의 사람만이 '성공'을 손에 쥡니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알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림꽃, 눈물밥>을 쓰고, 그린 김동유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의절하면서까지 포기하지 못한 '그림'은 그의 모든것입니다. 그림을 향한 열정으로 많은 것을 포기 해야 했지만, 그렇게 꽃피워진 결실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됩니다.

자살을 시도했던 십대 시절의 아픈 기억은 지금은 잊고 싶은 과거가 되었다. 그때는 산다는 것이 왜 그리도 버겁던지. 산다는 게 뭐가 그렇게 구질구질하던지. 자살을 시도한 벌을 받은 것인지 나는 전보다 더한 절망과 더한 가난에 몸부림쳐야 했다. 미꾸라지 위로 소금을 뿌려대듯 사는 게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고통이 겹겹이 나의 목을 조여와도 살고자 했다. 삶이란 고통의 연속임을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고자 한다면 삶의 무게쯤은 견뎌내야 했다.
-P.156-
2.
책은 화가 김동유씨의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성공담에 가깝지만. 그 안에 담겨진 노력과, 솔찍한 감정들은 그의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 라는 걸절실하게 깨닫게 만듭니다. 무명시절 돈이 없어 가족들과 가축의 축사를 개조한 곳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는 처절할 정도로 비참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모든것을 아내에게 내맡기고 그림을 그릴때. 그때 그는 또 한번 독하게 마음먹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감정들을 화폭에 녹여냈을 겁니다.
미술에 관해서는 교양시간에 줏어들은 지식이 다인 저에게 그의 그림을 평가할 만한 안목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누구도 쉽게 따라하지 못할 끈질김이 보입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또 다른 이미지는 이중그림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작가 '앤디 워홀'에 의해 보여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크 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쉽게 찍어낸 '앤디 워홀'과는 달리 '김동유'는 하나 하나의 이미지를 스케치 하고 채색합니다.
책을 읽기 전 '현존하는 한국작가로는 최고금액에 작품이 낙찰되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이야기에 먼저 눈이 쏠렸습니다. 그의 성공을 단순한 결과로만 바라본 것이죠.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결과 뒤에 숨겨진 과정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화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새로이 거듭나야 하는 삶의 자궁은 있다. 내게 주어진 자궁은 열악했지만 그 열악함이 되레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처럼 자궁의 불안정함과 불온전함 속에서도 살고자 한다면 살아야겠다면, 생명은 살고자하는 것이 본성이기에 살아야할 이유를 스스로 찾게 된다. 또 살만한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생은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내게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비록, 잉태도 성장도 할 수 없는 자궁이어도.
-P.362-
3.
에세이는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장르 입니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대개 '그림'에 미쳐 포기한 기회비용들이 제가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였는데요. 부끄럽게도 아직 제가 무언가에 작가만큼 열정적으로 미쳐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때 가난한 형편과, 지방대학생이라는 딱지는 무척이나 불리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했습니다. 현재의 삶이 가난하고 피폐하지만 제 꿈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반전과 역전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책은 한 환쟁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내 인생과도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꼭 그림이 아니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가 달콤한 보상이 찾아온다는 그런 단순한 교훈에서 말이죠. 나 스스로의 꿈에 대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솔찍한 에세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