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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네이버에서 활동하다 알라딘의 툴을 쓰려니 상당히 어색하네요.

이번에 소개할 책들은 11월에 출간된 소설중, 지극히 제 취향의 책들입니다.

 

 

 

 

 

 왕 선생님의 신작입니다. 스티븐 킹의 장점이라면 쉽게 읽혀나가는 글과, 그 특유의 묘사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작품에서도 이런 묘사가 돋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소개할 <11/22/63>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암살범 오스왈드의 뒤를 추적하면서 쿠바와 핵 대치 등 냉전시대의 미국을 현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는데요. 만약 존 F. 케네디가 서거하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세상은 과연 더 나아졌겠는가? 라는 궁금증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한국소설의 표지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한장의 멋진 사진작품같은 표지가 먼저 감수성을 자극하지요. 이혜경 작가의 <그 집앞>은 가족을 소재로 하고 있는 책입니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그 '집' 안에 똬리를 튼 폭력성과 강요된 희생에 대해 그는 낮지만 끈질긴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져 보고 있는 책은. 양지보다는 그늘에 앉아 제 존재를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하네요. 가장 가깝지만,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곤 하는 가족의 모습을 작가가 어떻게 그려나갈지 무척이나 궁금해 집니다.

 

 

 

 

 

 

 제목부터 무척이나 자극적인 소설입니다. 내용도 제목 못지않게 충격적인데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살하면서 유서에 다섯 학생의 이름을 써놓았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 회의실에 소집되면서 학교 측과 유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는 내용의 희곡을 동명의 소설로 새롭게 만들어 냈다고 하네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교 폭력의 문제가 새롭게 다가올것 같습니다.

 

 

 

 

 

 

 

 

 황석영 작가의 신간입니다. 황석영의 작품은 대부분 사회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읽다보면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점들이 많습니다. 19세기 격동의 시대를 담아낸 작품은 그 주제의식과 소재 등이 대하소설을 써도 충분할 만큼 방대하는데요. 그속에서 찾아가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무척이나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또한 동학, 전기수, 강담사, 작자 미상의 수많은 방각본 소설, 타령 등 다양한 소재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했던 과거 문학의 산물들인데, 이것을 현대의 작품을 통해 바라 볼 수 있다는것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네요.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을 가장 마지막에 소개 하게 되네요. 데드심플은 스릴러소설입니다. 결혼식을 3일 앞두고 열린 총각파티에서 짓궂은 장난을 계획한 친구들은 새신랑을 관 속에 가두고 인적이 드문 숲 속에 매장하는데요. 한 시간 후에 꺼내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술집으로 가버리는데 그만 도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모두 사망하고 맙니다. 마이클의 마지막 행방을 아는 사람은 신랑의 절친 마크와 약혼녀 애슐리뿐. 그러나 그들도 마이클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레이스 형사의 첫 등장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형사들의 출현은 언제나 신납니다. 과연 그레이스는 어떤 매력으로 사건을 풀어나갈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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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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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함길수

 

 

삶에서 필요한 용기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결단이며, 가급적 나를 더 사랑하는 지혜이며, 가끔 예상치도 못한 의미 있는 선물을 나에게 건네는 것이며, 종종 먼 나라로의 가슴 설레는 여정을 위해 배낭을 꾸리는 일입니다. 자유를 선물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인생. 스스로 선택하고 온전한 자신의 시간을 누리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깊고 심오한 철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나와 마주하는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 왜 필요한지를, 지친 나를 달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단절의 시간이 필요 하다는 것을, 다시 나로 회복되기 위해 나를 향한 온전한 길 위의 시간은 필요해 보입니다.

 

-P.7-

 

1.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앙드레 말로의 말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무척이나 당연한 말임에도 이 말이 어려운 이유는 '꿈'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추상적이고, 도달하기 힘든 이상의 모습을 닮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린시절부터 수 없이 들어왔던 질문중에 하나가 바로 '네 꿈이 뭐냐'는 질문이였습니다. 사실 '꿈'이라는 말은 장래희망과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논리에 따라 그때 생각해왔던 대통령, 변호사, 경찰관, 연예인과 같은 장래희망이 어느새 자신의 꿈으로 굳어져 버렸고, 진짜 내 꿈이 무엇인지는 잊혀졌습니다. 물론 장래희망도 꿈의 범주에 속합니다. 자신이 이뤄내고 싶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이라면 그리고 아이라면 '장래 무엇이 되겠습니다' 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게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요?

 

 저 역시 꿈보다는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굳이 꿈을 이야기자면 로또 일등정도의 세속적인 대답을 던질 수 있을겁니다. 꿈 자체가 없는데, 꿈을 그리라니.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 역시 많은 꿈들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어릴적 저는 지금의 저보단 더욱 가능성이 컸을테니깐 말이죠.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없다. 누구나 후회를 한다. 하지만 후회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이다. 자신만이 걷고 싶은 길을 흔들림 없이 걷는 것, 그것이 축복이다. 아무나 걸을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길이다. 자신에게 충실하다 보면 진실한 자신의 모습도 만나게 된다. 하나의 길에 몰두하기란 쉽지 않다. 그 하나의 길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을 때까지 그 길 위에서 말없이 헌신해야 한다. 길이란 그렇게 마음으로 걷는 것이다. 온 마음 다해 성실하게 가슴으로 다가가야 한다.

 

-P.66-


2.

 

 앞부분에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늘어놔서 책이 '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여행 에세이 입니다. 앞부분에 바오밥나무 이야기를 하며 '꿈'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될 뿐 그것이 책 전체에 중심이 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게는 유독 그 부분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시험에 허덕이는 요즘 탈출구를 빙자한 핑계가 필요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작가가 여행한 장소에서 느낀 감정들의 기록입니다. 여행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먹었다와 같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보다는,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꿈'을 비롯하여, '희망', '후회'등과 같은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멋진 사진들과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12개국 46개의 자연들은 다른 매력, 다른 느낌을 뿜어냅니다. 사진으로만 바라봐도 그런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는데 실제로 바라봤을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얼마나 복잡 미묘할까요.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풍경을 내 몸으로 체험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습니다.

 

 

 

 

어린시절 꿈꾸던 삶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꿈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불가사의한 힘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내 삶에서 색다른 전환점이 필요하다면 수많은 꿈을 꾸었던 어린 시절 일기장을 꺼내 보자. 설레는 가슴을 다시 만나고 두려워하던 그것을 만나 보자. 그것이 꿈이다. 두려워하는 것, 그것에 다가가 보자. 인생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우베인다리의 고요를 바라보며.....

 

-P.167-

 

3.

 

 여행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경험하는 나의 행동과 생각들은 평소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거든요. 여행이란 그런 낯선 공간에서 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적한 공간에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사고를 하고, 나 혼자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이요. 책의 저자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 주는 그런 신비한 매력에 대해서 말이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나라들의 풍경이여서, 그 이국적인 자연에 더욱 마음이 편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읽는 내내 작가와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차분하게 음미해가며 읽고 싶은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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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인
이상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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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인 / 이상문

 

 

 건너가는 차는 앞에서 끊겼다. 강가의 어시장에는 새우, 우렁이, 피라미 새끼들이 무덕로 쌓여 있었다. 농라를 쓰고 응애에 검정 파자마를 입은 여자들이 부지런히 파리를 쫓고 있었다. 이 햇빛 속에서 저것들은 모두 썩고 있을 텐데. 여자들의 때에 전 모습이 새우나 우렁이들과 함께, 그들도 썩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

 한쪽 하늘을 성곽이 치받고 있었다. 그는 성곽의 끝에서부터 시선을 끌어 내렸다. 부서진 성곽이었다. 전체가 흑갈색이었는데 지붕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돌기둥과 부서진 벽돌만 남아 있었다. 강가의 언덕 위에 성이 하나 전설에서처럼 서 있었겠군..... 그는 턱없는 감상에 젖어들었다. 차례가 되어 다리를 건너면서도, 손으로는 총허리를 부여잡고 눈으로는 몇 번씩 부서진 성곽을 돌아다보았다.

 

-P.25-

 

1.

 

  베트남을 여행할 때, 베트남 친구를 사귀게 되면 베트남 전쟁에 대해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그 전쟁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토록 잔인한 만행을 저지른 한국인들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생각보다 기회는 쉽게 찾아왔습니다. 한국군이 주둔했던 아름다운 도시 나쨩의 해변가에서 저는 친구 Truc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질문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데에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제 큰 할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셨던 분입니다. 호랑이 할아버지라고 불릴정도로 무서웠던 그분께서, 어느날 술에취해 자식들에게 그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자신이 죽였던 베트남 병사의 눈을 잊을수가 없다고 말이죠. 아버지께 전해들은 그 말이 마음 한구석에 짐처럼 남아있었나 봅니다. 모두가 불행했던 전쟁속에서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싸워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저는 꼭 풀고 싶었습니다.

 

 속이 깊은 친구 Truc은 어설픈 영어로 던진 질문에 한참을 고민한 뒤 답해줬습니다. 물론 그 전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준 있어서는 안될 비극이였다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 일로 내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단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며, 나와 자신은 한때 총뿌리를 겨누었던 다른 민족이지만, 지금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며 이렇게 웃을수 있지 않냐고 대답하는 Truc에게 저는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Truc의 말처럼 단순히 과거는 과거로 묻을 수 있는걸까요?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저는 Truc 개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 그것이 모든 베트남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야기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읽게 된 <황색인>은 제 생각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줬습니다.

 

 

 

 월맹군 춘계공세', '미군과 한국군 3백 명 사상', '캄ㆍ월 접경서 베트콩 가세', '캄군 베트콩 2백 명 사살', '태국군 접경으로 공산군 침투에 대비', '라오스 각의 파테트라오안案 거부' 큰 제목들만 훑어보았다. 월남, 라오스, 캄보디아가 한 솥에 든 빨래처럼 뜨겁게 삶아지고 있었다. 이들 국가들은 한데 섞여 베트민(월맹)이니, 크메르루즈니, 파테트라오니 하는 공산 세력들과 극심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왜 싸워야 하는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싸우는 것인가? 싸움을 위해서 싸우는 것인가? 공산 세력은 왜 생겨난 것인가? 이런 세력들이 없을 때도 국가도 있었고 민족도 있었는데..... 결국은 두 세력의 싸움이 아닌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인가.

 

-P.228-

 

2.

 

  <황색인>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입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보다는 베트남 전쟁을 겪고있는 미군과, 한국군, 베트남인 개개인의 이야기에 중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단순히 감성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하지 않고, 그 객관적인 사실들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것도 주인공들개개인의 시각이라기 보단,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보며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이러한 효과는 더욱 배가되어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박노하 병장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황칠성 상병의 후임으로 보급지원부대에 파견되는데요. 그가 파견된 '벅 컨택'은 전장이라고 하기엔 사뭇 여유롭고 윤택한 분위기 입니다. 더불어 자신과 마음이 잘맞는 김유복 중사의 존재는 타지에서의 파병생활에 큰 힘이 됩니다. 새로운 부대에서 생활하며 그는 베트남의 비참환 환경을 접하게 됩니다. 군인들을 대상으로 몸을 파는 베트남 여성들, 전장의 비참함 속에서 누군가의 품에 안기지 않으면 미쳐버리는 군인들의 모습을 말이죠. 그런 중에 박노하 병장은 베트남군 띠엔의 여동생이자 시내의 카페 주인이기도 한 띡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겉으론 베트남군이지만 실제로는 왕정복고를 준비하고 있는 띠엔, 전쟁의 그늘에 가려 이유 없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느끼고 결국 미쳐버린 친구 허만호 상병, 임신한 몸으로 윤락가에서 일하고 있던 베트남 여성을 동정해 그녀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는 김유복 중사 등의 인물들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고통스러워하지 마세요. 돌아가세요. 한국은 당신의 나란데요, 뭐. 작은 체격과 누런 얼굴이 같고, 가난해서 설움 받는 것이 같고, 또 교활한 원숭이들이 제 몫을 늘리기 위해 가진 자들한테 두 손 싹싹 비벼대는 통에 허리 부러진 나라에 살게 된 사실도 같지만, 이곳은 당신의 나라가 아닌 월남이에요."

 

-P.432-

 

3.

 

 1987년 출간된 책은 25년만에 복간되어 다시 우리에게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 합니다. 책이 복간된 지금에 과연 세계는 과거와 달라져 있을까요? 물론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국가는 당시에 비해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게 가지면 그때의 후유증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독하디 독한 고엽제로 수많은 기형아가 탄생했고, 이제 성인이 되어버린 라이따이한의 문제는 묵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무척이나 미워합니다. 역사적으로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그들이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에 화를 내는 것이지요. 저 역시 이러한 태도에 무척이나 화가 납니다. 역사를 배우다 보면 그 잔혹한 역사를 감추려하는 원숭이들이, 물에 잠겨버렸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베트남을 생각해보면, 우리역시 같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뻔뻔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역시 베트남에 해서는 안될 만행을 저질렀고, 그를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역사교과서에서 매우 가볍게 다루고, 라이따이한이나 고엽제 문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남아도는 무기처리장과, 제초제의 시험장이 되어버린 베트남전에서 과연 총구를 겨누었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풍요에 대한 이기심이 사상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졌던 전쟁이였습니다. 오늘날에도 그 전쟁들은 종교와, 종족이라는 교묘한 이름으로 위장한채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일까요. 읽는 내내 마음이 쓰렸습니다.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하는데, 왜 인간은 똑같은 범죄를 되풀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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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구
시마다 소지 지음, 현정수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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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구 / 시마다 소지

 

 

제각각인 관중의 감정과 어떤 종류의 악의로 구장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악의는 특히 투수를 향한 것처럼 여겨져 공포심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들은 게임의 승패보다 제가 점수를 왕창 내줘서 프로 세계에서 매장되는, 그런 재미있는 볼거리라도 기대하는 듯해서 고대 로마 시대의 검투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P.154-

 

1.

 

 다른 친구들처럼 열정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TV를 통해 바라보는 경기의 모습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대개 라면을 먹으며, 또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보게 되는 경기는 보통 프로들의 시합입니다. 종종 비속어를 섞어가며 경기를 시청하지만, 그들이 일반인인(혹은 평균 이하인) 저와 친구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것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수있는 명백한 사실일 겁니다. 그렇게 TV속 선수들의 긴장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보고있자면, 종종 후보선수들의 얼굴이 비칠 때가 있습니다. 평소라면 스포트라이트 뒷편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잊어 넘길테지만, <최후의 일구>를 읽은 뒤에는 그 뒷편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도 마음이 찝찝했습니다.

 

 얼마전 <마신 유희>를 읽고 <최후의 일구>를 읽었는데 같은 작가의 같은 시리즈라고 하기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두 작품 모두 탐정인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 하지만<마신 유희>가 본격 추리물에 가까운 반면, <최후의 일구>는 미스터리 요소가 미비하게 느껴지는 사회파 소설 이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고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만, 개인적으로는 사회의 어두운 면과, 젊은 청년들의 뜨거운 우정을 느낄수 있었던 <최후의 일구>가 인상적이였습니다.

 

 

"그렇다고 누굴 원망하는 건 아니야. 나에겐 재능이 없었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이건 불평하는 게 아니야. 나는 너에게 공을 던질 수 있어서 충분히 행복했어. 그도 그럴 것이 너를 남길 수 있었잖아. 나는 못 했지만 네가 대신 매리너스에 남아 내 몫까지 활약해줄 테니까. 나는 그것을 하마마쓰에 돌아가서 텔레비전으로 보자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랬기에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다고."

 

-P.202-

 

2.

 

 책은 크게 2개의 이야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미타라이 기요시'에게 어머니의 자살시도 원인을 찾아달라는 의뢰인의 이야기가 1장에 깔려있고, 2장에서는 야구를 사랑하는 한 젊은이가 자신의 삶을 독백으로 나타내고 있지요. 이 뜬금없는 두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여가며, 마지막에 그 비밀이 밝혀지는 구조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책은 미스터리의 요소가 무척이나 미비합니다.(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의 비중도 굉.장.히 작습니다.) 그것보다는 청춘소설에 가까운 두 젊은 야구인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그 플롯이 너무나 단순해 조금은 당혹스러울 정도이지만, '시마다 소지'의 연륜은 여기서도 여김없이 드러납니다. 뻔한 이야기를 이렇게 감칠맛나게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모든 사람은 최고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타고난 재능이기 때문에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거죠.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최고만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최고가 아니라고 기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렇게 남몰래 노력하고 끈기있게 노력한다면, 언젠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기적이 일어날 테니까 말이죠.

 


 

 

 

그렇지만 저의 모든 것을 야구에 바친 20여 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의 노려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말에 수긍할 수 없습니다. 저의 노력은 그것이 최대한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두 배를 달리고, 세 배를 던졌습니다. 지금 다시 한 번 인생을 살더라도 그것 이상의 노력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후회는 없습니다.

 

-P.272-

 

3.

 

 오사카에 놀러갔을때 동행했던 형이 아마추어 야구선수로 활동중이였기에 자연스레 야구에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었는데요. 고시엔 경기장도 구경하고, 한신백화점에 들려 쇼핑도 하면서 참 많이 놀랐습니다. 일본이 특히 오사카 사람들이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구단의 백화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말이죠. 최근 일본에서 야구를 소재로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아마 이런 야구 사랑이 문학에도 녹아들어갔기 때문일 겁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축구보다 야구가 더 인기 종목이 된 것 처럼 보이는데요. <최후의 일구>는 야구와, 대부업체, 경기조작등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는 공통분모를 갖고 이야기하고 있기에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볍게 던져 묵직하게 다가오는 야구공처럼 마음속에 오래 남을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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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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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매화(光梅花) / 미치오 슈스케

 

 

곤충은 항상 빛을 같은 방향에 두고 날아가는데 그 빛이 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똑바로 날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빛이 작으면 그러지 못해. 작은 빛을 늘 같은 방향에 두려고 하면 곤충은 그 빛으 중심으로 빙빙 돌게 돼버리거든. 그러면서 그 원이 점점 작아지지. 그러다 보니 이렇게 작은 빛에 머리를 계속 부딪치는 거란다. 주변이 박아져서 이 빛이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P.84-

1.

 

 곤충에 의해 꽃가루를 옮기는 꽃을 '충매화'라 하고,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지는 꽃을 '풍매화'라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유추해 보자면 '광매화'는 빛을 통해 피어나는 꽃이 될텐데요. 도대체 어떤 꽃이 동화속 상상처럼 빛을 통해 피어날까요. 광매화(光梅花)는 참으로 상징적인 제목이였는데요. 책 전반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 또 있을까, 정말 제목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광매화>의 저자인 '미치오 슈스케'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 이름만으로 작품에 믿음이 가는 작가인데요. 이번 작품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섬세한 감성과 문체는 여전하지만, 거기에 독특한 구성 방법까지 어우러져 그 마지막에 있어 작품이 주는 감동이 배가 되었습니다. 6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단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장으로 구분되어 있음에 하나의 완결된 구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 장에 등장했던 조연급의 인물이 바통터치를 하여 다음 장의 주연으로 등장하는 식이지요. 이렇게 진행되는 구성의 끝은 무척이나 감동적입니다. (괜히 이런 구조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게 아니였어 !!)

 

 

 

콧구멍을 번갈아 벌름거리며 창밖에서 실려오는 향기를 맡았다. 문득 묘한 의문이 들었다. 나와 마키가와 씨, 그의 딸, 그리고 유키는 도대체 어디가 다른 걸까?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닮았다. 닮았기 때문에 걱정도 하고, 미워도 하고, 도와도주고,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애정을 품기도 한다.

 

-P.181-

2.

 

 각각의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나름의 어둠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것은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장기인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도 나타나고, 아이의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입장에서도 추악하게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작품의 분위기가 어둡기만 한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희망적이다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빛이 존재합니다. 구원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자신이 짊어진 무거운 어둠을 타인에 의해 내려 놓습니다. 그렇게 등장 인물들은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빛이 되어 주며, 누군가의 빛에 구원받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침에 버스기사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며, 매점 주머니와 농담을 주고 받았고, 교수님을 비롯한 친구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들 중 어떤이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에게 빛으로 다가 왔고, 어떤이는 나로 인해 빛을 전달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소설속 인물들 처럼 구원을 받고, 구원을 주는것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우리는 사회라는 '꽃밭'을 이루고 살아가게 됩니다.

 


 

 

 

생일 저녁 밥상에 비록 케이크는 없었지만 평소보다 호화로웠다. 카레에는 소고기가 들어갔고 컵에는 보리차 대신 사이다가 담겨 있었다. 샐러드는 바삭하게 튀긴 고기와 함께 버무려 나왔다. 무엇보다 엄마는 바쁜 와중에도 집안일 하던 손을 멈추고 내게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사람은 어째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만 뚜렷이 기억하고 소중한 기억들은 전부 잊어버릴까?

 

-P.235-

3.

 

 개인적으로는 5장인 '풍매화'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데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와의 관계가 단절된 아들이 특정한 계기로 화해하는 과정이 '미치오 슈스케' 스럽지 않으면서,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숨바꼭질'이나 '벌레쫓기'의 경우 다른 작품에서 이미 본듯한 이미지로 그 감동이 반감된 반면, '풍매화'는 묘사의 방법이나 그 주인공들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따뜻하게 그려졌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

 

 얼마전 출간된 <물의 관>을 읽은 후 느꼈지만, '미치오 슈스케'를 미스터리 라는 틀에 가두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광대해져 버렸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읽은 <광매화>역시 미스터리 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소설'의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달라지는 이야기 속에서 미스터리의 요소를 찾아가는것도 새로운 재미임을 깨달았습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얼마나 달라진 이야기로 우리를 찾아올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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