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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구
시마다 소지 지음, 현정수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최후의 일구 / 시마다 소지
제각각인 관중의 감정과 어떤 종류의 악의로 구장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악의는 특히 투수를 향한 것처럼 여겨져 공포심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들은 게임의 승패보다 제가 점수를 왕창 내줘서 프로 세계에서 매장되는, 그런 재미있는 볼거리라도 기대하는 듯해서 고대 로마 시대의 검투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P.154-
1.
다른 친구들처럼 열정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TV를 통해 바라보는 경기의 모습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대개 라면을 먹으며, 또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보게 되는 경기는 보통 프로들의 시합입니다. 종종 비속어를 섞어가며 경기를 시청하지만, 그들이 일반인인(혹은 평균 이하인) 저와 친구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것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수있는 명백한 사실일 겁니다. 그렇게 TV속 선수들의 긴장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보고있자면, 종종 후보선수들의 얼굴이 비칠 때가 있습니다. 평소라면 스포트라이트 뒷편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잊어 넘길테지만, <최후의 일구>를 읽은 뒤에는 그 뒷편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도 마음이 찝찝했습니다.
얼마전 <마신 유희>를 읽고 <최후의 일구>를 읽었는데 같은 작가의 같은 시리즈라고 하기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두 작품 모두 탐정인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 하지만<마신 유희>가 본격 추리물에 가까운 반면, <최후의 일구>는 미스터리 요소가 미비하게 느껴지는 사회파 소설 이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고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만, 개인적으로는 사회의 어두운 면과, 젊은 청년들의 뜨거운 우정을 느낄수 있었던 <최후의 일구>가 인상적이였습니다.

"그렇다고 누굴 원망하는 건 아니야. 나에겐 재능이 없었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이건 불평하는 게 아니야. 나는 너에게 공을 던질 수 있어서 충분히 행복했어. 그도 그럴 것이 너를 남길 수 있었잖아. 나는 못 했지만 네가 대신 매리너스에 남아 내 몫까지 활약해줄 테니까. 나는 그것을 하마마쓰에 돌아가서 텔레비전으로 보자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랬기에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다고."
-P.202-
2.
책은 크게 2개의 이야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미타라이 기요시'에게 어머니의 자살시도 원인을 찾아달라는 의뢰인의 이야기가 1장에 깔려있고, 2장에서는 야구를 사랑하는 한 젊은이가 자신의 삶을 독백으로 나타내고 있지요. 이 뜬금없는 두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여가며, 마지막에 그 비밀이 밝혀지는 구조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책은 미스터리의 요소가 무척이나 미비합니다.(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의 비중도 굉.장.히 작습니다.) 그것보다는 청춘소설에 가까운 두 젊은 야구인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그 플롯이 너무나 단순해 조금은 당혹스러울 정도이지만, '시마다 소지'의 연륜은 여기서도 여김없이 드러납니다. 뻔한 이야기를 이렇게 감칠맛나게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모든 사람은 최고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타고난 재능이기 때문에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거죠.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최고만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최고가 아니라고 기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렇게 남몰래 노력하고 끈기있게 노력한다면, 언젠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기적이 일어날 테니까 말이죠.

그렇지만 저의 모든 것을 야구에 바친 20여 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의 노려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말에 수긍할 수 없습니다. 저의 노력은 그것이 최대한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두 배를 달리고, 세 배를 던졌습니다. 지금 다시 한 번 인생을 살더라도 그것 이상의 노력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후회는 없습니다.
-P.272-
3.
오사카에 놀러갔을때 동행했던 형이 아마추어 야구선수로 활동중이였기에 자연스레 야구에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었는데요. 고시엔 경기장도 구경하고, 한신백화점에 들려 쇼핑도 하면서 참 많이 놀랐습니다. 일본이 특히 오사카 사람들이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구단의 백화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말이죠. 최근 일본에서 야구를 소재로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아마 이런 야구 사랑이 문학에도 녹아들어갔기 때문일 겁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축구보다 야구가 더 인기 종목이 된 것 처럼 보이는데요. <최후의 일구>는 야구와, 대부업체, 경기조작등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는 공통분모를 갖고 이야기하고 있기에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볍게 던져 묵직하게 다가오는 야구공처럼 마음속에 오래 남을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