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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함길수
삶에서 필요한 용기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결단이며, 가급적 나를 더 사랑하는 지혜이며, 가끔 예상치도 못한 의미 있는 선물을 나에게 건네는 것이며, 종종 먼 나라로의 가슴 설레는 여정을 위해 배낭을 꾸리는 일입니다. 자유를 선물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인생. 스스로 선택하고 온전한 자신의 시간을 누리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깊고 심오한 철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나와 마주하는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 왜 필요한지를, 지친 나를 달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단절의 시간이 필요 하다는 것을, 다시 나로 회복되기 위해 나를 향한 온전한 길 위의 시간은 필요해 보입니다.
-P.7-
1.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앙드레 말로의 말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무척이나 당연한 말임에도 이 말이 어려운 이유는 '꿈'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추상적이고, 도달하기 힘든 이상의 모습을 닮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린시절부터 수 없이 들어왔던 질문중에 하나가 바로 '네 꿈이 뭐냐'는 질문이였습니다. 사실 '꿈'이라는 말은 장래희망과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논리에 따라 그때 생각해왔던 대통령, 변호사, 경찰관, 연예인과 같은 장래희망이 어느새 자신의 꿈으로 굳어져 버렸고, 진짜 내 꿈이 무엇인지는 잊혀졌습니다. 물론 장래희망도 꿈의 범주에 속합니다. 자신이 이뤄내고 싶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이라면 그리고 아이라면 '장래 무엇이 되겠습니다' 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게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요?
저 역시 꿈보다는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굳이 꿈을 이야기자면 로또 일등정도의 세속적인 대답을 던질 수 있을겁니다. 꿈 자체가 없는데, 꿈을 그리라니.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 역시 많은 꿈들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어릴적 저는 지금의 저보단 더욱 가능성이 컸을테니깐 말이죠.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없다. 누구나 후회를 한다. 하지만 후회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이다. 자신만이 걷고 싶은 길을 흔들림 없이 걷는 것, 그것이 축복이다. 아무나 걸을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길이다. 자신에게 충실하다 보면 진실한 자신의 모습도 만나게 된다. 하나의 길에 몰두하기란 쉽지 않다. 그 하나의 길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을 때까지 그 길 위에서 말없이 헌신해야 한다. 길이란 그렇게 마음으로 걷는 것이다. 온 마음 다해 성실하게 가슴으로 다가가야 한다.
-P.66-
2.
앞부분에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늘어놔서 책이 '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여행 에세이 입니다. 앞부분에 바오밥나무 이야기를 하며 '꿈'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될 뿐 그것이 책 전체에 중심이 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게는 유독 그 부분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시험에 허덕이는 요즘 탈출구를 빙자한 핑계가 필요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작가가 여행한 장소에서 느낀 감정들의 기록입니다. 여행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먹었다와 같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보다는,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꿈'을 비롯하여, '희망', '후회'등과 같은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멋진 사진들과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12개국 46개의 자연들은 다른 매력, 다른 느낌을 뿜어냅니다. 사진으로만 바라봐도 그런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는데 실제로 바라봤을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얼마나 복잡 미묘할까요.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풍경을 내 몸으로 체험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습니다.

어린시절 꿈꾸던 삶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꿈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불가사의한 힘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내 삶에서 색다른 전환점이 필요하다면 수많은 꿈을 꾸었던 어린 시절 일기장을 꺼내 보자. 설레는 가슴을 다시 만나고 두려워하던 그것을 만나 보자. 그것이 꿈이다. 두려워하는 것, 그것에 다가가 보자. 인생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우베인다리의 고요를 바라보며.....
-P.167-
3.
여행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경험하는 나의 행동과 생각들은 평소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거든요. 여행이란 그런 낯선 공간에서 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적한 공간에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사고를 하고, 나 혼자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이요. 책의 저자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 주는 그런 신비한 매력에 대해서 말이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나라들의 풍경이여서, 그 이국적인 자연에 더욱 마음이 편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읽는 내내 작가와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차분하게 음미해가며 읽고 싶은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