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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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 코너 우드먼

 

 

(학교 과제로 제출했던 레포트입니다. 기존 서평과 양식이 다릅니다)

 

 

1.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세계일주

 

 ‘세계일주’라는 말은 무척이나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아마 내가 살아온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마주하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게 인식되는 ‘세계일주’는 여행으로 치환되는 그런 개념이다. 누군가와의 새로운 만남, 맛있는 음식, 새로운 볼거리 등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관광이 목적이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목적이 아닌, 의미있는 목적으로 세계일주를 계획한 사람이 있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의 저자 코너 우드먼이 책을 써나간 과정은 한잔의 커피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부사망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라는 공정무역 재단의 마크는, 저자가 바른 소비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선물해 주었지만 동시에 특정한 커피를 소비함으로서, 커피 생산자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라는 의문도 품게 만들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9개 국가를 여행한다.

 

 코너 우드먼을 따라 낯선 국가들을 여행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지구 반대편 북반구 국가들의 끝없는 욕심에 희생되는 남반구 국민들의 삶은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중앙아메리카의 니카과라에서 시작된다. 변변한 장치 없이 잠수하여 바닷가재를 잡는 사람들. 수압에 의해 다리를 못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들은 생계를 위해 바다로 향할 수 밖에 없다. 정말 화가 나는 사실은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담보로 잡아 올린 바닷가재를 본인들은 비싸서 사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비참한 현실은 니카과라라는 특정 국가의 문제만이 아니다. 콩고, 라오스, 중국에 이르기까지 제3국이라 불리는 많은 국가들은 니콰과라의 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들 나라를 착취하는 선진국과 대기업 중에는 우리나라, 한국 기업도 존재하고 있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애플의 제품이 중국의 어린이 노동자의 인권을 착취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알려져 대대적인 소비자 운동이 벌어졌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사실이 알려져도 혀만 차고 끝낼 뿐 불매운동이 벌어지지 않는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동양의 자본주의는 너무 급격하게 발달하여, 생산자에 대한 책임도, 노동자에 대한 인권도 재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 과거 비슷한 환경의 피해자였음에도, 가해자의 입장에 선 기업들의 악랄함은 끝없는 악순환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2. 자본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으로, 자본주의는 완벽한 체제로 인식되었다. 오늘날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있는데,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빈부가 결정된다는 이 체제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심각한 부작용들을 가져오고 있다. 부를 선점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큰 부를 축적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도 계속 가난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 내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어가는 오늘날 문제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먼은 경제적 자유가 없는 공간에서 정치적 자유가 싹트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이야기에는 동감하지만, 그것은 이미 부를 선취한 국가들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책속에 등장하는 가난한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정치적 자유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다는 한국인들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더욱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다. 가난한 자본주의 국가의 현실이다.

 

 책은 저자 본인이 이러한 국가들을 다니며 보고 들은 사례 위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저 제3세계 국가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로만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서두에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과,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이나마 집어넣었으면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아쉬웠다.

 

 또한 책의 제목처럼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면, 자본주의의 시초인 미국의 이야기와, 사회적 민주주의라 불리는 북유럽의 민주주의 등의 이야기도 함께 이야기 했어야 하는데 오로지 제 3국가의 불편한 진실에만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이야기 자체가 지루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격으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두 번째 장에서 영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긴 했지만 자본주의라고 보기보단 공정무역이라는 제도를 악 이용하는 기업들에 대한 일부사례만을 다루고 있어 이것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는 책인지, 공정무역을 옹호하는 책인지 조금 의문이 들었다. 만약 후자쪽 이라면 이름을 너무나 확대해석하여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3. 사회적 기업의 모순.

 

 얼마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윤리적인 소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기업들이 단순한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실직자가 문제가 되며 그 개념이 대두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얼핏 윤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이면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아니 인식하고 싶지 않아하는 불편한 진실들이 녹아들어 있다. 책에 나와있는 사례들은 이러한 주장을 더욱 공고히 뒷받침한다.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는 기업들 중 일부는 윤리적인 상품을 판매하며 자신들을 포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업을 위한 겉포장에 불과하다. 윤리적 무역 자체가 거대한 사업이 된 일부 대기업들은 순수한 본래의 목적보다는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한 마케팅이 1차 생산물의 생산자들 혹은, 그곳의 환경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면 이러한 사업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무역 인증 상표와 관련된 실상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이러한 공정무역 인증의 과정에서 수혜자는 1차생산자가 아닌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일부의 경우 일지도 모르겠지만 윤리적인 소비를 주장하는 공정무역 제품의 경우 공정무역 단체의 인증 기준이 애매하거나, 인증 표시를 다는 대가로 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공정무역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면서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 기업들이 공정무역 인증 제품에 밀려 시장 점유는커녕,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윤리적 소비를 인증하는 상표가 오히려 더욱 윤리적인 기업을 가려내는데 어려움을 주는 셈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학을 배우는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에 있어 제 3국 국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편법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속이려 한다면 결국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기업이 되고 말 것이다.

 

 책에서 내가 몰랐던 이런 이면의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 것은 무척이나 새로웠지만, 영국의 사례에서 공정무역 인증에 대한 부정적인 사례가 너무 부각되어 공정무역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또한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 역시 지나치게 축소되어 부정적인 면을 많이 비추어 줬는데, 협동조합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사례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일부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무엇이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뒤 무척이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관련 수업을 통해 공정무역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었다 자부하지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척이나 막연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마지막 장을 할애하여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여덟 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부분은 모두 옳은 내용이지만, 그 실천 방향이 지나치게 두루뭉실하다. 저자 역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전 공정무역 재단인 ‘아름다운 가게’의 간사분들께 궁금했던 내용들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공정무역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냐는 질문이였는데, 사실 그분이 설명하시는 것 역시 내가 생각했던 구체적인 대안은 아니였다. 직접 생산자를 만나 직접거래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장점에 관해서는 이해했지만, 그것이 가져올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이 없다고 느껴졌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내가 가진 지식이 과연 효용이 있는 것 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세상은 나 혼자서는 바꿀 수 없다. 한 사람의 개인은 약하지만, 공통된 윤리의식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뭉쳤을 때 그때서야 세상을 바꾸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기업들도 한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세계화가 아닌 국제주의를 지지할 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거인과 아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거인이 아이가 잘 성장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 나의 몫이라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고 행동해 봐야겠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켰듯이 나의 이야기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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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사를 믿지 마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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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사를 믿지마라 / 리저 러츠

 

 

우리 가족의 남다른 특징이라면 회사 일을 집까지 끌고 들어온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 뒷조사가 직업이다 보니 식구들끼리도 서로 뒷조사를 하게 된다. 이 한 가지 문제 때문에 평생 숱한 갈등에 부딪혔다.

 

-P.15-

 

1.

 

 소설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가족의 성격은 무척이나 뻔합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생활력 강한 어머니, 모범생 큰형과, 망나니 둘째, 귀엽고 총명한 막내. 모든 가정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이런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다들 공감하시죠...!?) 리저 러츠의 <네 집사를 믿지마라>의 주인공들 역시 다른 소설에서 쉽게 볼수 있는 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아 정말 이건 너무하잖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건과,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 사건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가족 이야기는 누군가의 추천사처럼 〈프렌즈〉의 유쾌함, 〈셜록〉의 서스펜스, 〈가십걸〉의 트렌디함, 〈하우스〉의 지적 재미를 한 작품 안에서 느낄수 있게 만듭니다.

 

 책은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감정에 호소하며 가족간의 연대의식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을 협박하고, 감시하고 심지어 강금하기도 하는 미국판 콩가루 집안의 표본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가족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방법이 다를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가족들을 사랑하고 그 소중함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나는 특히 홈스가 마지막에 범인을 고발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내가 홈스를 좋아하나 보다. 정의감만으로 행동하지 않고 도덕규범을 융통성 있게 다룰 줄 아는 인물이니까. 물론 현시레계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면 안 되겠지만 나는 홈스의 도덕적 판단에 동의하는 편이다. 이해가 된다는 거다. 그뿐이다. 근데 내가 봐도 그의 마약중독은 살짝 심한 것 같긴 하다.

 

-P.61-

 

2.

 

 책은 스펠만가의 둘째 딸 이자벨과, 그의 할아버지 모티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손자의 여자친구를 매춘부라 말하고, 샌프란시스코를 샌프란이라 줄여 부르는 이 독특한 영감님을 통해 책을 펼친 처음부터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은 눈을 감고 어느 한 페이지를 펼쳐도 미소가 지어질만큼 유쾌합니다. 물론 이 미쿡식의 조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옴니버스식의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즐겁게 읽어나갈수 있을겁니다.

 

 탐정 집안인 스펠만가의 둘째딸 이자벨은 가족 사업인 사립탐정 사무소를 이어받기로 결심하지만,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갖가지 사건에 휘말립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굵직한 미션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사라진 대저택 집사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배우인 친구를 집사로 위장 잠입시키기, 재정이 위태로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경쟁사 탐정을 감시하며 뒤를 캐기,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며 약점을 틀어쥐고 변호사와 강제 맞선을 보게 하는 엄마에 맞서 일부러 만취한 사람과 선보며 퇴짜 맞을 행동만 골라서 하기. 어느 하나 쉬운게 없는 사건들은 연쇄적으로 더 많은 고민들을 이자벨에게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 수 많은 사건들 속에서 서른즘의 이자벨은 더욱 성숙해 갑니다.

 


 

 

내 직업의 목표는 사건을 해결하고 비밀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구겨진 종이가 펼쳐지듯이 완벽한 진실이 드러날 때도 있고,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멋지게 해결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은 지그소 퍼즐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조각 몇 개는 꼭 빠져 있기 일쑤라서, 정황을 살펴보고 질문을 던지다 보면결국에는 더 많은 질문만 딸려 나오고는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러분에게 반전, 악당, 징벌, 깔끔한 결말이 있는 모범적인 탐정소설을 선사할 수 없다.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으니까. 현실에서 내가 맞닥뜨리는 의문은 대부분 풀리지 않았고 미스터리는 숙제로 남았다.

 

다만 이것만큼은 말해줄 수 있겠다. 아무런 해답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삶이 온전하게 느껴지고 인생을 뒤바꾸는 결단을 내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그것만큼은 확실하다고.

 

-P.462-

 

3.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대저택 집사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작품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작은 사건에 불과합니다. 시종일관 병맛을 연상케하는 이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는 하나의 큰 사건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자잘한 일상이 모여 하나의 책의로 완성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막장 드라마의 패턴은 아닙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가족들 때분에 그 사건 뒤의 진의를 파악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책의 장르를 굳이 나누자면, 유머 미스터리의 형식을 지닌 코믹소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동양의 유머 미스터리는 그 색이 무척이나 다릅니다.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 이게 확실히 정서의 차이구나 라는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스펠러가의 이야기는 <네 가족을 믿지 말라>를 시작으로 <네 남자를 믿지 말라>, <네 아내를 믿지 말라>의 순으로 이어졌고 그 네번째 이야기가 바로 <네 집사를 믿지 마라>라고 합니다.(왜 말라가 -집사에 와서만 마라로 바뀌었는지는 의문..) 유쾌한 이야기와 느낌있는 표지에 다른 작품역시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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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5
우타노 쇼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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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 우타노 쇼고

 

 

히라타는 항상 냉정하게 업무에 임한다. 냉정하게 대처하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때로 감정이 불쑥 요동친다. 1985년생이란 것을 알고는 마음이 쿵 내려앉아 물러져버린 것이었다. 히라타도 마음에 문제를 안고 있다.

 

-P,24-

 

1.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봐도 이렇게 계절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나라는 흔치 않으니까 말이죠. 봄이 와서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싹이나고, 가을에 싹을 거두고, 겨울에는 땅을 쉬게하여 영양을 공급하고. 각각의 계절은 그 필요에 따라 특징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봄과 가을이 사라진 듯 합니다. 그래도 봄은 꽃이피며 약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가을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립니다. 이 순환의 과정에서, 하나의 계절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은 여러모로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가을이 사라진 자연은 풍요로움을 느끼기엔 너무나 빈곤할 테니까 말이죠.

 

 인간의 삶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삶의 사이클에서 어떤 부분이 사라져 버린다면, 더욱이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었다면 그 상실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겁니다. 항상 변하지 않을것 같았던 평범한 삶에서, 갑작스레 하나의 나사가 빠져 버렸을때, 그 때 그의 삶은 극적으로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루카는 음악을 들으며 전화를 조작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휴대전화의 헤드폰, 하루카의 이중과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붐의 과실이다. 하루카를 죽음으로 낸몬 것은 바로 나다.

 

-P.131-

 

2.

 

 주인공 히라타 마코토는 지방 대형마트의 보안책임자입니다. 잘나가는 기업의 촉망받는 인재였던 히라타지만, 뺑소니 사고로 딸을 잃으며 동시에 많은것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아마 내색하지 않았지만 자책감 때문이였을 겁니다. 딸의 부주의를 자신이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겁니다. 히라타보다 더욱 약했던 아내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평범했던 삶은 딸 하루카를 잃은 후 극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불행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죽은 딸과 같은 나이의 아이가 찾아옵니다. 마트의 음식을 훔치다 걸린 스에나가 마스미 앞에서, 히라타는 냉정할 수 없습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가을을 찾기 위해 조카인 마히로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은 마스미를 돕고싶다는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삶에 미련은 없습니다. 비참하게 살아가는 마스미를 위해 히라타는 한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어른에게 일 년은 바람처럼 지나간다. 지난번 상경 때는 코트 깃을 세웠는데 지금은 셔츠 한 장으로도 거뜬하다. 미래는 확실히 찾아오고 현재는 확실히 찾아오고 현재는 확실히 과거가 된다. 그걸 아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리라.

 

-P.200-

 

3.

 

 인간의 삶을 계절로 비유해 보았을때, 50줄의 히라타는 가을에 해당될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 가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며, 연쇄적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으니까요. 그 사라진 가을을 찾아주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알게된 진실은, 그녀가 생각했던 진실과는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겨울은 붉게 물들고 말았습니다.

 

 제목만큼이나 내용이 아련하게 남았습니다. 무언가의 부재로 사람은 무척이나 연약합니다. 눈앞의 단순한 진리도 헤아리지 못할만큼 어리석게 만들죠. 그가 그녀에게 희망을 주었고, 그녀 역시 그의 삶의 이유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동시에 그는 그녀에게서 소중한 것을 뺏어갔고, 그녀 역시 그의 인식속에서 소중한것을 빼앗은 존재로 남았습니다. 모든 것은 어렵습니다.

 

계절이 사라진 삶에서 사람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뒷맛이 무척이나 아렸던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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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여는 대안 경영 -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진정한 혁신
페터 슈피겔 지음, 강수돌 옮김 / 다섯수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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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여는 대안경영 / 페터 슈피겔

 

 

이 새로운 삶의 감수성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고무적으로 움직이는데, 그것은 계층과 계급, 분야, 나라를 초월한다. 여기에는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오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 금세 수많은 기업가나 활동가들이 실로 다양하면서도 공통분모가 많은 구상이나 조직들을 거론할 것이다.

 

-P.26-

 

1.

 

 

 얼마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윤리적인 소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기업들이 단순한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죠.

 

 이제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그린 마케팅의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사람들은 수동적이지 않으며, 환경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품을 불매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단순히 재무적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환경, 소비자, 사회를 하나의 커다란 비 재부적 이해관계자로 바라보고 사업을 벌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비 재무적 이해관계자들의 외부효과를 고려하는 기업 말이죠.

 



 

 

 

그것은 이 모든 기업이 단순히 돈만 벌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첨예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런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시장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보수를 주면서도 수익을 내고자 노력하는데, 기존 기업과의 차이점은 이익을 기업주가 독차지하는 것이 아닐 사회적 문제나 생태적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다시 투입한다는 데 있다.

 

-P.66-

 

2.

 

 책의 제목이기도 한 대안경영이란 위에 설명한 사회적 기업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라 설명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기업들만이 소셜 비즈니스를 추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존 기업들도 혁신이 필요한 사회문제를 경영에 접목할 수 있는데요. 단지 필요한 것이라고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 의지입니다.

 책은 이러한 대안경영의 사례와 함께, 그것을 실천하기위한 기초까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로 치부되는 자원을 생각의 전환으로 뒤바꾼 사례부터, 사회적으로 소외된 장애인들을 통해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 사례까지 규모의 크고 작음과 상관 없이 이렇듯 건전한 대안경영은 중요한 화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교육이다!" 물론 이 교육 시스템은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에 부합해야 한다.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 다시 말해 근본적인 교육 혁신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태껏 강조해 온, 인간의 잠재력 발현을 위해 교육이 중요하고 교육의 가치만큼은 영원불변할 것이라는기본적 생각 이상의 것을 행해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에 과연 어떤 식으로 학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 즉 심층적인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63-

 

3.

 

 책에서는 대안경영을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진정한 혁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동안의 기업가들은 생태 파괴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 실현에 있어서도 극복의 대상이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경영은 지금까지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것입니다. 이러한 대안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입니다. 앞에 설명한 쓰레기로 인식되는 히아신스를 버섯재배에 필요한 자원으로 사용한다던지, 태양광을 통하여 가산한 사람들을 먹여살린다던지 하는 남들이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인식의 전환 말이죠.

 

 더 이상 재무적 이해관계자만을 위한 경영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점점 변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좀더 착한 경영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욱 나은 세상으로 만들 것입니다. 대안경영의 개념부터, 그것의 방법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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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에번 D. G. 프레이저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음식의 제국 / 에번 D.G. 프레이저, 앤드루 리마스

 

 

로마인들은 고대 세계의 경영 아이콘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식품제국의 제 1규칙이 식료품실의 재고 유지라는 사실을 잊었다. 안정된 식량 공급이 없다면 아무리 튼튼한 성벽 요새로 도시를 두른다해도 훈족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할 터였다. 로마는 전쟁, 지력고갈, 기후변화, 경제불안 같은 복합적 위협에 직면했다. 곡물 배 단 한척만 도착하지 못해도 사회가 불아할 지경이 되었다. 황폐한 토양에서 요행히 풍작이 나오길 바라며 온 나라가 술렁였다. 로마의 곡물창고 체계는 풍년일 때에만 기능하는 것이었다. 이제 창고를 다시 채울 수 없는 날이 도래했다.

 

-P.114-

 

1.

 

 사람이 살아가며 기본적으로 필요한것을 보통 의.식.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세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식(食)과 관련된 문화일텐데요. 집과, 옷은 없이 생활하지만, 식량이 없이는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식량이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상당히 둔감합니다.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음식을 파는 가게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음식에 대한 위협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음식들의 원산지를 봤을때 국내에서 생산된 식자재는 얼마나 될까요?

 

 국내의 식량자급률은 작년도 기준으로 22.6% 정도입니다. 특히 쌀을 제외한 곡물의 경우는 3.4%에 불과하지요. 반면 캐나다(180%), 프랑스(174%), 미국 (125%), 독일(124%), 영국(101%) 등 구미 선진국들은 자급률이 100%를 넘습니다. 만약 급격한 기후변화로 식량자급에 문제가 생길경우 식량자원은 곧 무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식량 자급률은 나날히 낮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낮아질 전망입니다. 사람은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식량이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농업의 앞길은 선명하지 않다. 가만히 앉아서 사라지는 토착 문화를 안타까워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굶주린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좋은 경작지를 치아파스 인디오의 농법과 같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낭비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트랙터를 사용하여 식량 증산을 많이 이뤄낼수록 또 다른 숲을 파괴하거나 아름다운 습지의 물을 뺄 필요도 줄어든다. 효울성은 생물다양성을 비롯하여 이 지구에도 긍정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현대화된 대형 농장에서 나온 식품이 사실상 화석연료를 먹고 자라싸는 불행한 진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구에 매우 부정적이다.

 

-P.300-

 

2,

 

 <음식의 제국>은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입니다. 두껍고, 어려운 내용의 인문학 서적이 재미있다는건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역사,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에서 쓰여진 책은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아니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뒷장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16세기 피렌체 상인이자, 세계 무역 여행을 기록한 최초의 유럽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의 15년에 걸친 세계 일주를 따라가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픽션이 아닌 역사적 사실입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근대 대영제국, 현대 미국과 중국의 몸살 앓는 곡창지대를 넘나들며 작가는 식량과 관련된 비극과, 그 중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식량 자원은 한정적입니다. 지구라는 한정된 토지에서 사람들은 식량이 아닌, 원료를 추출합니다. 남미의 거대한 평원에서 옥수수를 대량 재배하며 그 옥수수로 식량이 아닌 동물의 사료를 만들어 냅니다. 비극적인 사실은 지구 반대편에서는 그 짐승들의 사료로 사용되는 옥수수가 없어 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는 참으로 오싹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한국이 아니지만, 그 공포는 범 세계적이며 식량 자급률이 바닥인 우리나라에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슬로푸드는 단순히 값비싼 치즈를 팔기 위한 국제적 음모가 아니다. 이것의 모토는 '맛있음, 깨끗함, 공정함'이다. 슬로푸드는 진지한 운동이다. 산업적 식품체계와는 달리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깨끗함'이다. '공정함'에 관해서는 슬로푸드 대회의 커피나 초콜릿 부스를 방문하여 포스터에 있는 익숙한 로고(공정무역 인증을 말함 - 옮긴이)를 참고한다.

 

-P.385-

 

3.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킨 식량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책의 후반부 작가는 슬로푸드라는 대책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지만, 값싼 농산물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이러한 슬로푸드와, 로컬푸드의 개념은 쉬이 자리잡히지 않습니다. 저부터도 일단 가격이 싼 음식을 찾게 되니까 말이죠. 하지만 분명 이런식으로 가다간 미래에, 내가 아니더라도 내 후대에 큰 위기가 닥쳐올것임이 분명합니다.

 

 '금융위기는 삶을 망치지만, 식량위기는 삶을 끝장낸다'라는 책의 소개글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에 멤돌았습니다.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무역을 통한 식량의 교역이 어떠 위기를 가져오는지, 책은 과거 역사속 사례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러한 문제의 결과를 어떻게 극보해 나갈것인가의 해결방법입니다. 점점 무너저가는 우리내 농촌 사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그리고 내가 이렇게 먹고 있는 식량의 이면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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