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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에번 D. G. 프레이저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음식의 제국 / 에번 D.G. 프레이저, 앤드루 리마스
로마인들은 고대 세계의 경영 아이콘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식품제국의 제 1규칙이 식료품실의 재고 유지라는 사실을 잊었다. 안정된 식량 공급이 없다면 아무리 튼튼한 성벽 요새로 도시를 두른다해도 훈족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할 터였다. 로마는 전쟁, 지력고갈, 기후변화, 경제불안 같은 복합적 위협에 직면했다. 곡물 배 단 한척만 도착하지 못해도 사회가 불아할 지경이 되었다. 황폐한 토양에서 요행히 풍작이 나오길 바라며 온 나라가 술렁였다. 로마의 곡물창고 체계는 풍년일 때에만 기능하는 것이었다. 이제 창고를 다시 채울 수 없는 날이 도래했다.
-P.114-
1.
사람이 살아가며 기본적으로 필요한것을 보통 의.식.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세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식(食)과 관련된 문화일텐데요. 집과, 옷은 없이 생활하지만, 식량이 없이는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식량이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상당히 둔감합니다.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음식을 파는 가게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음식에 대한 위협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음식들의 원산지를 봤을때 국내에서 생산된 식자재는 얼마나 될까요?
국내의 식량자급률은 작년도 기준으로 22.6% 정도입니다. 특히 쌀을 제외한 곡물의 경우는 3.4%에 불과하지요. 반면 캐나다(180%), 프랑스(174%), 미국 (125%), 독일(124%), 영국(101%) 등 구미 선진국들은 자급률이 100%를 넘습니다. 만약 급격한 기후변화로 식량자급에 문제가 생길경우 식량자원은 곧 무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식량 자급률은 나날히 낮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낮아질 전망입니다. 사람은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식량이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농업의 앞길은 선명하지 않다. 가만히 앉아서 사라지는 토착 문화를 안타까워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굶주린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좋은 경작지를 치아파스 인디오의 농법과 같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낭비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트랙터를 사용하여 식량 증산을 많이 이뤄낼수록 또 다른 숲을 파괴하거나 아름다운 습지의 물을 뺄 필요도 줄어든다. 효울성은 생물다양성을 비롯하여 이 지구에도 긍정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현대화된 대형 농장에서 나온 식품이 사실상 화석연료를 먹고 자라싸는 불행한 진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구에 매우 부정적이다.
-P.300-
2,
<음식의 제국>은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입니다. 두껍고, 어려운 내용의 인문학 서적이 재미있다는건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역사,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에서 쓰여진 책은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아니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뒷장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16세기 피렌체 상인이자, 세계 무역 여행을 기록한 최초의 유럽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의 15년에 걸친 세계 일주를 따라가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픽션이 아닌 역사적 사실입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근대 대영제국, 현대 미국과 중국의 몸살 앓는 곡창지대를 넘나들며 작가는 식량과 관련된 비극과, 그 중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식량 자원은 한정적입니다. 지구라는 한정된 토지에서 사람들은 식량이 아닌, 원료를 추출합니다. 남미의 거대한 평원에서 옥수수를 대량 재배하며 그 옥수수로 식량이 아닌 동물의 사료를 만들어 냅니다. 비극적인 사실은 지구 반대편에서는 그 짐승들의 사료로 사용되는 옥수수가 없어 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는 참으로 오싹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한국이 아니지만, 그 공포는 범 세계적이며 식량 자급률이 바닥인 우리나라에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슬로푸드는 단순히 값비싼 치즈를 팔기 위한 국제적 음모가 아니다. 이것의 모토는 '맛있음, 깨끗함, 공정함'이다. 슬로푸드는 진지한 운동이다. 산업적 식품체계와는 달리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깨끗함'이다. '공정함'에 관해서는 슬로푸드 대회의 커피나 초콜릿 부스를 방문하여 포스터에 있는 익숙한 로고(공정무역 인증을 말함 - 옮긴이)를 참고한다.
-P.385-
3.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킨 식량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책의 후반부 작가는 슬로푸드라는 대책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지만, 값싼 농산물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이러한 슬로푸드와, 로컬푸드의 개념은 쉬이 자리잡히지 않습니다. 저부터도 일단 가격이 싼 음식을 찾게 되니까 말이죠. 하지만 분명 이런식으로 가다간 미래에, 내가 아니더라도 내 후대에 큰 위기가 닥쳐올것임이 분명합니다.
'금융위기는 삶을 망치지만, 식량위기는 삶을 끝장낸다'라는 책의 소개글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에 멤돌았습니다.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무역을 통한 식량의 교역이 어떠 위기를 가져오는지, 책은 과거 역사속 사례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러한 문제의 결과를 어떻게 극보해 나갈것인가의 해결방법입니다. 점점 무너저가는 우리내 농촌 사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그리고 내가 이렇게 먹고 있는 식량의 이면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