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5
우타노 쇼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 우타노 쇼고

 

 

히라타는 항상 냉정하게 업무에 임한다. 냉정하게 대처하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때로 감정이 불쑥 요동친다. 1985년생이란 것을 알고는 마음이 쿵 내려앉아 물러져버린 것이었다. 히라타도 마음에 문제를 안고 있다.

 

-P,24-

 

1.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봐도 이렇게 계절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나라는 흔치 않으니까 말이죠. 봄이 와서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싹이나고, 가을에 싹을 거두고, 겨울에는 땅을 쉬게하여 영양을 공급하고. 각각의 계절은 그 필요에 따라 특징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봄과 가을이 사라진 듯 합니다. 그래도 봄은 꽃이피며 약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가을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립니다. 이 순환의 과정에서, 하나의 계절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은 여러모로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가을이 사라진 자연은 풍요로움을 느끼기엔 너무나 빈곤할 테니까 말이죠.

 

 인간의 삶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삶의 사이클에서 어떤 부분이 사라져 버린다면, 더욱이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었다면 그 상실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겁니다. 항상 변하지 않을것 같았던 평범한 삶에서, 갑작스레 하나의 나사가 빠져 버렸을때, 그 때 그의 삶은 극적으로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루카는 음악을 들으며 전화를 조작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휴대전화의 헤드폰, 하루카의 이중과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붐의 과실이다. 하루카를 죽음으로 낸몬 것은 바로 나다.

 

-P.131-

 

2.

 

 주인공 히라타 마코토는 지방 대형마트의 보안책임자입니다. 잘나가는 기업의 촉망받는 인재였던 히라타지만, 뺑소니 사고로 딸을 잃으며 동시에 많은것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아마 내색하지 않았지만 자책감 때문이였을 겁니다. 딸의 부주의를 자신이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겁니다. 히라타보다 더욱 약했던 아내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평범했던 삶은 딸 하루카를 잃은 후 극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불행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죽은 딸과 같은 나이의 아이가 찾아옵니다. 마트의 음식을 훔치다 걸린 스에나가 마스미 앞에서, 히라타는 냉정할 수 없습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가을을 찾기 위해 조카인 마히로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은 마스미를 돕고싶다는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삶에 미련은 없습니다. 비참하게 살아가는 마스미를 위해 히라타는 한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어른에게 일 년은 바람처럼 지나간다. 지난번 상경 때는 코트 깃을 세웠는데 지금은 셔츠 한 장으로도 거뜬하다. 미래는 확실히 찾아오고 현재는 확실히 찾아오고 현재는 확실히 과거가 된다. 그걸 아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리라.

 

-P.200-

 

3.

 

 인간의 삶을 계절로 비유해 보았을때, 50줄의 히라타는 가을에 해당될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 가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며, 연쇄적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으니까요. 그 사라진 가을을 찾아주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알게된 진실은, 그녀가 생각했던 진실과는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겨울은 붉게 물들고 말았습니다.

 

 제목만큼이나 내용이 아련하게 남았습니다. 무언가의 부재로 사람은 무척이나 연약합니다. 눈앞의 단순한 진리도 헤아리지 못할만큼 어리석게 만들죠. 그가 그녀에게 희망을 주었고, 그녀 역시 그의 삶의 이유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동시에 그는 그녀에게서 소중한 것을 뺏어갔고, 그녀 역시 그의 인식속에서 소중한것을 빼앗은 존재로 남았습니다. 모든 것은 어렵습니다.

 

계절이 사라진 삶에서 사람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뒷맛이 무척이나 아렸던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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