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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사를 믿지 마라 ㅣ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네 집사를 믿지마라 / 리저 러츠
우리 가족의 남다른 특징이라면 회사 일을 집까지 끌고 들어온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 뒷조사가 직업이다 보니 식구들끼리도 서로 뒷조사를 하게 된다. 이 한 가지 문제 때문에 평생 숱한 갈등에 부딪혔다.
-P.15-
1.
소설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가족의 성격은 무척이나 뻔합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생활력 강한 어머니, 모범생 큰형과, 망나니 둘째, 귀엽고 총명한 막내. 모든 가정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이런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다들 공감하시죠...!?) 리저 러츠의 <네 집사를 믿지마라>의 주인공들 역시 다른 소설에서 쉽게 볼수 있는 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아 정말 이건 너무하잖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건과,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 사건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가족 이야기는 누군가의 추천사처럼 〈프렌즈〉의 유쾌함, 〈셜록〉의 서스펜스, 〈가십걸〉의 트렌디함, 〈하우스〉의 지적 재미를 한 작품 안에서 느낄수 있게 만듭니다.
책은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감정에 호소하며 가족간의 연대의식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을 협박하고, 감시하고 심지어 강금하기도 하는 미국판 콩가루 집안의 표본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가족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방법이 다를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가족들을 사랑하고 그 소중함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나는 특히 홈스가 마지막에 범인을 고발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내가 홈스를 좋아하나 보다. 정의감만으로 행동하지 않고 도덕규범을 융통성 있게 다룰 줄 아는 인물이니까. 물론 현시레계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면 안 되겠지만 나는 홈스의 도덕적 판단에 동의하는 편이다. 이해가 된다는 거다. 그뿐이다. 근데 내가 봐도 그의 마약중독은 살짝 심한 것 같긴 하다.
-P.61-
2.
책은 스펠만가의 둘째 딸 이자벨과, 그의 할아버지 모티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손자의 여자친구를 매춘부라 말하고, 샌프란시스코를 샌프란이라 줄여 부르는 이 독특한 영감님을 통해 책을 펼친 처음부터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은 눈을 감고 어느 한 페이지를 펼쳐도 미소가 지어질만큼 유쾌합니다. 물론 이 미쿡식의 조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옴니버스식의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즐겁게 읽어나갈수 있을겁니다.
탐정 집안인 스펠만가의 둘째딸 이자벨은 가족 사업인 사립탐정 사무소를 이어받기로 결심하지만,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갖가지 사건에 휘말립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굵직한 미션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사라진 대저택 집사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배우인 친구를 집사로 위장 잠입시키기, 재정이 위태로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경쟁사 탐정을 감시하며 뒤를 캐기,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며 약점을 틀어쥐고 변호사와 강제 맞선을 보게 하는 엄마에 맞서 일부러 만취한 사람과 선보며 퇴짜 맞을 행동만 골라서 하기. 어느 하나 쉬운게 없는 사건들은 연쇄적으로 더 많은 고민들을 이자벨에게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 수 많은 사건들 속에서 서른즘의 이자벨은 더욱 성숙해 갑니다.
내 직업의 목표는 사건을 해결하고 비밀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구겨진 종이가 펼쳐지듯이 완벽한 진실이 드러날 때도 있고,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멋지게 해결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은 지그소 퍼즐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조각 몇 개는 꼭 빠져 있기 일쑤라서, 정황을 살펴보고 질문을 던지다 보면결국에는 더 많은 질문만 딸려 나오고는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러분에게 반전, 악당, 징벌, 깔끔한 결말이 있는 모범적인 탐정소설을 선사할 수 없다.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으니까. 현실에서 내가 맞닥뜨리는 의문은 대부분 풀리지 않았고 미스터리는 숙제로 남았다.
다만 이것만큼은 말해줄 수 있겠다. 아무런 해답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삶이 온전하게 느껴지고 인생을 뒤바꾸는 결단을 내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그것만큼은 확실하다고.
-P.462-
3.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대저택 집사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작품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작은 사건에 불과합니다. 시종일관 병맛을 연상케하는 이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는 하나의 큰 사건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자잘한 일상이 모여 하나의 책의로 완성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막장 드라마의 패턴은 아닙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가족들 때분에 그 사건 뒤의 진의를 파악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책의 장르를 굳이 나누자면, 유머 미스터리의 형식을 지닌 코믹소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동양의 유머 미스터리는 그 색이 무척이나 다릅니다.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 이게 확실히 정서의 차이구나 라는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스펠러가의 이야기는 <네 가족을 믿지 말라>를 시작으로 <네 남자를 믿지 말라>, <네 아내를 믿지 말라>의 순으로 이어졌고 그 네번째 이야기가 바로 <네 집사를 믿지 마라>라고 합니다.(왜 말라가 -집사에 와서만 마라로 바뀌었는지는 의문..) 유쾌한 이야기와 느낌있는 표지에 다른 작품역시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