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 벌써 3일째, 나는 언제나 '벌써'라는 과거형의 낱말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씨름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저만치 흘렀을 때, 이를테면 2017년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숫자에 미처 길들여지기도 전에 시나브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여름이나 가을의 어느 하루를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절망적인 심정으로 '벌써 한 해가 다 갔네' 한숨을 내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벌써'라는 낱말은 조급함을 담은 과거형의 단어였다가 어느 순간 깊은 한숨을 담은 미래형의 낱말이 되기도 한다.
내일은 없다 / 윤동주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 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친구여!)
내일은 없나니
문득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이 다들 장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게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아가를 향해, 지켜보는 우리가 진심으로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었던 것처럼 미래를 향해 간단없는 발걸음을 내딛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진심을 담은 격려와 칭찬을 나눠주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의해 평가되지 않아야 하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땅히 대견하다 칭찬받아야 할 존재인 것이다. 2017년 새해에 나는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대견하고 장해보인다. 우리는 이미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장하다'는 말을 수백 번 들었어야 했던 그런 존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