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닥 새로운 일도 아니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경제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며 죽는 소리를 한다. IMF 금융위기 때도 지금보다는 나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위축 국면에 접어든 세계 경제의 불황 탓도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어떤 유행처럼 번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근 십여 년만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극도로 심화시켰고, 대다수 저소득층의 소비여력을 바닥까지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인데 어떤 수단으로도 소비는 회복되지 않는다. 저금리를 지나 마이너스 금리로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아무리 금리를 낮춘들 소득 하위계층의 소비여력이 증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여당은 개성공단의 폐쇄를 감행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꼴이 되었다. 물론 심리적으로 속이 시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의 환심을 조금 살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일본과 같이 주한 미군의 방위비를 우리가 부담하지 않는 한 일본과 같은 적극적인 환대는 받기 어려울 것이다. 현 정부는 정치를 무슨 이즘(ism)이나 속풀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진 지 오래다. 노동계와 각을 세우는 이유도 그런 데서 찾을 수 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이번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 꽤 오랫동안 해외여행을 나가지 못한 대통령의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비서실에서 어떤 건수를 만들어서라도 대통령을 해외로 내보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튀었다는 것인데 아무튼 대한민국 경제는 암울한 국면을 면키 어렵게 된 건 사실이다. 국민들은 간혹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사장들을 걱정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참에 정부의 보상을 받아 챙기고 골치 아픈 사업을 정리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직원들과 그 가족의 생계인데 그것까지 정부가 나서서 챙겨줄 리는 만무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외유를 주선하면 한국 경제는 조금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