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혼자 지내는 이곳에서 나는 어제 이사를 했다. 뭐 이사라고 해봐야 같은 아파트에서 단지 동과 호수를 바꿨을 뿐이지만 이사의 규모가 작고 크고를 떠나서 이사는 이사였다. 나는 비교적 우습게 생각했다가 호되게 당한 꼴이었다.

 

그동안 내가 살던 아파트는 임대를 목적으로 세워진 임대 아파트였다. 당연히 아파트 소유권은 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에 있었고 입주민들은 보증금과 월세를 내며 생활했었다. 보증금과 월세는 1년마다 상향되었지만 월세와 관리비가 저렴했으므로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이 팔렸으니 나가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건설회사는 느닷없이 입주민들에게 분양전환을 추진하였고, 다른 곳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분양 대상자에서도 제외되고 말았다. 꼼짝없이 집을 비워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집을 알아보고 이사 날짜를 잡기까지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했다.

 

그저께는 이사할 곳에 가서 청소를 하고 어제 오후에 이미 계약한 이삿짐센터의 차가 와서 이삿짐을 날랐다. 그렇게 무사히 이사를 마쳤는가 싶었는데 건설회사와의 보증금 반환 문제며, 관리비 정산이며, 전입신고 및 금융권 주소지 변경이며, 관련 사이트의 주소지 변경까지 그야말로 할 일이 산더미였다. 이삿짐 정리는 결국 설 연휴 뒤로 미뤄진 상태로 방치되었다. 별반 한 일도 없는 듯한데 어깨며 허리며 안 아픈 곳이 없다. 이사, 두 번 다시 할 일이 아니다. 또 다시 이사했다가는 골병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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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6-02-05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삿짐 정리 쉬엄쉬엄 하세요 서두르시면 병 나십니다

꼼쥐 2016-02-11 14:32   좋아요 1 | URL
아직도 허리 통증이 남아 있어요. 딱히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집안은 아직 난장판이고 빨리 정리를 끝내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그장소] 2016-02-06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살림도 무시못해요. 특히나 책이있는 분들은 더더욱.. 저는 아직도 정리중 예요. 찔끔 찔끔..
몸이 편치않아서 옛날처럼 후다닥 못해요. ㅎㅎㅎ
천천히 살펴하세요. 어쨋든 축하드려요.^^
떡 돌리실거죠?^^

꼼쥐 2016-02-11 14:35   좋아요 1 | URL
책도 책이지만 짐을 꺼내놓고 보니 여기저기 숨겨져 잇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요즘은 안 쓰는 물건이라고 함부로 버릴 수도 없으니 버리는 일도 만만하지는 않겠다 싶어요.

[그장소] 2016-02-11 15:00   좋아요 0 | URL
안쓰는데 도 불구 나중에 찾아서 아쉬워하니 그게 안습 ㅡㅎㅎㅎ
일년중에 한번.어쩌다 한번 그렇게 쓰긴한단거..
저도 가능함 책빼곤 다 버리자 했는데..한번 그랬더니..나중에 필요한걸 사들이는데 돈이 또..들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