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혼자 지내는 이곳에서 나는 어제 이사를 했다. 뭐 이사라고 해봐야 같은 아파트에서 단지 동과 호수를 바꿨을 뿐이지만 이사의 규모가 작고 크고를 떠나서 이사는 이사였다. 나는 비교적 우습게 생각했다가 호되게 당한 꼴이었다.
그동안 내가 살던 아파트는 임대를 목적으로 세워진 임대 아파트였다. 당연히 아파트 소유권은 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에 있었고 입주민들은 보증금과 월세를 내며 생활했었다. 보증금과 월세는 1년마다 상향되었지만 월세와 관리비가 저렴했으므로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이 팔렸으니 나가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건설회사는 느닷없이 입주민들에게 분양전환을 추진하였고, 다른 곳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분양 대상자에서도 제외되고 말았다. 꼼짝없이 집을 비워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집을 알아보고 이사 날짜를 잡기까지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했다.
그저께는 이사할 곳에 가서 청소를 하고 어제 오후에 이미 계약한 이삿짐센터의 차가 와서 이삿짐을 날랐다. 그렇게 무사히 이사를 마쳤는가 싶었는데 건설회사와의 보증금 반환 문제며, 관리비 정산이며, 전입신고 및 금융권 주소지 변경이며, 관련 사이트의 주소지 변경까지 그야말로 할 일이 산더미였다. 이삿짐 정리는 결국 설 연휴 뒤로 미뤄진 상태로 방치되었다. 별반 한 일도 없는 듯한데 어깨며 허리며 안 아픈 곳이 없다. 이사, 두 번 다시 할 일이 아니다. 또 다시 이사했다가는 골병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