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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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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어보셨는지. 가슴이 아려 차마 더 읽지 못하고 책을 덮었던 적이 나는 몇 번 있습니다.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던 고독한 천재화가의 지독한 불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편지가 주는 감동 때문이었습니다. 삶과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은 편지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화가의 글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탄에 감탄을 더한 적도 여러번이었습니다. 지난헤 봄이었나 봅니다.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의 편지를 엮어 만든 <경계에서 춤추다>를 우연히 읽고 나는 두 지성인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흠뻑 취했었습니다.(http://blog.aladin.co.kr/760404134/6970969) 그것은 고흐의 편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예술가의 뜨거운 열정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축적된 지식과 절제된 감정을 통하여 두 지성인이 보여준 삶의 균형미였습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온 삶을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이오덕 <강아지똥>과 <몽실 언니>의 작가 권정생. 1973년 1월에 만나 2003년 이오덕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을 함께했던 두 분의 우정은 편지 속에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일념으로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였고, 문학가로서 서로를 존경했던 두 사람의 편지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토록 맑고 투명해질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됩니다.

 

"여기는 어제 아침에 된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꽤나 얼었습니다. 그 허술한 방에 무더운 여름을 지나게 하고, 또 겨울을 보내도록 해서 참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사람 같지 않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미워집니다. 선생님의 새 동화집을 모든 아이들이 읽을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고 빌 뿐입니다."    (p.229)

 

권정생의 편지에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형편 속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살고자 했고, 작가로서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엄격했던 그의 인간적 면모가 가감없이 드러납니다. 또한 교사로 아동문학가로 우리 말 운동가로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권정생의 약값과 연탄값을 걱정하고, 아동문학을 논하며, 세상을 안타까워하고 더 나아지기를 꿈꿨던 이오덕의 마음 씀씀이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서로를 시기하고 욕심내고 탐하는 작금의 우리네 삶을 아프게 돌아보도록 합니다.

 

"생활에서 도피한다는 것, 저는 찬성하고 싶지 않습니다. 생활이 없이 어떻게 글을 씁니까? 제 동화가 무척 어둡다고들 직접 말해 오는 분이 있습니다만, 저는 결코, 제가 겪어 보지 못한 꿈 같은 얘기는 쓸 수가 없습니다.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겠습니다. 팔 병신은 팔 병신다웁게 몸을 움직이고, 다리병신은 다리병신다웁게 절뚝거리는 것이 정상이라 봅니다. 잘못된 교육은 인간의 결함을 숨기려는 데서 비인간화시켜 버린다고 봅니다."    (p.159)

 

3년 전 이맘때 <빌뱅이 언덕>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이 책에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화작가로서의 권정생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나는 사실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습니다. 지난했던 그의 삶에 대해, 자신의 결핵으로 인해 동생의 결혼에 방해가 될까봐 집을 나갔던 것조차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평생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등짐처럼 병을 안고 살았던 것도 그때 알게 되었었지요.

 

가까운 사람 사이에 오고 간 편지만큼 그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는 것은 아마 없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편지가 다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요.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편지는 오직 그 사람의 품성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읽고 감동을 받았던 편지글의 책들은 하나같이 힘든 삶을 사셨던 분들이었습니다. 반 고흐도, 서경식 교수도, 권정생 작가도 우리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든 삶을 살았었지요. 역경 속에서 자신을 지켜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생각해 보면 편지 속에 드러난 권정생 작가의 모습은 들꽃 같은 것이었습니다. 뽐내며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들꽃처럼 아름다운 삶이었고, 이오덕과의 어울림으로 인해 세파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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