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한 두뇌 트레이닝
고이즈미 스미레 지음, 이은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는 것은 아주 오랫만의 일이다.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소설을.  
내가 일본 소설을 싫어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대망>이나 시바 료따로의 <후대망>을 워낙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터라 단행본의 일본 소설 두어 권을 더 읽었었다.  지금은 그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이나 작품성이 <대망>과 <후대망>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만큼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일본 소설이라면 머리를 젓게 되었다.  그때 내가 읽었던 소설도 사랑 이야기였을 것이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일본 소설은 중국이나 우리 나라의 소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사람들이 많은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무 점잖고, 엄숙하게 그려지는가 하면, 일본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예의 바르고 상냥한데 반해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가볍고 무례하다.  마치 일본인들은 현실에서 억눌린 행동을 소설에서 한풀이를 하는 것처럼 경박하게 그려낸다.  어쩌면 그들은  실생활에서 상상으로만 그치는 자신들의 억눌린 모습을 소설이나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얻는 듯하다.  ’은밀한 문화’를 즐기는 것처럼.  
소설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묘사를 통하여 공감하고, 그 소설을 끝까지 읽어낼 힘을 얻는다.  그리고 대사에서 감동한다.  그러므로 소설 읽기는 묘사 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심리묘사든 배경묘사든.
내 얘기가 너무 길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역 배우의 경험이 있는 웨딩 플래너 야마다 마유는 교통 사고로 죽은 입사 동기 가오루의 유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의 쌍둥이 형 다케루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다케루에게는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다 3년 전부터 연인으로 발전한 네일리스트 여자 친구 마리에가 있다.  네일 살롱을 경영하는 마리에 어머니의 후광과 그녀의 미모와 명성에 마유는 질투를 느끼고 고민에 시달린다.
사랑에도 개인 트레이너가 있으면 좋겠다.  나에게 올바른 워크아웃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  질투 근육을 훈련시켜서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과체중을 단호히 없애는 내가 되고 싶다.(P.39 - 40)  
마유는 20년 넘게 사귀어 온 절친 에미와 언니 나오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가 마리에의 네일 살롱과 협력하게 되면서 마유는 마리에를 만나게 되고, 질투심에 불타는 마유는 다케루와의 만남도 점차 뜸해지면서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  다케루를 포기하지 못하는 마유는 에미의 주선으로 단체 미팅도 나가고 여행도 해보지만 시선은 늘 그에게로 향한다.  호텔을 경영하는 다케루의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다케루는 항상 바쁘게 지내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만나고, 또 기다리고.  그러는 동안 싸워서 만나지 않게 되고, 어느 한쪽이 만나자면 망설이기도 하고.  이렇게 늘 기다리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인생인 건가. 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쳤어.  어딘가에서 불쑥 갑자기 만날 수 있는 거리에서 살면 좋은데.(P.286)
다케루는 마리에 보다는 마유에게 끌렸었지만 이런저런 오해로 마유와 멀어지지만 결국 마리에는 다케루와 헤어지게 되고 서른 살이 된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케루가 그녀의 집으로 찾아옴으로써 사건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너무나 평범하고 진부한 스토리와 특별할 것 없는 구성.  대학 졸업 후 출판사와 패션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했었다는 작가는 마치 스토리 텔러인 듯하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은 심리묘사가 치밀하고 뛰어나지 못하면 신파가 되고 만다.

오타가 눈에 거슬려 적어 본다.
            1. 여 중의 여우(P. 31)
            2. 가을은 어느 곁에 와 있다.(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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