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이란 이따금 사람을 무디게 한다. 우수수 은행잎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도 '저걸 언제 치우나' 하는 걱정부터 앞서니 말이다. 어리거나 젊었던 시절만 하더라도 낙엽이 지는 모습을 볼라치면 우수에 젖거나 시집 한 권을 옆에 끼고 낙엽이 쌓인 거리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들곤 했는데 지금은 지극히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우리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것처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름다움과 낭만을 추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젊다는 건 결국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뜻이지 주름이 없이 몸만 빤지르르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은 입동, 계절은 벌써 겨울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거리의 풍경은 여전히 가을에 머물러 있다. 가을, 하면 어울리는 책이 있다.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나는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인생이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숱한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지만 이 느낌은 늘 내 주변을 그림자처럼 맴돈다. 인간의 활동이나 탐구조차 어쩔 수 없이 한계에 부딪히는 것을 볼 때, 그리고 모든 활동이 우리의 욕망을 충족하는 데 집중되고 욕망이라는 것 자체에도 우리의 딱한 삶을 연장시키는 것 말고는 달리 목적이 없다는 사실을 통찰할 때, 어느 일정 수준에 도달한 연구에 기뻐하는 것 또한 인간 자신이 갇힌 감방 벽에 여러 풍경과 형상들을 화려하고 밝은색으로 그려놓고 기뻐하는 것과 다름없는 허울 좋은 체념에 불과한 것임을 알게 될 때 - 이런 것을 깨닫게 될 때 빌헬름, 나는 할 말을 잊고 만다. 그럴 땐 다시 나의 내부로 돌아가 거기서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지. 하지만 그것 역시 명확한 표현이나 생생한 활력과는 무관하게 일종의 칙칙한 욕망의 모습을 띠어. 모든 게 어슴푸레 나의 의식 주변을 떠도는 것 같아. 나는 여전히 꿈꾸듯 그 세계를 향해 미소를 던지네." (p.21 소담출판사 간)
정부와 의회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여당이 연일 시끄럽다. 그에 따라 지지율은 맥없이 하락할 뿐 반등의 기미조차 없다. 마치 우리나라의 증시처럼 말이다. 소위 평론가라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구구한 분석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올바른 대책은 내놓지 못하는 듯하다. 나의 생각은 그들과 조금 달라서 대통령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위 '친명'이라 불리는 이들 대다수가 너무 가볍고 품위가 없다는 공통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를테면 품위와 격조가 없다는 얘기다. 가볍다는 건 신중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폭풍 트윗(X)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니 이제는 유튜브 Y를 하겠단다. 그리고 당대표라는 자는 자신이 그렇게 떠들고 주장하던 신천지 분열주의의 증거가 없다며 '울컥하며'(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과했단다. 그리고 공천에 목마른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말이다. 코미디에 가까운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이란... 그들의 가벼움은 그들을 지지하는 일반 유튜버들에게도 전염되어 '문조000'이라는 멸칭을 여과 없이 쓰기도 한다. 이 가을에 가벼움은 낙엽만으로도 충분하다. 국정을 책임지는 그들의 가벼움까지 보고 즐길 여력은 없다.
크게 떨어졌던 아침 기온은 낮이 되자 빠르게 오르고 있다. 도로변의 낙엽들이 가볍게 흩날리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가을, 나는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