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새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사람들은 이런 급격한 변화가 그닥 반갑지 않은 듯 짬이 날 때마다 불평처럼 계절 이야기를 했다. 근처 공원에는 여름의 한 귀퉁이에서 불거져 나온 듯한 가을 한낮의 햇볕을 쬐기 위해 등이 굽은 할머니들이 모여들었고, 그런 할머니들 주변으로 먹이를 탐하는 비둘기 떼가 포릉포릉 날아들었다. 세월을 한참이나 거슬러 오른, 물기가 쏙 빠진 건조한 이야기들이 넋두리처럼 허공에 오갔고, 저마다 자신의 추억을 말하느라 누구도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다만 잎이 떨어지는 벚나무 위에 앉아 있던 박새 한 마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듯 이따금 고개를 까딱거리며 공감을 표하곤 했다. 세월의 무상함은 기온이 떨어지는 속도에 비례하여 쓸쓸하거나 허전한 느낌을 더해가는 듯했다.


짧은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더께로 쌓인 피로가 덕지덕지 엉겨 붙어 있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아무리 많은 조언을 들어도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만족해하며 얼굴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날은 영원히 도래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나 역시 그들을 향해 억지웃음을 흘릴 수는 없었다. 제시카 아우의 소설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를 읽고 있다. 소설을 관통하는 잔잔한 분위기 탓에 독자인 나 역시 깊이 가라앉는 경험을 한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나는 엄마를 생각했고 언젠가 그러니까 아직 오지 않은 어느 날,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 집에 단 한 가지 임무를 위해, 엄마가 한평생 쌓아온 소유물을 정리해 모두 치우고 꾸리러 언니와 함께 가게 될 것을 생각했다. 그 집에서 발견할 온갖 것들을 생각했다. 패물과 사진 앨범과 편지와 같은 사적인 물건도 있겠고, 꼼꼼하고 잘 정돈된 삶의 표지도 있겠지. 계산서와 영수증, 전화번호, 주소록, 세탁기와 드라이어 사용 설명서 같은. 욕실에 있을 반쯤 쓴 향수와 크림이 든 유리병과 용기. 엄마가 매일 치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길 그리도 꺼리던 의식의 흔적. 언니는 어김없이 질서정연한 자세로 임하며 간직할 것, 기증할 것, 쓰레기로 처리할 것, 세 가지 더미로 모든 걸 정리하자고 말할 것이다. 난 동의하겠지만 끝내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다만 그 이유가 감상이 지나쳐서일지 부족해서일지는 알 수 없었다."  (p.126~p.127)


요즘처럼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에 산을 오르는 일은, 비가 적당히 내리는 날 등산을 하는 것에 비해 더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경사로에서의 마른 모래와 자갈에 쉽게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싹 마른 낙엽 더미도 사람들을 쉽게 넘어뜨리곤 한다. 선선하고 건조한 날씨가 등산에 최적인 듯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복병이 언제나 숨어 있게 마련이다. 사실 중대한 부상은 최적의 조건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놓을 때 발생하곤 한다. 활동하기에 더없이 좋은 요즘, 긴장의 끈을 완전히 내려놓는 순간 오늘 아침 강원도 산지에 내려졌던 한파주의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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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0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능력있는 사람은 화수목 월차 사용해서 길게 휴가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불황기에 구럴 베짱이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 집니다.
요즘 일교차가 심하니 꼼쥐님도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