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매일 드라마였다 - 수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강양희 지음 / 보민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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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정년은 온다. 멀고 가깝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정년은 마치 고된 일과를 마친 어느 노동자의 굽은 어깨처럼 다가온다. 수십 년 동안의 직장생활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하루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정년을 맞는 사람에게 남겨진 것은 한 보따리의 추억과 삐걱거리는 몸과 하루라는 긴 시간을 채워가야 하는 막막함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년을 피할 수 없고,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흔히들 말하길 이제는 더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그동안 미뤄두었던 여행도 마음껏 하고 좋아하는 취미도 원 없이 하면서 즐거운 노후를 보내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인데 그게 말처럼 쉽기만 한 일일까. 게다가 마음은 여전히 이십 대라고 할지라도 전과 같지 않은 몸을 체감할 때의 쓸쓸함이란...


<교실은 매일 드라마였다>를 쓴 강양희 작가 역시 26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친 은퇴자이다. 그런 까닭에 교사로서 작가가 겪었던 여러 경험들을 위주로 책을 엮었다. 물론 교사가 겪는 경험이 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어서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이나 교사의 성향에 따라 제각각의 풍경으로 나타나곤 한다. 이 글을 쓴 강양희 작가는 책의 첫머리에 학생들에 대한 사과로 시작하고 있고, 독자로서 나는 그것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나를 너그럽게 품어주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나를 교사로 길러 주었다. 한창 예민하고 여린 십 대 시절, 나의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을 수많은 제자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한때는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차인표 씨의 인터뷰 내용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을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제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p.11~p.12 '프롤로그' 중에서)


사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학교 풍경은 천양지차로 달라져 있겠지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청소년기 학생들의 진한 우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진 학교 현장의 피폐해진 모습이 연일 뉴스로 보도되고 있지만 말이다. 책에서도 이와 같은 실상이 언뜻언뜻 비치고 교사로서 겪었던 노고와 고단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책이 지닌 무게와 자부심이 그보다는 훨씬 더 크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그 시기의 학생들이 보여주는 순수함과 생기 넘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서는 학생 또한 온전한 배움을 누릴 수 없다. 교사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될 때, 비로소 학생의 권리도 함께 지켜질 수 있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참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은 어느 한쪽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제도가 아니라, 학생과 교사 모두의 인권이 보장될 때 비로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p.123)


나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과 자신이 싫어하는 학생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방치 등은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어디 한 군데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부모님께 억울함을 호소한다 할지라도 "네가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때렸겠지. 선생님이 괜히 그러셨을까." 하는 식으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공부를 잘하거나 어머니의 학교 출입이 잦은 학생은 늘 선생님의 관심과 보호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도 저도 아닌 학생은 선생님의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체벌을 빙자한 선생님의 폭력이 사라진 것은 반길 일이지만 반대로 선생님의 교권이 끝없이 추락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제 하나뿐인 아들이 성인이 되어 대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학부모로서의 부담은 벗어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출근하면서 보게 되는 학생들의 등교 장면을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학교라는 또 다른 세상이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은퇴 후의 삶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 여행을 다니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화려한 노후는 잠시 뒤로 밀려났다. 대신 나는 손주들의 단추를 기다려 주고, 느린 아침을 견디고, 엉뚱한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러나 이 삶은 조금도 초라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월급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p.235)


멀리 프랑스에서는 학생들로부터 촉발된 시위가 한창이다. 열악한 학교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시위라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단순한 이유뿐일까. 자신들에게 닥칠 암울한 미래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작금의 현실이 그들을 시위의 현장으로 불러냈을 터, 우리나라도 역시 고질적인 청년 실업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프랑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침에 쌀쌀하던 날씨는 금세 기온이 올라 화창하다. 가을을 닮아가는 가로수잎들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 가수 이용이 불렀던 '잊혀진 계절'이 생각나는 걸 보니 나는 옛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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