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더위에 지친 많은 이들의 상상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가상의 세계를 떠돌던 가을은 아주 잠깐 현실에 착지하였다가 느긋하게 숨을 돌릴 만한 여유도 없이 스러져, 초겨울의 추위를 달가워하지 않는 많은 이들의 여운이나 회상 속에서 다시 유령처럼 떠다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1년의 하반기를 장악하다가 크리스마스나 송년 회식과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가을은 우리의 기억에서 길게 머무르는 계절입니다. 왔나 싶으면 어느새 사라지는 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입니다. 겨울 추위가 길고 매섭게 닥쳐올라치면 가을의 잔상은 유성의 꼬리처럼 더욱 길게 이어지곤 합니다.


무르익는 계절과는 다르게 최근 들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진보 진영 인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차가운 현실이 결코 달갑지는 않겠지만 계절의 순환도, 민심의 변화도 때가 되면 바뀌게 마련인 듯합니다. 회자정리라고나 할까요. 달도 차면 기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이유는 각자가 다를 테고, 서로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그 속을 뜯어보면 천차만별일 텐데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호사가들은 제 나름의 분석을 내놓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렇게 바닥을 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궁리하는 게 아니라 어찌하여 연일 같은 진영을 향해 고강도의 공격을 멈추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물론 진보 진영의 여러 인사들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무극파(무책임한 극단주의자)라는 둥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한다는 둥 '혈세로 호사 누리면서도 서민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정치인'이라는 둥 연일 강한 어조로 비난한다는 건 대통령 자신이 속 좁은 좀생이 정치인이라는 걸 자인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러니 대통령은 정당한 비판마저 참지 못하는 밴댕이 소갈딱지의 정치인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고 지지율은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대통령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 왜 그런 미련한 짓을 계속하는가에 대한 10인 10색의 분석이 나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일반적인 정치 평론가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물론 이것도 역시 나만의 주관적인 생각일 테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평생을 비주류로 살아온 대통령의 열등의식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주류, 대체로 그들은 보수지향적이면서 대대로 권력과 부를 누려왔던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갈망으로 대통령 자신도 그들 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구가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그러자면 대통령은 자신의 비주류적 문화와 자신에게 내재한 열등의식을 말끔히 씻어내고 그 결과에 대해 주류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소위 기득권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사상 역시 그들과 다르다는 걸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신분세탁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동안 자신에게 덧씌워졌던 비주류적 신분을 걷어내고 주류 소망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 인사들의 찌질함에 대해 한껏 비난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작금의 여러 말이나 행동들이 대통령 자신이 진보 진영의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기득권 집단에게 증명하고 있는 단계인 듯 보인다는 것입니다. 퇴임 후 당신들과 같은 집단에 속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겠지요.


대통령의 이와 같은 태도를 우리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주류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말입니다. 다만 주류 집단의 이너 서클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신의 성장 배경에서 습득한 그들만의 문화에 녹아들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을 통해 그 집단에 편입되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 그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집단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걸 감안한다면 대통령 역시 지금보다 더 치열하고 비열한 짓을 서슴지 말아야 할 듯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이면에 있는 원초적인 욕망을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가상의 세계를 떠돌던 가을이 현실에 착지한 이 짧은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백조 무리에 속하고자 하는 미운오리새끼의 철없는 행위에 마음 상하지 말고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맘껏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알차게 사용하는 일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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