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명절 연휴가 끝났지만 연휴의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듯합니다. 나이가 든 탓일 테지요. 전보다 운전을 많이 한 것도,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한 것도 아닌데 피로를 느끼는 강도와 시간은 더 크고 오래 지속되는 걸 보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현실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이 슬프거나 절망스럽게 느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에 저으기 안심이 되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지독한 비관론자인 듯 오해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마냥 즐겁게 살아가는 낙천주의자에 가깝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우리는 흔히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누구나의 삶에도 딱 들어맞는 정확한 경구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닥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나 역시 삶의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안 해도 될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생이 인생을 풍요롭게 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시간을 헛되이 소모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곤 합니다. 나의 경험만으로 판단한다면 삶은 확실히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대통령의 정책이나 공약도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책을 아무리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고 해도 결국 정책의 수혜를 입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나마나한 정책에 불과할 테니까 말입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속도를 강조하곤 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여러 명의 여권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조언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쇠심줄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는 듯 보입니다. 그 바람에 지지율은 끝 간 데 없이 추락하고, 이를 고깝게 생각하는 정부와 여당은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되레 공격하거나 법적 조치 운운 하면서 겁박을 하고 있습니다. 마이동풍도 이 정도면 가히 역대급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속도를 강조하면서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본인은 자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국민이 야속하고 얄밉게 느껴지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국민과 싸우겠다는 태도는 보기에도 좋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중시키는 듯합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에 나오는 일부 문장을 옮겨보겠습니다.


"남에게 잘난 척하고 고상한 척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품위 있는 지식을 지닌 뛰어난 존재라고 누군가를 붙들고 자랑을 늘어놓고 싶어 안달을 부린다.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마치 그것이 종교의식이라도 되는 냥 그럴듯한 얼굴을 들고 우쭐대며 돌아다닌다. 그들은 자신 외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해 박수를 쳐주는 관객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제 무덤을 파는 것이다."  (p.207)


대통령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일상 속에서 댓글로, 메시지로, 전화로, SNS 글로 언론이 외면하고 유튜버가 조작하는 숨겨진 진실과 팩트를 알리고, 남의 글이나 기사 댓글에 좋아요 한 번 누르는 것도 그 순간 우리가 원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실천"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다들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조언하는데 정작 본인만 아니다, 그러니 나의 우군이 되어 달라고 고집하는 모습은 참으로 딱해 보이기만 합니다.


바깥 활동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조금 걸었을 뿐인데 나른한 졸음이 몰려옵니다. 추석 연휴의 피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조금씩 쌓여가는 기분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주말에도 3일 동안의 짧은 휴가가 주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하늘은 높고 지지율은 수척해지는 계절, 아슴아슴 졸음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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