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몸살로 주말 일정을 모두 비운 채 꼬박 앓았다.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나의 몸은 이제 시차를 두지 않고 즉각즉각 반응을 한다. 나이가 들었음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피로를 담아두는 그릇이 바다만큼 크고 넓어서 하루이틀 밤을 새우는 정도의 무리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낼 수 있었던 시절이 내게도 물론 있었다. 나 죽겠소 할 정도로 피곤함을 느끼다가도 하루이틀 쉬고 나면 웬만큼 회복이 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로를 담는 함지박이 시나브로 조금씩 쪼그라들다가 어느 순간 그 공간이나 여지가 조금도 남지 않는 것이다. 야속한 게 흐르는 세월이지만 어쩌겠는가.
육체를 과하게 사용했다는 경고를 즉각적으로 알려주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과한 욕심을 제어하고 즉각즉각 알려주는 영혼의 시계가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세월에 비례하여 약해지는 체력에 비해 인간의 욕심은 줄어들 줄 모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부끄러움도 없이 명품백을 덥석덥석 받거나 국토의 동맥인 고속도로의 건설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등 권좌에 있는 동안 부릴 수 있는 모든 욕심을 한껏 펼쳐보려는 어느 여인이 있으니 인간의 어리석음은 바로 거기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욕심을 제어하는 영혼의 시계가 누구에게도 없으니 말이다.
총선이 멀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욕심이 최대로 분출되는 시기가 지금일 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떠도는 이합집산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가끔 되지도 않는 명분을 언론에 발표하지만 그걸 믿어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신념은 없고 오직 욕심만 남은 저급한 정치판에선 썩은 내가 진동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나이도 결코 어리지 않은 듯한데.
지금도 몸살기가 가시지 않은 듯하다.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