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이라는 게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안철수 대표의 사퇴 발표가 있고 얼마 후 뉴욕에 사는 여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은 이미 선거를 마쳤다면서 "오빠는 설마 2번남은 아니지?" 하고 물어왔습니다. 뭔 소린지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던 나는 "무슨 뜻이야?" 하고 되물었더니 한심하다는 듯 끌끌 혀를 차면서 "어떻게 오빠는 한국에 살면서 나보다도 한국 소식을 더 모를 수가 있어?" 하는 핀잔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소식, 즉 1번남과 2번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내게 전해주었던 것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라면서.

 

회사에서도 그와 같은 분위기는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야당의 대선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둥 금세라도 야당 후보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는데 사전 투표가 있었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급반전한 모습입니다. 그것은 비단 우리 회사만의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여직원이 많은 식품회사에서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마치 뒷골목 깡패를 두둔하는 듯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아파트 부녀회를 통해서도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불과 며칠 사이의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나로서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지만 그것은 조금의 과장도 섞이지 않은 현실인 듯합니다.

 

여론 동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주가 동향만 보더라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여당 대선 후보의 관련주로 분류되는 주식의 주가가 급등한 반면 야당 후보의 관련주는 급락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집안의 주도권을 대개 여자가 쥐고 있는 까닭에 아무리 비밀투표라고는 하지만 아내의 말 한마디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닌 듯합니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만 하더라도 지난 주말 아내의 의사에 따라 투표를 마쳤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여러 번의 투표를 경험했지만 이번 대선과 같은 상황은 처음입니다. 국민의 여론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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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2-03-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쥐님이 남성이었습니꽈?? 왜 저는 여성으로 알고 있었을까요?

꼼쥐 2022-03-10 21:03   좋아요 0 | URL
ㅎ 죄송합니다.
제가 글에 먹칠을 했거나 글에 가면을 씌웠었나 봅니다.

기억의집 2022-03-0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투표날까지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꼼쥐 2022-03-10 21:04   좋아요 0 | URL
투표날까지 쭈욱 이어지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