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꼴값을 떠네!"라는 말로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꼴값'은 사실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꼴값하네' 혹은 '꼴값 떠네'라고 이르는 말이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나 과장스런 몸짓 자체에 꽤나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것 같다. 물론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사대부의 남정네들, 그것도 얼굴값 하는 남정네들에 대한 거부감 혹은 안하무인의 태도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것이다. 그와 같은 감정은 시대가 바뀌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우리들 의식 곳곳에 남아 있다가 어떤 상황에서 불현듯 툭 하고 불거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편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여인네도 있었던 모양이다. 야당의 대선 후보 부인이 바로 그렇다. 그녀와 한 인터넷 언론 기자와의 전화 통화 내용 중 한 대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보수들은 챙겨주는 것은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게 아니야. 돈은 없지, 바람은 피워야겠지. 이해는 다 가잖아. 나는 다 이해하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이 대목만 들어보면 바람피우는 데 익숙한 남정네들의 입장에서 그녀는 보살과 다름이 없다. 이해의 폭이 바다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어느 신문사에서는 '걸 크러시'라는 제목을 뽑아 찬양 기사도 내지 않았던가. 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꼴값을 떨어도 이런 꼴값이 없다.

 

나는 그녀의 말을 소위 검사의 부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바람피우는 것에 대한) 그 정도의 포용력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고 이해했다. 이른바 남정네가 꼴값을 떨어도 안에 있는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마음속으로만 삭혀야 한다는 것, 그게 여인네의 도리인 것이다. 이런 태도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걸 또 '걸 크러시'라고 칭송하는 언론사는 또 뭐고. 세상 참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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