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흔아홉 석의 쌀을 가진 부자가 백 석을 채우기 위해 한 석 가진 가난한 자의 재물을 탐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인간의 탐욕이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그것마저 능력으로 간주하여 어떻게든 백 석을 채운 이의 능력을 추앙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게 자본주의 체제라지만 그런 비정함마저 개인의 능력으로 인정하고 부러워한다는 건 때론 소름이 돋을 정도로 혐오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보수 언론과 야당의 집요한 공격이 계속되는 걸 보면서 옛말 그른 게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나라 언론 지형은 대개 보수가 7, 진보가 3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해지곤 한다. 그러나 이것도 좋게 봐주어서 그렇다는 얘기다. 진보 언론이라는 한겨레나 경향 등도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칼럼이나 기사는 극히 드물고 이따금 선보이는 진보 기사로 인해 진보 언론이라는 타이틀이 매겨지고 있기 때문에 실상은 보수 언론이 8 또는 9에 이르고 진보 언론은 1이나 2쯤 되는 게 현실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는 또 달라서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말하자면 한국의 언론 지형은 보수 일색이라고 봐도 된다. 불행하게도 말이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김어준이라는 방송인은 어쩌면 눈엣가시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이 2018년부터 3년 넘게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이어오고 있으니 만석꾼의 시각에서 배가 아파도 여간 배가 아픈 게 아닐 것이다. 그 마음은 나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듯이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좌와 우가 균형점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오른쪽 날개가 기형적으로 커서 바닥에서 조금도 뜨지 못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나는 사실 라디오를 듣지도 않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되는 아침 7시부터 9시까지는 나에게 가장 바쁜 시간인지라 한가하게 방송을 들을 엄두조차 나지 않지만 김어준 씨는 적어도 TV조선이나 채널A처럼 노회찬 전 의원의 죽음을 생중계하거나 검찰과 한통속이 되어 애먼 사람을 협박하는 등의 천인공노할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TV조선이나 채널A의 종편 승인 취소를 의결하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가 보기에 눈엣가시처럼 보기 싫더라도 그냥 아무 말 말고 지켜보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 미얀마의 군부 독재를 옹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는 적어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일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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