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경제원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보수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 그리고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전경련을 비롯한 이익단체, 예컨대 의사협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에 의해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에게도 친근한 경제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70년대부터 부각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시카고학파로 불리는 통화주의자들에 의해 '레이거노믹스'의 근간을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국제적으로도 자유 무역과 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추구해왔다. 이론상으로는 자유방임에 가까운 고전적 자유주의 이론을 개선하기 위한 방책으로 무질서한 시장에 도덕성을 부여한다는 게 그 근간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강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채택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역시 '신자유주의' 물결에 빠르게 편승해왔다. 대한민국에서 신자유주의의 기원은 대체로 김영삼 정부의 후반기로 보고 있다. 작지만 강한 정부, 자유시장경제의 중시, 규제 완화,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시, 노동 시장의 유연화 등은 당시에 펼친 대표적인 경제 정책이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었던 계기는 역시 IMF 구제금융을 들지 않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서의 신자유주의 확장은 보수정권이었던 MB정권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정치인들은 너도 나도 '신자유주의'를 외치기에 여념이 없었고, 이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게 되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원리에 편승하여 가장 큰 혜택을 본 주체는 역시 기업가가 되겠지만 그 와중에 의사협회의 이권 챙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과감했던 게 사실이다. 범죄 유형에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사람'이 대상이었던 의료인 결격사유가 2000년 다수의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주도해 '보건의료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의사면허는 그야말로 '불사조 면허'로 탈바꿈했다.

 

2000년 의료법을 개정한 후 의사들은 살인을 해도, 성범죄를 저질러도, 수술실에서 온갖 탈법을 저질러도 의사면허는 유지되는 무소불위의 특권을 20년 넘게 누려왔던 셈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인 동시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선민 집단이 되었던 것인데, 그러한 특권 의식으로 인해 의사는 국가의 행정력도 어찌할 수 없는 괴물 집단으로 성장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공동체에서 특정 단체에게 부여한 특권은 다른 대다수의 구성원의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급기야 이에 반발하는 국민 여론이 빗발쳤고, 의사 면허 취소를 2000년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의사 면허 취소 확대법'이 복지위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의사단체는 파업 운운하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그것이 코로나 정국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테니까 말이다.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실러는 "자본주의 경제는 규제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며, 우리에게는 착한 행동을 강요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모두가 선의를 갖고 있는 게 아니며 모두가 관대하고 공익 정신을 갖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제한할 규칙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관대함이라곤 눈곱만큼도 갖고 있지 않은, 공익 정신이라곤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의사 가운만 걸친 몇몇 괴물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코로나 정국이 이어지는 2021년의 대한민국은 신자유주의가 키운 몇몇 괴물들과 그들을 추방하고자 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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