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있었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있은 후 한 모 검사장의 열사 코스프레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정도면 연말에 있을 청룡영화상의 남우주연상은 물론 내년에 있을 백상예술대상의 남자 최우수연기상마저 떼 놓은 당상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마치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정의의 사도인 양, 목숨을 걸고 독재 권력에 저항하는 투사인 양 행세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말하기를 "지금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해도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연기력 아닌가. 수사심의위에서 그가 했을 명연기의 장면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지만 그 장면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듯하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미간 주름이 깊게 자리 잡아 화가 난 인상을 풍기는 그가 자못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수사심의위원들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연기했을 장면은 지난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숀 펜이 연기했던 영화 <밀크>를 떠올리게 한다. 폭압적인 시대에 감히 '희망'을 꿈꿨던 한 정치가의 삶을 다룬 영화 <밀크>를...

 

그는 나아가 '검언 유착 의혹'을 '광풍'으로 규정하고, "광풍의 2020년 7월을 돌아보면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기록을 역사에 남겨달라."며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호소했다고 하니 아무리 강심장의 수사심의위원들인들 그의 연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하다. 게다가 "그래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 덧붙였다니 실로 대단하지 않은가.

 

백 번 양보해서 공작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동재 전 기자의 범행 내용을 들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는 하지 않고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되지."하면서 덕담을 건넸다니 이게 검사가 할 짓인가 말이다. 적어도 국민의 법상식으로는 공모는 아닐지라도 직무유기가 명백한데 말이다. 그럼에도 자신은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는 투사인 양 연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그는 아마도 법을 전공한 게 아니라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정도 연기력이면 국내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넘어 내년도 오스카 남우주연상도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은가. 부디 대한민국 남자 배우들도 한 모 검사장의 연기력을 보며 분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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