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목의 '묘'자도 모르는 내가 묘목을 사러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던 건 순전히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털어내려는 목적이었다. 기껏 과수 묘목 몇 그루를 사러 그 먼 옥천군 이원면까지 그것도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갈 필요야 있겠느냐는 친구 부인의 타박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견을 끝내 꺾지 않았던 친구나 읽어야 할 책이 잔뜩 쌓여 있음에도 친구의 제안을 강하게 뿌리치지 않았던 나나 목적은 단 하나, 핑계 김에 콧바람을 쐬자는 것이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하게 요구되는 요즘 묘목 구매를 빙자한 나들이가 켕기지 않았던 건 아니었으나 그 먼 시골까지 묘목을 사러 오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어 나들이를 감행했다. 그러나 웬걸 이원면에 도착하고 보니 전국에서 묘목을 사러 온 차량들이 좁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게 아닌가. 결국 우리는 묘목을 사는 건 고사하고 차도 세우지 못한 채 이원면을 벗어나고 말았다. 흐드러진 벚꽃이 빗방울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묘목은 사지도 못했는데 어쩔 것이냐? 물었더니 친구 왈, 집 근처에 화원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구매하면 되니 괜한 걱정일랑 붙잡아 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집에 돌아가면 한소리 들을 게 뻔한데도 내 앞에서는 큰소리를 뻥뻥 치는 친구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내처 차를 몰아 개심 저수지에 들렀다.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길. '그래. 이렇게라도 콧바람을 쐬었으니 됐지.' 수면 위로 부서지는 봄햇살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소파 위에 두고 온 박애희의 에세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라도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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