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인근의 산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면 산은 단지 하나의 풍경에 지나지 않지만 등산로를 따라 한 발 한 발 직접 걸어보면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침이든 저녁이든 시간에 구애 없이 매일 산을 오르는 나 같은 사람들은 산에서 받는 느낌이 각별하다. 일상에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대부분의 도시내기들에게 있어 집 근처의 산을 오른다는 건 멀어졌던 자연과의 거리를 좁히고 더불어 자신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시기에는 산길을 걷는 것 자체가 자연으로부터 커다란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들곤 한다.

 

오늘처럼 밤 사이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산길을 오를 때면 코끝에 전해지는 진한 솔향기와 구수한 흙내음이 몸 전체에 스며든다. 이런 혜택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물론 다는 아니지만) 일단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까닭에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곤 한다. 자연에서 멀어진다는 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품성, 이를테면 배려라든가 관용이라든가 너그러움과 같은 기본적인 인성을 배우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은 사회에서 저질러지는 잔인한 범죄에서 종종 나타나곤 한다. 최근에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을 보더라도 주범인 조주빈이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 출신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연과 멀어진 채 컴퓨터와 모바일에만 몰두한다는 건 어느 한 방향으로의 극단적인 성향을 띌 공산이 크다. 워마드도 다르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디 일베와 워마드뿐이겠는가.

 

정말 놀라운 사실은 그와 같은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하고 범죄에 가담했던 사람들도 다수라고 하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고 잔인하게 변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처벌만으로 그와 같은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리라곤 믿지 않는다. 모름지기 현대 문명은 자연으로부터의 멀어짐을 꾸준히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둡다. 봄바람이라도 불어 먹장구름을 걷어갔으면 좋겠다. 달리 예정된 계획은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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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3-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글 좋습니다.
오늘은 금요일, 이란 제목이 맘에 들어 들어왔으나
더 멋진 제목을 붙여도 될 것 같은 멋진 글입니다.

꼼쥐 2020-03-28 14:51   좋아요 1 | URL
칭찬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라도 저의 생각이나 일상을 가끔씩이라도 남겨두려는, 일종의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더불어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따금 위로를 받고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늘 갖고 있습니다. 비록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말이죠.

북프리쿠키 2020-03-27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쥐님 글 좋아하는 1인입니다.
수많은 글들 중 꼼쥐님 글은 읽게 되더라구요~오늘은 금같은 요일이네요^^

꼼쥐 2020-03-28 14: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괜스레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다만 미안한 것은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이웃 블로거님들을 일일이 찾아뵙지 못한다는 것이죠. 마음은 굴뚝같지만 때로는 시간이 없어서, 때로는 귀찮아서 그리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마음뿐임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