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를 대체하는 용어로 '지적장애'가 쓰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2007년 10월에 개정된 장애인 복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적장애'라는 말이 새로운 법적 명칭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정신지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것은 어느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정신지체'를 우리가 흔히 쓰는 사회학적 용어 '문화 지체 현상'에 대입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물질 문화와 비물질 문화의 변화 속도의 차이로 인해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치관의 혼란 등의 부작용을 겪게 되는 현상을 '문화 지체 현상'이라고 일컫는 것처럼 매년 한 살씩 더해가는 물리적 나이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식이나 판단능력, 상황 대처 능력 등 정신적 성숙도를 나타내는 정신 연령 사이에는 변동 속도의 차이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물리적 나이와 정신 연령 간 변동 속도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은 누구나 겪게 된다. 말하자면 정신 지체 현상은 삶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인 셈이다. 그러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정신 지체자라고 말할 수 있다. 70대의 노인이 마음은 20대 청춘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의식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자신의 나이에 비해 항상 뒤처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인디언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인디언은 한참을 달린 후에는 항상  멈춰 서서 자신의 영혼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몸이 너무 빨리 달리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흐르는 까닭에 우리의 영혼이 미처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혹은 우리의 먼 먼 조상이 지구의 시간보다 더 천천히 흐르는 외계 행성에서 이주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아무튼 우리 모두는 '정신지체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삶이 지속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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