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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1
이미륵 지음, 전혜린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초에 읽었던 전혜린의 책에서 이미륵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보다 2세기전(1899년도 태어났다..정확히는 100년이 조금 넘을뿐이지만....아무튼 1800년대 사람이란 것 만으로 신기하기까지 하다)에 태어난 인물이 유럽으로 유학을 가서 독일 교과서에 실릴만한 글을 남겼다는 자체가 큰 흥미를 주었다.
지금은 아마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얼마전까지 독일에서 독일어로 활동한 유일한 한국작가라는 점도.. 그가 얼마나 앞선 사람인가 느끼게 한다..
아무튼 그런 흥미때문에 읽은 이 책은.. 참 따뜻하다..
전후(2차대전) 독일에서 출판돼 베스터셀러를 기록했다는 말에 어떤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기대로 읽었지만..
책 내용은 의외로 정갈하다.. 일제강점기, 삼일운동, 유럽에의 도피성 유학후 독일 뮌헨 대학의 교수가 되기까지 참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을만도 한데.. 그런 얘기들이 오히려 너무 담담하게 그리고 과장없이 그려져 있다..
정말 교과서에 실리기 딱 좋을만큼.. 지금읽어도 향수가 절로 이는 어린시절도 참 맘에 깊이 남았지만.. 지식인으로서 독립운동에 참가하지만 그로인해 자신의 국가를, 자신의 어머니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구절에선..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목 압록강은 흐른다는 작가가 독립운동 후 도피를 위해 중국땅을 처음 밟은 후 중국대륙과 한국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압록강을 바라보던데도 나온듯 하다.
자신의 조국, 고향, 친구들 그리고 어머니를 뒤로하고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세계로 고단한 첫 발을 내딛은 젊은이앞에 자신과 조국을 가로지르는 그 큰 강의 흐름은 어떤 생각을 하게 했을까..
책을 덮으면서, 과연 나는? 이란 질문을 몇 번씩이나 한 듯하다.
작가는 결코 주어진 삶을 또는 역사를 개척하려 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를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것을 관통하며 살아간다. 끊임없이 나약한 모습으로 흔들리지만.. 결코 꺽이지 않는 강인함이 그에게 흐른다. 아마도 독일인들이 이 책에서 찾은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한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강인함.. 그리고.. 그 험난함 속에서도 잃지않은 순수함..
아무튼 짧은 책이였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들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