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탈로니아 찬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공산주의는 곧 악이라는 어린 시절의 교육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편견을 나에게 만들었다. 사회주의 혹 공산주의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기고, 아무리 봐도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그 이론들이 진심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감정적으로는 그렇듯 사회주의를 받을 수 없었을 망정, 이성적 판단으로 언제부턴가 사회주의를 꽤 훌륭한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동물농장을 처음 읽었을 때, 인간을 봤다. 결국,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악은 제도가 아니라 인간임을.. 그러므로 선이라는 것도 결국은 제도가 아니라 인간이 되어야 함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의 평등을 꿈꾸는 사회주의는 과연 악(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느끼기로는)에 가까운 인간에 의해 실현될 수 있을까? 동물농장 뒷 부분에 있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라는 조지 오웰의 에세이에서 오웰은 자신이 참전한 카탈로니아 전투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라고 이야기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의 사회를 카탈로니아를 통해 보았다고.
이 책 카탈로니아 전투를 읽은 것은 단지 그 이유였다. 그가 말하는 그 이상에 가까운 세계가 어떤 것인가 하는 호기심.
하지만 이 책 카탈로니아 전투는 그런 호기심만으로 읽기에는 너무 무거운 책이다. 어려운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거운 책이다.
그가 잠시 동안 느꼈다던 그 이상에 가까운 세계는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너무도 암울한 것이었다. 결핍, 무질서, 그리고 불안 속에서 오로지 사람의 사람에 대한 존엄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그 세계가 이상향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가치있다는 생각만으로 그러한 환경에서 그 사회를 지키기 위해 죽어가면서도 그들은 행복했을까? 오웰은 말한다. 자신은 행복했다고. 아마 그렇게 죽어간 많은 청년들(스스로 혁명을 꿈꾸고 선택한 사람들)도 행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땠을까? 자신의 의지로서가 아닌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 그 상황에 놓여있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더 이상 누구에게도 존칭을 쓰지 않고, 서로 친구(동무)라고 부를 수 있으며, 다 같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 세계를 이상사회라고 느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꼈다면, 카탈로니아 전투는 개혁 세력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혁명은 없었다.
진정한 사회주의를 꿈꾸며 카탈로니아 전투에 참가한 오웰,
자신의 모든 물질적 안락을 버리고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를 존경한다.
책에서 그린 그가 잠시 겪은 카탈로니아의 사회주의는 (아마도 내가 그 물질적 결핍을 겪지 않았으므로) 아름다웠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결국 나는 모두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회주의는 꿈일 뿐이라고 그렇기에 결국 사회주의는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꿈을 쫓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멈추지 않는 이상 꿈은 사라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부유한 세상… 정신도 물질도 풍요로운 세상… 정말이지 완전한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