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 선생의 소설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아프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은 그녀의 글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아픔들이 싫다.

그게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아프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섭고 싫다..

 

올해 그녀의 부고를 듣고도 쉽게 그녀의 글들을 다시 읽을 결심을 못한 것도

그 아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였다...

 

그렇게 그녀의 아픈 소설대신 이 책을 선택했다..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박경리 선생의 유고 시집이라고 하지만..

그저 일기같다는 생각이다..

그녀의 시에서는 시어가 가지는 난해함이라던지 아름다움 대신 오래 세월을 온 몸으로 겪어낸 노인의 여유가 있고..지혜가 있다..

 

영화 안토니안스 라인에 나온 안토니아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동경의 대상이였다.

그녀가 만들어낸 따뜻한 세계에서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서히 눈감는 그 모습은

죽음이 두렵고 아픈 것 만이 아니란걸 내게 가르쳐주었다.

이 유고 시집을 읽으며 영화속 안토니아의 죽음이 떠올랐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그녀는 아마도 영화 속 안토니아처럼 행복하게 숨을 거두지 않았을까? 

 

그녀의 고단한 인생을 되돌아보며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도 아름다웠다"고 말할 때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웠고...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 나가는 듯했다"고 말할 때

그녀의 아픔이 느껴져 나도 같이 인상을 찌푸렸다...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박범신은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박범신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아아

저게 바로 토종이구나

 

- 히말라야의 노새-

 

딸로서 어머니로서 그렇게 한 세상 살아온 그녀의 삶은 그 자체가 시다..

꾸미지 않은 그 맨 얼굴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런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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