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눈부처 >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강의

 지금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경제가 정치와 묶여서 정치•경제라는 이름으로 한 과목을 형성했다. 그 당시에 정치나 경제는 따로 떼어서는 1학점도 되지 못하는 그야말로 비중도 낮고 재미도 없는 과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접한 몇 권의 책은 정치와 경제가 한 과목으로 묶어져 있어져 있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경제활동이란 것이 “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결국은 그가 할 선택은 그가 사는 세상이라는 환경 속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고, 그의 환경을 결정하는 국가의 정책, 정치적인 성향은 경제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정책과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정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너무도 부족하지 않나 하는 점이었다. 사실 만성적인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상당부분 우리의 정치가 이념논쟁의 장이 되어버린 탓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국가의 정책을 경제적 관점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 층이 정치 혹은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재테크에 관련한 책들이 넘쳐나는 반면, 우리나라의 과거부터 현재의 이르는 정책들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그런 류의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국가라는 경제기반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재테크 책을 아무리 열심히 파고 든다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을 다지는 일에 우리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랬기에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주류 경제학자인 이준구 교수가 바로 지금, 비판이 곧 색깔논쟁으로 변절되어 버리는 이런 때에 한국 경제문제에 대해 논하는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은 너무 반가운 것이었고, 책 출간과 더불어 개최되는 독자강연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강연회가 기다려졌던 것은,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의 변화가 궁금했기 때문도 아니고,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 혹은 경기 회복은 언제쯤 될지 알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물론 그런 점들이 나역시도 궁금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들 중에 실제로 부를 제대로 축적한 이가 몇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실물경제에 대해서 경제학자가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로부터 내가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은 내가 발 디디고 사는 바로 이곳 한국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 다시말해, 경제학에서 전제하는 합리적인 경제주체가 되기위해서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경제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끊임없이 선택하는 존재이며, 그런 이기적 선택이(합리적이기만 하다면) 사회의 이익에도 양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론의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기적이기는 하나, 합리적이지는 못하다는 사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이기적이지만, 충분히 현명하지 못하다는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결국 내가 경제적인 주체로 옳게 행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이 될 것이다. 적어도 옳은 선택(도덕적인 의미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경제적인 의미가 더 크다)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현재 일어나는 수많은 정책이 우리에게 과연 어떤 기회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손해가 되는가 하는 바로 그런 문제 말이다.  

이번에 이준구 교수께서 출간한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 책에서는 교육, 한미 FTA 협정이나 마약, 도박에 대한 문제, 혹은 십부제 이야기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지만, 강연회에서는 현 정부의 주된 공약 747공약, 그로인한 대운하 사업이나 녹색뉴딜 그리고 이제 거의 숨이 끊길 지경에 이른 종부세 이들 문제에 대해서 주로 강의하셨다. 이러한 문제들 역시 책에서 훨씬 더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특히 종부세의 경우, 책에서는 거의 절반 가량의 내용을 차지함에도 오히려 강연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짧게 다루어졌는데, 앞의 두 가지 문제가 아직 진행중인 앞으로 훨씬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인 반면, 종부세는 자신의 책에서 “종부세여, 안녕”이라고 고할만큼 이미 너무 만신창이인 상태로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종부세 문제에 대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깊이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문제만큼 이론에서 합리적 주체라고 가정하는 인간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할 수 있는지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없기때문이다.   
  

이준구 교수는 강의 중간 지금 현상황에서 정책적인 문제에 있어 개인 특히 젊은 층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은가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 이야기 했지만 경제학은 선택에 대한 학문이다. 각 개인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많은 경우 합리적인 선택, 다시 말해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부나 언론이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감추는 경우도 있고, 또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던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은 잘못된 정책을 낳고, 그 결과 사회는 더 큰 문제를 잠재하게 되고, 더 이상 문제가 잠재되어 있을 수 없을 때, 커다란 혼란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미 완숙단계에 다다른 한국 경제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현정부의 과도한 자만심은 무리한 경제 정책을 나았고,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치기도 전에 이미 한국경제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마도 성숙단계에 이른 국가 경제의 성장률을 7%로 만든다는 것이 극단적인 처방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은 자칫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국민의 절대적 다수가 현정부를 지지했을까? 마치 악한 세금의 대표인 듯 한 종부세가 사실 전체 국민의 2% 정도에게만 부과되는 반면, 그로 발생된 국가의 세입은 사회의 소외계층 혹은 다른 부분에 투입될 수 있고 또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효과는 다른 어떤 세금보다 클 수 있으며, 몇 가지 추가적인 손질 만으로 예상되는 부작용 중 상당수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남짓한 기간동안 한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가 이 종부세 등 세금 감면을 행한 것이라는 설문결과가 가당키나 했을까? 해당도 되지 않는 종부세(해당이 된다면 오히려 이익이 되는)의 폐지를 스스로 반겨함으로서 부동산 폭등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품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 만약 예정데로 실시된다면 대운하로 파괴된 생태계에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른채 살아야할 우리들은 우리 앞에 놓인 그러한 문제들의 기회비용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을 제대로 알고 비교했다면 그때도 우리는 똑 같은 선택을 할까? 분명히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천상 학자인 그가 더 이상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선택을 해야할 당사자 앞에 모든 정보를 풀어내 알려주는 것, 적어도 선택을 하는 개인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선택의 기회비용이 무엇이 될 것인지 알게 될 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선택이 있을 것이고, 그런 선택들이 모인다면 사회 전체가 오른 쪽이 아니라 옳은 쪽으로 가도록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학자인 그가, 블로그와 신문의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하고 결국 책을 내고 강연까지 나서게된 이유가 아니였을까?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를 만드실 것이냐는 독자의 질문에 학자는 강의하고 연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며, 그렇기에 그런 기회는 자주 없을 것이라고 답하셨다. 학자로서 그의 신념을 존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러한 토론 문화가 너무나도 부족한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그의 그런 신념은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그의 책을 읽었으면 하고 바란다. 수많은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충분한 고려 끝에 자신에게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이 치뤄야 할 기회비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루어진 선택으로 고통스런 결과를 감내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기에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그와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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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입학, 독일 뭔헨으로 유학, 독문학 전공. 한국 여성 최초로 서울대 강의.. 그리고 자살.. 그녀의 이력을 보면서 여자로서 그녀를 동경하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생각에 읽기 시작한 것이 일종의 에세이 집인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란 책이다..

서울대 법대를 다니다 돌연 문학으로 전공을 바꾸며 독일 유학을 선택할 때의 그녀의 용기, 독일 유학 길을 오를 때 낯선 세계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 그리고 독일에 도착해서 자욱한 안개 속에서 느꼈던 막막함 들은 아마도 그녀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감정들이 아닐까 한다..
안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날아 오르고 있던 그녀의 영혼을 이 땅에 묶어두는 것은 어쩜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사랑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헤르만헷세의 데미안..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이미륵..
 

그녀가 이야기하는 다른 작가나 글들은 대부분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였지만..
유독 처음 보는 낯선 이름.. 한국인 임에 분명함에도 전혀 들어본적이 없었던 이름..
그녀는 그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글이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음에 무척 안타까웠다고 했다..그 안타까움이 그녀로 하여금 그의 글을 번역하여, 한국에 출판하도록 하였고..그렇게 독일 교과서에도 실린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국에서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전혜린이 극찬한 책.. 그녀로 하여금 번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책.. 그리고 독일 교과서에 실렸으며, 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그야말로 대단한 그 책을 처음 접한 느낌은 다소 실망에 가까웠다..
독일에서야 낯설고 새로웠겠지만.. 별다른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한국의 풍습같은 것은 너무 평범해서 밋밋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의 독일에서의 평판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일 뿐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책 마지막에 다다라서야..아~하고 짧은 탄성이 나왔다.. 그가 겪은 세월을 생각하면..(저자 이미륵은 조선 말에 태어나 일제 시대 때 의학공부를 하다가 독립운동에 참가하게 되면서 망명길에 오르고, 그 후 중국을 거쳐 독일에 머물게 된다.) 그 글에서 보여주는 담담함과 정갈함 그리고 따뜻함은 정말이지 놀랍기 그지 없다..
의과대 기숙사에서 받은 전단지를 읽고 거부할 수 없어 독립운동에 참가했고, 막상 쫓기는 신세로 망명 길에 오를 때는 자신의 행동이 후회스럽기도 했었다는 그의 고백은 영웅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너무도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였다.
그는 글에서 아프다고 하지도 않았고 슬프다고 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글은 아프고 슬프고 또 아름다웠다.. 그건 그가 그 고통스런 역사를 피하지 않고 겪어내었고, 그가 겪어낸 그 세월을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는 죽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의 그의 독립운동 참가가 후회스럽기도 했었다고 고백했지만, 그 후 독일에서 그는 반나치운동에 참여하였다..여전히 죽음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와 같이 두려웠했다. 하지만 두려워는 했을 망정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글처럼 소박하고 정갈하고 또 곧다.. 그의 삶이 그의 글이라는 것이 '압록강은 흐른다'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감동일 것이다.

전혜린의 글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권태와 광기.. 권태한 삶에 대한 부정과 치열한 삶에 대한 동경.. 그녀가 이미륵의 삶에게 그리고 그의 글에서 본 것은 무엇이였을까.. 그녀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여기 우리가 보고 느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이였을까.. 이미륵의 책 앞에 앉은 전혜린을 생각하고 있자면.. 너무도 다른 그 두사람의 삶이 묘하게 겹쳐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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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 했어봄직한 투정 중 하나는 교과서를 공부하며 도대체 이걸 어디다 쓰겠다고 이렇게 공부를 하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그중에서도 쓸모없어 보이면서 재미없기로 수학에 맞먹는(이건 전적으로 나의 입장에 있어서다) 경제학이 우리가 사는 세상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찌보면 허무맹랑하기도 한 그런 주장을 주요한 경제학 법칙들과 마음에 와닿는 상황들의 제시로 어느새 이거 정말인가 하며 감탄하게 만든다. 1권에서의 상황이 생활경제라는 틀을 중심으로 펼쳐나가 읽는 이로 하여금 나도 모르게 빠져있는 경제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면 2권은 이런 상황들도 경제학으로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다소 경제학적이지않는 사례를 경제학 원리를 이용하여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2권의 이런 시도는 괴짜 경제학에서의 접근과 다소 닮은 점이 있어 1권에서만큼의 신선함은 없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을 당시 저자인 폴 크루크먼을 두고 2000년대의 노벨 경제학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일컫는 글을 자주 봤었는데, 드디어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걸 보니, 괜히 아는 사람이 상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폴 크루크먼이 집필한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쉽게 풀어서 쓰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학문적인 관점에서의 분석도 상당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과 그 정책이 시장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싶다면 그의 책을 꼭 권하고 싶다.  

 

 

 

학문이라는 것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에 따라 그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너무다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전혀 경제학과는 무관해보이는 분야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경제학의 원리로 설명해 내는 저자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난다. 더불어 통게, 그 숫자가 담고있는 놀라울 정도의 많은 의미들이 신비롭기까지하다. 

 

 

 

 폴 크루크먼의 글은 철저히 미국중심적이고, 또 현실중심적이다. 그는 대중들이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의 경제학적 지식이 대중의 정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그리하여 정책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원하며 글을 쓰는 듯하다. 그는 경제학이 바로 이순간 그가 살고 있는 땅에 올바른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 지금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점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심화되는 빈부격차, 몰락하는 중산층, 인종문제(우리의 경우는 지역감정의 문제로도 대체 가능할 듯 하다), 상위층에 대한 감세 조치나 정치층은 부패 등... 그렇기에 그가 제시하는 문제점과 원인 그리고 미래의 정책 방향등에 대해 읽는 것은 단순히 세계 최고 권력 국가 미국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점점 읽기 쉬워지는 듯하다. 최대한 전문적인 경제학론을 이용한 설명을 자제하고, 주로 통계를 이용하여 그의 주장을 펴는 방식을 이용함으로써 그의 이전글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워졌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2009년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경제학의 향연이 미국정부의 경제 정책과 그 영향이라는 다소 세부적인 주제에 대해서 주로 논의하는데 반해 이 책은 저자의 에세이를 위주로한 편집본으로 조금 더 일반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에세이들도 신문평론 등이라 미국적 내용을 대부분 포함한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글을 풀어내는 방식이나 주제에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때 그 때의 현안에 대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한 다양한 분석들은 우리의 현재 경제상황에 대입해보며 그의 주장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아마도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었다면 경제학을 이렇게 싫어하게 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학자로서의 유시민은 모르겠지만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경제학 관련 책들중에서 이렇게 이해하기 쉽고 명쾌한 책을 읽은 적이 없다. 특히나 대부분의 번역서와 비교해 우리 실정을 고려한 그의 경제학 세계는 훨씬 더 나와 가까이 느껴진다. 또한 약자의 위치에서 자유시장체제에서 생존해야하는 우리의 고민이 책을 읽는 내내 강하게 와닿는다. 

 

 

경제학의 흐름을 알고 싶다면 꼭 추천할만한 책이다. 다만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흐름만을 정리하고 있어 사회주의 경제체제등 다른 흐름의 경제학에 대한 역사가 빠진 것이 아쉽다. 어쨌든 지금의 경제정책의 흐름이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따르는 것이 대세이고, 그렇기에 그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의 흐름에서 중요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사상뿐아니라 영향등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금융재벌들의 세계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무척 흥미있는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금융재벌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달러화의 금본위제가 폐지된 후, 화폐에 대한 금융재벌의 장악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를 이용하여 통화 팽창과 긴축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킴으로써 그들이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재벌들의 화폐지배권에 대응하고, 안정된 통화 가치구현을 위한 방법으로 금본위제 부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얼마나 객관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동안의 셰계불황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법은 꽤 신선하고 놀랍다. 불황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 중 하나로, 또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읽어봄직하지만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펼치는 주장들이 마치 100가지 데이타 중 세 네개를 이용해 직선을 만드는 방법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로 서양의 경제학자들이 쓴 경제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그들의 절대적인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에 물음표를 달곤 했었다.. 그들의 말을 따라 가다보면 다 맞는 말 같긴한데 그럼에도 뭔가 석연치않은 느낌..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때면 아마도 내가 선진국에서 살고 있지 않은 자격지심이 아닌가 하며 넘어가곤 했었다..그들의 이야기를 반박해 생각할만한 지식이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으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되었고.. 나의 느낌뿐이 아니라 실제로도 논박할만한 자료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까지 덤으로 알게되었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국가간에 적용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의문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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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9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부자가 되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난 내 삶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즐겁다"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삶의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삶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삶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내 삶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즐겁다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리 젊지않은 탐험가.. 나의 상상속에서는 그는 그런 모습이다.. 삶을 불완전함을 즐거움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느끼는 서른 셋 나의 모습이 장난끼 가득한 탐험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p20 또한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자신이 이미 갖고 있음을 배우게 될것입니다.  

p22 누군가 미켈란젤로에게, 어떻게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 상 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
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이미 조각상이 대리석 안에 있다고 상상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깍아내어 원래 존재하던 것을 꺼내 주었을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완벽한 조각상이 누군가가 자신을 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
찬가지로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사람도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
면에 위대함의 씨앗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대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단지 가장 뛰어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들을 제거해
버렸을 뿐입니다.
 

참 많은 시간 무언가를 하는데 준비되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보다..!  

p56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은 사랑에서, 삶에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옆에 있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참 자주 잊고 사는 듯 하다. 상대방을 기쁘게해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너무도 오랜시간 그 사람옆을 떠나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p70 진정한 해답은 그런 특별한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대신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완성하는 데 있
습니다. 사랑할 누군가를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스스로를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속담에도 있듯이, 당신의 배가 물에 뜨지 못한다면 아무도 당신과 함께 물을 건너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 있는 모습 그대로도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고 사랑스런 존재입니다. 당신에게는 이미 행복할 자격이 있으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삶이 제공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누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p102 "사람은 누구나 쓰러지게 마련이란다. 그리곤 다시 일어서지. 그게 삶이야."
상실은 여러 면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잃는 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균형이든, 품위든 모든 상실에는 닮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불길을 뚫고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그 불길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탄생하며, 흙 속에 묻혀 있던 다이아몬드가 밖으로 나와 빛을 발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도 변화합니다. 사회가 상실을 경험하듯, 가정과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실을 둘러싸고 가정은 혼란을 겪습니다. 그 구성원들이 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실을 충분히 겪고 나면 변화하고 재결합하게 됩니다.

p113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신경 쓰면 정작 자신의 힘을 잃어버립니다. 이 힘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삶은 바로 당신 자신의 삶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당신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힘은 없지만,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힘이 있습니다.

p116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강한 사람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모든 여유로움은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p151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걱정과 두려움의 전조없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가진 두려움은 죽음을 막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가로막습니다. 인간의 삶은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려움은 사랑, 진실
된 감정, 행복, 자기 존재의 확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가로막는 그림자입니다.

p159 꿈꾸는 일들을 아직 행동에 옮길 수 있을 때, 두려움을 이겨 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p160 실제로 존재하는 유일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뿐이며, 사랑만이 유일하게 실재하는 감정입니다. 현재 일어나는 감정은 사랑뿐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항상 과거에 일어난 어떤 경험이나
일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미래에 일어나리라고 여겨지는 어떤 일들을 걱정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현재를 산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랑 안에서 사는 것, 그것이 인간의 목표입니다.

p164 진정한 자유는 가장 두려운 일들을 대담하게 행할 때 성취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에 붙들리지 않고 크게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당신은 삶을 잃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게 됩니다. 헬렌 켈러는 말했습니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p202 인내가 주는 한 가지 배움은 원하는 것을 언제나 얻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원하지만 한동안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식일지라도 결국에는 자신인 원하는 것들을 얻게 될 것 입니다.

p261 삶을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들을 보러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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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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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하는듯한 민주주의, 과연 사회는 진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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